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말기신부전 환자에서 혈액투석으로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으나 혈액투석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이들 환자들은 여전히 높은 이환율을 보이고 있다[1]. 특히 작업이나 운동에 대한 능력이 떨어지며 심혈관계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관여하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carnitine의 결핍으로 알려져 있다[2,3]. L-carnitine (γ-trimethyl-ammonium-β-hydroxybutyrate)은 저분자의 수용성 물질로, 세포질에서 미토콘드리아 내로 장쇄지방산(long-chain fatty acid)의 이동과 베타산화(β-oxydation)의 역할을 담당한다 [4]. 따라서 정상적인 지방산 대사를 위해 세포내 적절한 농도의 carnitine이 존재해야 하며 횡문근과 심근에서 carnitine의 농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러 병적인 상황에서 carnitine의 근육 내 농도가 감소하여 이런 환자들에서 carnitine의 결핍이 운동능력저하나 심장기능저하 등과 관련이 있게 된다. 특히 혈액투석을 받는 신부전 환자 대부분에서 carnitine이 결핍되어 있는데, 결핍의 원인으로는 carnitine의 근원인 육류섭취 제한 등의 식이요법, 신실질 손상으로 인한 영향, 그리고 혈액투석중의 투석액을 통한 carnitine의 손실 등이 가능한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3,5].
실제 외국의 여러 연구들에서는 혈액투석환자들에게 L-carnitine을 주입하여 횡문근기능이나 운동능력을 강화시키며[6-9], 심근손상을 줄여 심박출량을 증가시키거나 좌심실비대를 호전시켰다고 보고된 바 있다[10-13]. 그러나 국내의 연구는 드물어 혈액투석환자에게 carnitine을 투여한 연구는 단지 두 개의 연구만이 보고되었는데, 하나는 본 연구자 등이 L-carnitine 투여와 빈혈과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가 있으며[14], 다른 하나는 L-carnitine 투여 후 지질검사의 변화, well-being sensation, 근육경련 등의 호전 여부 등을 관찰한 보고가 있다[15]. 그러나 아직까지 carnitine 투여와 심근기능과의 관계, 운동능력과의 관계를 살펴 본 국내 연구는 없어 본 연구자는 이전의 연구를 연장하여 심장초음파와 여러 가지 신경학적 검사를 이용하여 혈액투석 환자에서 L-carnitine의 투여가 이러한 지표들을 호전시킬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방 법
이 연구는 본 연구자 등의 이전 연구와 동일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였다[14]. 즉, 6개월 이상 정기적으로 주 3회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72명의 안정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청 carnitine치를 측정하여 그 측정치가 감소되어 있는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대상 환자들에게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서면으로 동의서를 받았으며 위약군 없이 대상환자들을 L-carnitine 투여 전후로 비교하였다. 대상환자를 선정함에 있어 심한 협심증, 간부전, 악성 고혈압, 종양을 가진 환자들은 제외하였고, 이전에 L-carnitine 투여를 받았던 환자들도 제외하였다. 연구시작 전에 72명의 투석 환자들의 혈액을 채취하여 혈청을 분리한 후 tandem mass spectrometry 방법으로 총 carnitine치와 free carnitine치를 측정하였다[16]. Acyl carnitine치는 총 carnitine치와 free carnitine치의 차이를 이용하여 계산으로 구하였다. 6개월간 L-carnitine을 투여 후 같은 방법으로 다시 한번 혈청 carnitine치를 측정하였다. 혈청 free carnitine치가 감소되어 있는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L-carnitine을 체중이 50 kg 이하의 환자들에게는 1.0 g, 50 kg 이상의 환자들에게는 1.5 g을 20% 포도당 20 mL 용액에 희석하여 6개월간 매 혈액투석 후에 3분에 걸쳐 정맥투여하였다.
본원 신경과 전문의가 환자를 면담하였고 신경학적 검진을 시행하였다. 면담과 검진은 L-carnitine 투여 전과 투여 후 6개월에 각각 시행하였다.
휴대용(hand-held) dynamometry (Tanita, Tokyo, Japan)를 이용하여 등척성근력을 측정하였는데, 집기능력(pinch power)과 악력(grip power)을 능한 손(dominant hand)에서 측정하였다. 각 환자에게 L-carnitine 투여 전과 투여 6개월 후에 각각 3회씩 측정하여 평균치를 구하였다.
Mayo clinic의 Dyck 등[17]이 제안한 방법으로 근력 약화의 증상, 감각 이상, 자율신경계 증상 등을 조사하여 가장 증상이 없는 0점에서 가장 심한 점수인 18점 사이의 점수로 점수화하였다.
Johns Hopkins 대학의 Cornblath 등[18]이 제안한 방법으로 근전도 등을 시행하여 신경병증의 중증도를 측정하여 0점에서 36점 사이의 점수로 표시하였다.
Schwab과 England [19]가 제안한 방법으로 일상생활의 활동능력을 측정하여 침대에만 누워있는 지극히 제한적인 경우를 0점, 모든 활동이 가능한 경우를 100점으로 하여 그 사이의 숫자로 점수화하였다.
결 과
72명의 혈액투석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57.29±12.97세였고, 평균 투석기간은 50.89±39.63개월(6∼199개월)이었다. 측정된 총 carnitine치는 평균이 35.62±21.7 µmol/L, 중간값은 30.95 µmol/L였고(참고치 28∼84 µmol/L), free carnitine은 평균 23.62±17.02 µmol/L, 중간값 19.15 µmol/L로(참고치 24∼66 µmol/L) 투석환자에서 감소되어 있었다. Acyl carnitine치는 평균 11.99±5.76 µmol/L, 중간값 10.50 µmol/L였다(참고치 4∼32 µmol/L). 72명의 환자 중 53명(74%)에서 free carnitine치가 24 µmol/L 이하로 감소됨을 보였다. Free carnitine치가 감소되어 있는 환자 중 40명에게 L-carnitine을 정맥으로 투여하기 시작하였는데 이 중 5명은 연구에서 중도 탈락되었고, 나머지 35명의 환자들은 6개월간 L-carnitine을 투여받았다. 35명의 환자들 중 남자는 15명, 여자는 20명이었고, 평균 연령은 56.71±13.81세였으며, 평균 투석기간은 50.88±41.27개월(6∼199개월)이었다. 대상환자 35명의 평균 free carnitine치는 L-carnitine 투여 전 19.04±7.12 µmol/L에서 6개월간 투여 후 267.23±69.94 µmol/L로 증가함을 확인하였고, 모든 환자에서 carnitine 투여에 따른 특별한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등척성근력 측정을 위해 집기능력과 악력을 측정하였다. 집기능력은 carnitine 투여 전 12.68±6.09 kg에서 투여 후 14.23±5.86 kg로 의미있게 향상되었지만(P= 0.002), 악력은 21.64±8.93 kg에서 21.00±8.88 kg로 투여 전후 차이가 없었다(P=0.167) (Fig. 1). 신경계 증상점수는 투여 전 4.18±2.52점에서 투여 후 3.06±2.66점으로 의미있게 호전되었다(P=0.002) (Fig. 2). 총 신경병증점수는 투여 전후 각각 10.47±7.77점과 9.91±8.67점으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P=0.266). 일상생활능력척도도 투여 전후 차이가 없었다(투여 전 79.71±16.79점, 투여 후 80.59±16.13점, P=0.32).
Carnitine 투여 전에 측정한 좌심실 박출계수는 65.26±7.56%였고 carnitine 투여 후 66.66±6.64%로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P=0.14) 전체 환자 중 기저 좌심실 박출계수가 60% 이하인 환자가 11명이었는데, 이 환자들만을 따로 분석해 보았을 때 이 환자들의 평균 좌심실 박출계수는 56.44±2.53%였고 6개월 간의 L-carnitine 투여 후 60.43±6.30%로 의미있게 향상되었다(P=0.03) (Fig. 3). 각각의 환자들에 대해 살펴보면 11명 중 2명을 제외한 9명의 환자에서 좌심실 박출계수가 호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 4).
고 찰
본 연구 결과 혈액투석 환자에서 6개월 간의 carnitine 투여 후 일부 신경학적 검사의 호전과 좌심실 박출계수의 호전을 관찰할 수 있었다. 투석환자들은 투석을 받지 않는 환자들에 비해 육체적으로 운동능력이 감소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20]. Ifuda 등[21]은 투석 환자들의 36%에서 타인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며 오직 32%의 환자만이 투석과 관련되지 않은 외부활동이 가능하다고 보고하였다. 특히 고령의 투석 환자에서 운동능력의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이러한 투석환자에서의 운동능력의 감소는 조혈호르몬의 투여로 빈혈을 호전시킴에도 크게 호전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여러 연구에서 조혈호르몬의 투여 후 빈혈이 호전되어도 최대산소소모량(maximum oxygen consumption, VO2max)으로 측정한 운동능력의 향상을 가져오지 못함을 보여주었다[22].
Carnitine이 근육의 대사에 관여하는 물질이므로 투석환자에서 이것의 투여로 다양한 운동능력의 호전을 보이는지에 대한 외국의 여러 연구들이 있다. 연구들마다 측정한 변수들은 다양하여 근전도검사, 근조직검사, 인체측정(anthropometries), 운동능력 측정, 투석중 근경련측정, 기능적 능력의 자가측정(self-reported functional capacity) 등을 지표로 하였다. 몇몇 연구들에서 L-carnitine투여가 이런 지표들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보고하였으나[23,24], 대부분의 연구들은 효과가 있었다고 하였다. Rocchi 등[6]은 근전도를 측정하여 7개월간의 carnitine 투여 후 근육기능이 호전됨을 보고하였고 Ahmad 등[7]은 다기관 무작위배정 이중맹검 연구에서 6개월간의 carnitine 투여가 상완의 근육량을 늘리고 투석중 근경련을 감소시켰으며 VO2max의 호전을 보였다고 보고하였다. 다른 연구에서도 6개월간의 carnitine 투여 후 대조군에 비해 VO2max의 호전을 보였고 Kidney Disease Questionnaire의 피로지수(fatigue scale)도 호전됨을 관찰하였다[8]. Siami 등[9]은 다른 종류의 설문조사를 이용하였는데 근육약화에 따른 활동의 제약을 점수화하여 대조군과 carnitine 군을 비교하였다. 그 결과 carnitine 투여군에서 기저 점수에 비해 상당한 호전을 보임을 관찰할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L-carnitine을 6개월 간 투여하면서 투여 전후로 신경계 증상점수와 총 신경병증점수를 측정하였는데 이 방법은 각각 Mayo와 Johns Hopkins 병원에서 만든 방법으로 그동안 그 가치가 입증되어 현재 여러 신경병증의 증증도를 측정하거나 추적관찰 등에 기준 척도로 쓰이고 있다[17,18]. 또한 본 연구에서 사용한 Schwab와 England [19]의 일상생활 능력척도는 원래 파킨슨병 환자에서 그 환자들의 전체적인 운동능력이나 기능을 보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파킨슨병에만 특이적인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장애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기 때문에 다른 신경병증이나 근육질환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 등척성근력은 dynamometry를 이용해서 측정할 수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hand-held dynamometry를 이용하였다. 이와 같은 여러 방법으로 측정한 결과 본 연구에서는 신경계 증상점수와 등척성근력 중 집기능력이 호전됨을 관찰할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 carnitine 투여 후 신경학적 검사소견이 모두 동일한 결과를 보이지는 않았다. 즉, 집기능력과 악력에서 일치하는 결과를 보이지는 않았으며 또한 신경계 증상점수와 총 신경병증점수도 모두 호전을 보이지는 않았다. 본 연구에서 그 이유는 명확하게 알기 어려우나, 다른 연구들을 참조할 때 이렇게 검사 별 차이를 보이는 것이 carnitine 자체의 특성은 아닌 것으로 생각되며 좀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연구가 필요하겠다.
심혈관질환은 투석환자에서 사망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1]. 특히 울혈성심부전은 투석환자에서 매우 흔하여 미국의 통계를 보면 40%의 투석환자들이 울혈성심부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25], 사망률의 독립적 예측임자임이 잘 알려져 있다[26]. 투석환자에게 L-carnitine을 투여하여 투석중 저혈압이나 울혈성심부전, 심실부정맥을 호전시키고자 하는 시도가 많이 있었다. 본 연구와 같이 심장초음파를 시행하여 좌심실 박출계수를 측정한 이전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van Es 등[10]은 투석중 저혈압을 보이는 환자들의 좌심실 박출계수를 측정하여 증상이 없는 환자들에 비해 좌심실 박출계수가 감소되어 있음을 확인하였고(0.30 vs. 0.52), 이 환자들에서 3개월간의 carnitine 투여 후 좌심실 박출계수가 0.30에서 0.42로 증가함을 보고하였다. 또한 Romagnoli 등[11]은 울혈성심부전으로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억제제나 디지탈리스 등의 약물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좌심실 박출계수가 0.45 이하인 투석환자들을 대상으로 2개월간 carnitine을 투여한 결과 좌심실 박출계수가 의미있게 호전되었음을 보고하였다. Matsumoto 등[12]은 6개월간 경구로 carnitine을 투여하였는데 이 경우에도 좌심실비대의 호전과 호흡곤란 등의 심장 증상의 호전을 관찰할 수 있었다. 반면 carnitine 투여 후 좌심실 박출계수에 변화가 없었다는 보고들도 있는데 이 연구들은 모두 기저 좌심실 박출계수가 정상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27,28]. 본 연구에서도 전체 대상환자들의 좌심실 박출계수의 기저치가 65.26%로 정상범위에 있어 이 환자들에게 carnitine을 투여 후 측정한 좌심실 박출계수가 66.66%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좌심실 박출계수가 60% 이하인 환자들을 따로 분석하였을 때 carnitine 투여 후 의미있는 호전을 보여 다른 연구들과 일치하는 결과를 관찰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위약군이 포함되지 않은 연구라는 점에서 제한점이 있으나 L-carnitine을 투석환자에게 투여한 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신경, 근육증상, 운동능력 및 좌심실 박출계수 등을 측정한 연구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L-carnitine을 투여하는 동안 특별한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고 좌심실 박출계수와 일부 신경증상, 근력 등의 호전을 보여 앞으로 울혈성심부전을 갖거나 운동능력이 저하된 투석환자에서 L-carnitine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