서 론
영아기 비후성 유문협착증은 생후 1개월을 전후한 어린이에서 복부수술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이다. 이 질환은 1646년 Hildanus에 의해 처음 기술되었으나 1888년 Hirschsprung에 의해 비로소 임상질환으로 확정되었다[1]. 그 병태생리는 유문 윤상근의 비후로 인한 위 출구의 폐쇄 때문에 비담즙성 사출성 구토가 반복됨에 따라 체내 수분.전해질 불균형과 저염소 알칼리증과 같은 대사변화를 초래하는 것이다. 따라서 1912년 Ramstedt에 의해 시작된 폐쇄된 위 출구를 넓혀주는 유문근절개술은 이 질환의 표준치료로 인식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세기의 위대한 외과적 업적의 하나가 되었다[2]. 특징적인 임상양상과 더불어 전형적인 혈중 전해질 이상 및 영상의학적 검사로 진단은 어렵지 않다. 특히 복부초음파검사의 보편적인 이용은 이학적 검사에 우선하여 질환의 조기진단을 가능하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문 윤상근 비후의 원인은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이 질환의 병인을 밝히려는 연구는 계속되고 있고 조기진단에 더하여 유문근 절개를 위한 접근방식에 있어서도 최소한의 흉터를 내는 피부절개와 복강경 이용 등 치료도 향상되었다[3,4].
임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영아기 비후성 유문협착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인, 빈도, 임상양상, 이학적 소견, 진단, 치료 및 합병증 등에 대하여 최신지견을 더하여 정리하고자 한다.
본 론
수많은 가설과 함께 원인은 아직 불명확하다. Hirschprung은 원발성 유문근육비후가 유문폐쇄의 원인이라고 한 반면 Thompson은 유문근의 출생 전 작용조정불능(prenatal incoordination)이 출생 후 비후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하였다[1]. 반면 Lynn[5]은 유문협착은 근육의 비후만으로 초래되는 것이 아니라 용유(milk curds)가 좁은 유문을 통과할 때 점막과 점막 하층까지 부종을 초래하여 유문 폐쇄가 심해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발병기전에는 유전적, 외인적 및 호르몬 요인들이 복합되어 있다[6]. 유문 윤상근의 다양한 성분들 즉 평활근 세포, 성장요인(growth factors), 세포 외 기질성분(extracellular matrix elements), 신경 및 신경절 세포, 신경세포 접합부(synapses), 신경지지세포(nerve supporting cells),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s) 및 카할 간질세포(interstitial cells of Cajal) 등에서 이상소견들이 보고되었다[7-12]. 또한 이 질환은 가족특유의 경향(familial tendency)이 있으나 멘델패턴을 따르지는 않는다[13]. 최근 Panteli[14]의 보고에서는 유전학연구로 이 질환의 유전자감수성자리(susceptibility loci)가 확인되었다고 하였으며 분자연구에 의해 평활근 세포에 신경분포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질환은 발병원인 자체가 다인성이므로 조사대상 지역, 시대, 종족에 따라 발생빈도가 다르다[15]. 서구에서는 발생빈도가 출생아 1,000명 중 2∼4명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인에서 보다 현저히 높으며, 남아에서 여아보다 발생 빈도가 3∼5배 높고 출생 순위에서는 첫째 아이에서 많이 발생한다[16-19]. Shim 등[20]에 의하면 다 인종으로 구성된 하와이에서 출생아 1,000명당 인종 별 발생빈도는 백인 1.9±0.2, 일본인 0.52±0.08, 푸에르토리코인 1.0±0.5, 한국인 0.8±0.8, 필리핀인 0.09±0.06이며 중국인에서는 11,274명의 출생아 중 한 예도 없다고 하였다. 최근 계절별 발생빈도에서 여름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을 근거로 발병원인으로 환경요인의 역할을 주장하기도 하였으나[21] 수유방법, 계절, 사회계층, 혈액형 등에 따른 발생빈도는 연구자에 따라 빈도 차를 다양하게 보고하고 있다[16,19,22-26].
환아들은 대부분 만삭아로 정상 평균 출생체중을 갖고 태어났으며 타 기형 동반율도 극히 낮을 뿐만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동반질환도 매우 드물어서 식도폐색증, 장이상회전, 횡격막탈장, 멕켈씨 게실, 직장항문기형 및 힐스프룽씨 병 등이 보고되었다[18,19, 24,27,28].
특징적인 임상양상은 무담즙성 구토, 상복부에서 촉지되는 올리브양 종괴, 상복부의 가시성 유동파 등으로 대체로 출생 후 3∼6주에 관찰된다[1,2,18,19]. 구토는 가장 중요한 증상으로 처음에는 수유후의 역류 정도이던 것이 곧 사출성으로 되고 자극과민성 위염 및 식도염으로 인해 토물에 피가 섞일 수도 있다. 구토가 지속되고 탈수가 일어남으로써 체내 전해질불균형 즉 저염소증 같은 알칼리증이 나타나고 더욱 심하여지면 저칼륨증 같은 대사변화와 체중감소나 기면 등이 나타난다. 구토 이외의 증상으로는 구강 섭취감소로 인한 변비, 체중감소, 황달을 동반할 수 있다. 이 질환의 2∼10% 정도에서 나타나는 황달의 원인은 비후된 유문부 종괴 및 팽창된 위에 의한 담도계의 압박, 간세포 미숙으로 인한 간 효소 활성의 저하, 알칼리증에 의한 효소 억제 등으로 설명되고 있으며 주로 간접 빌리루빈이 상승되고 특별한 처치 없이 유문협착증 수술 후 5∼10일에 자연 소실된다[18,29,30]. 상복부에서 촉지되는 올리브양의 종괴는 비후된 유문근으로 경험자에 의해서는 환자 대부분에서 촉지가 가능하며 특히 알칼리증과 저염소증을 동반한 환자에서 촉지율이 더 높고 종괴의 크기는 길이 2∼2.5 cm, 직경 1∼2 cm정도로 이 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필수요소로 간주되어 왔다[31,32]. 그러나 진단에 간편한 초음파검사가 이용되면서 영상학적 검사 전 신중한 복부촉진이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종괴 촉지율은 매우 낮게 보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구토증상이 심하지 않은 비교적 건강한 영아에서 조기에 초음파검사가 시행되므로 저염소증과 알칼리증 같은 전해질 불균형 동반률도 낮아져서 특징적인 증상발현에 변화가 있다[18,19,33].
영아기 비후성 유문협착증의 진단방법은 일차적으로 특징적인 무담즙성 사출성 구토 증상에 의하여 이 질환을 의심하고 상복부에서 비후된 유문근인 올리브양 종괴를 촉지하는 것이다[31]. 따라서 올리브양 종괴가 촉지되는 영아에서 영상의학적 검사는 여분의 검사로 간주되며, 진단이 불확실한 경우에 탈수 등 전신상태를 교정한 후 영상의학적 검사를 시행하여 확진 할 수 있다. 위장관 조영술에서는 유문 앞 전정부의 이완기능상실과 유문관의 길이가 길어진 ‘string sign’ 및 두꺼워진 유문근육이 위전정부로 튀어나온 ‘shoulder sign’ 등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영술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방사선조사를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경험 있는 전문가에 의해서만 진단민감도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34]. Teele과 Smith[35]에 의해 이 질환 진단에 처음 이용된 복부초음파검사는 민감도 97%, 특이성 99%의 높은 진단율과 검사시간이 짧고 비침습적이며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특별한 전처치 없이 시행이 가능하여 최근에는 신중한 이학적 검사에 우선하여 진단에 적용되고 있다[36]. 그러나 복부초음파검사도 시행자에 따라 진단율에 차이가 있으며 진단기준도 달라서 양성 값이 유문근의 두께 3∼5 mm 이상, 유문관 길이 12∼20 mm 이상으로 편차가 크다[37,38]. 또한 유문근의 두께와 길이에 대한 진단기준도 환아의 나이(일령)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한다[37].
비록 영아기 비후성 유문협착증의 진단을 위해서는 유문종괴가 만져지지 않는 환아를 위해서만 위조영술과 복부초음파검사가 유보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구토를 주소로 하는 영아에서 더 많은 빈도를 차지하는 위식도역류증, 우유알레르기, 유문연축 등과 감별하기 위해서는 영상의학적 검사는 조기에 시행될 수 밖에 없으며 이로 인하여 유문종괴를 확인하려는 복부촉진에 대한 진지함은 더욱 낮아지고 촉진율도 떨어진다[22].
우선적인 치료는 위 내용물을 토하여 초래된 탈수 및 저칼리움성, 저염소성 대사성 알칼리증을 적당한 수액과 전해질 보충으로 교정하며 비ㆍ위관을 삽입하여 위 내용물의 기관지내 흡인을 예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0.45% 식염수에 5% 포도당용액을 유지량의 1.5배 속도로 정주 후 소변배설이 확인되면 10∼30 mEq/L의 염화칼륨을 포함한 용액으로 교정하여 마취 후 나타날 수 있는 무호흡을 예방하여야 한다[39]. 탈수와 산-염기 및 전해질이 적당하게 교정될 때까지 수술은 연기되어야 하며 대부분의 경우 24시간 이내에 교정할 수 있다.
보편적으로 시행되는 고전적 수술방법은 Ramstedt에 의해 소개된 유문근절개술로 우상복부 횡절개에 의한 복직근 절단을 통하여 비후된 유문부 전면의 무혈관역(avascular area)에 종절개를 가하고 근육을 분리하여 점막층을 돌출시킴으로써 위출구를 넓혀주는 것이다[2]. 유문근 절개 시에 유문부 장막층과 외측 근육만을 칼로 절개하고 내측의 비후된 근육층은 수술칼손잡이 뒤끝으로 압박분절 시키면 유문점막층의 천공위험을 줄일 수 있으며, ‘Y-형 변형절개’와 Babcock 겸자를 이용한 외상성 유문근절개술(pyloric traumamyoplasty)을 함께 적용함으로써 유문근 절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40]. 유문근에 접근하는 수술창은 Fredet의 상복부 중앙종절개(midline laparotomy), Robertson의 우상복부 빗절개(oblique right upper quadrant incision), Rickham의 우상복부 횡절개 후 복직근 분리 절개(right upper abdominal transverse muscle- splitting incision) 등이 있다[39]. 1986년 Tan과 Bianchi[4]에 의해 소개된 배꼽주위절개 후 백색선을 거쳐 중앙선을 통한 복막강내 접근은 오늘날 많은 외과의사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우상복부 절개를 통한 유문근절개술과 비교하여 수술시간이 좀더 길고 창상감염, 절개창 탈장, 장막파열 등과 같은 합병증 발생율이 더 높다는 단점이 있으나 상처가 배꼽주름에 남아 있어서 나중에 거의 눈으로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미용효과가 탁월하다[41]. Alain 등[3]에 의해 처음 기술된 유문근절개를 위한 복강경적 접근은 개복술에 비하여 합병증발생률이 적고 수술 후 통증이나 구역, 구토가 적다고 보고되었으나[42], Adibe 등[43]은 복강경하 유문근 절개술이 유문부 점막의 천공과 불완전 유문근절개율이 더 높다고 하였다. 장ㆍ단점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복강경하 유문근절개술과 개복술 후의 회복기간에 의미 있는 차이는 없고 수술시간과 합병증에도 차이가 없다[44].
수술 후 처치로서 비위관은 천공이 없는 한 환아가 마취에서 회복된 후 회복실에서 제거하는 것이 좋다. 수술 후 반 정도에서 구토를 일으킬 수 있으나 이는 절개된 유문근에 2차적으로 발생한 부종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토물에 피가 섞이거나 심한 전해질결핍은 대부분 지속적이고 심한 구토로 인한 것이며 드물게는 불완전한 유문근절개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불완전 근절개로 인한 재수술은 2주정도 지연시키는 것이 좋으며 대부분 이 기간 내에 증상이 호전된다. 수술 후 경구투여 시기와 투여량은 수술 후 8∼12시간부터 먹일 수 있으나 대체로 수술 다음날부터 소량씩 먹이는 것으로 시작하여 점차 양을 늘려간다. 수술 후 합병증발생률은 창상감염과 수술 후 구토의 정의, 외과의사의 경험에 따라 편차가 크며 창상감염 0.3∼12%, 수술 후 구토 3∼60%, 점막 천공 0∼11.5%가 보고되고 있고 사망률은 0.4% 미만이다[18,19,39].
영아기 비후성 유문협착증의 수술치료가 보편화되기 전에는 고식적인 치료가 종종 시행되었으나 유문근절개술의 효과가 탁월하여 포기되었었다. 최근 수액 및 전해질 보충과 함께 아세틸콜린 억제제인 아트로핀을 정주하거나 구강 투여하는 고식적 치료가 유문근절제술과 비교하여 진료비용이 저렴하고 수술에 따른 합병증발생이 없다고 하여 재조명되었다[45,46]. 그러나 약물투여 중에는 숙련된 간호를 요하기 때문에 입원치료 기간이 길어져서 마취나 수술에 금기인 극 소수의 환아에서만 제한적으로 유문근절개술의 대체치료로 인정될 수 있다[3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