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식도 위 접합부는 해부학적으로 식도-위 경계 부위를 기준으로 상하 5 cm이며, 병리조직학으로는 식도의 편평 상피 세포와 위의 원주상피 세포간의 전이가 일어난 부위로 정의한다[1]. 따라서, 식도 위 접합부는 식도 점막과 위 점막이 공존하는 부분으로 볼 수 있으며, 여기서 발생한 선암은 이러한 특성 때문에 식도암과 위암의 두 가지 특성을 모두 반영하고 있다[2]. 식도 위 접합부 선암의 표준 치료는 수술이지만, 수술에 따른 위험성이 높아 조기 병기를 보이는 경우 다양한 내시경 절제술로 치료할 수 있다[3].
저자들은 식도 위 접합부의 조기 선암을 내시경 점막절제술로 치료한 증례를 경험하고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한다.
증 례
77세 여자가 1년 전부터 시작된 식욕저하, 체중감소, 소화불량에 대하여 지역병원에서 시행한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에서 식도 위 접합부의 폴립이 관찰되어 폴립 절제술을 위하여 본원으로 의뢰되었다. 환자는 역류 증상이나 흉부 작열감을 호소하지는 않았다.
과거력에서 10년 전부터 고혈압으로 약물 복용 중이었고, 3년 전 퇴행성 관절염으로 왼쪽 무릎의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았다. 흡연력, 음주력 및 가족력에서 특이 소견은 없었다. 입원 당시 활력징후는 혈압 138/75 mmHg, 맥박 72회/분, 호흡 20회/분, 체온 36.6oC로 안정적이었다. 진찰소견에서 의식은 명료하였고, 급성 병색은 보이지 않았다. 심음과 호흡음은 정상이었고, 복부는 부드러웠으며 복부 압통이나 반발통은 없었다. 장음은 정상이었고, 장기 비대나 만져지는 종물은 없었다. 전혈 검사는 백혈구 6,600/mm3, 혈색소 12.7 g/dL, 혈소판 260,000/mm3으로 정상이었다. 그 외 간 기능 검사, 신장 기능검사, 혈액 응고검사를 포함한 검사실 소견도 모두 정상이었다. 종양표지자인 CA 19-9는 10.95 U/mL였고, CEA도 2.5 ng/mL로 정상범위였다.
본원에서 시행한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에서 식도 위 접합부에 약 1.0×1.5 cm 크기의 폴립이 관찰되었지만, 식도 점막 결손과 같은 역류성 식도염에 해당하는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Fig. 1). 폴립 표면에 백태가 관찰되었으나 궤양은 동반되지 않아서 보초 폴립으로 생각하였으나,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내시경 생검을 시행하였다. 위장에는 점막의 미만성 위축성 변화가 관찰되었고, 위 체부에 4∼5 mm 크기의 과증식성 폴립들이 다수 관찰되었다. 십이지장은 정상 소견이었다. 내시경 생검 검사 결과 식도 위 접합부 폴립은 잘 분화된 선암으로 판명되었다. 병기 결정을 위하여 시행한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에서 림프절 종대나 원격 전이는 관찰되지 않았고(Fig. 2),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에서도 특이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림프절 전이나 원격 전이가 없는 식도 위 접합부 선암으로 진단하고, 환자의 나이가 고령인 점을 고려하여 수술보다는 내시경 절제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상부 위장관 내시경 선단에 투명 캡을 장착한 후, 식도 위 접합부 주위의 점막하층에 넓게 생리식염수를 주입하고 내시경 선단에 장착된 캡 내강으로 병변을 흡인하여 올가미로 병변을 포획하는 캡 장착 내시경 점막절제술을 통해 병변을 완전 절제하였다(Fig. 3). 내시경 절제 후 삼출성 출혈이 관찰되어 헤모클립으로 지혈하였다. 내시경 점막절제술로 제거된 조직은 2.0×1.7×0.9 cm 크기의 중등도 분화를 보이는 선암이었다(Fig. 4). 병변은 대부분 점막층에 국한된 선암이었으며, 일부에서 500 mm 깊이의 점막하층 침윤이 관찰되었으나, 림프관 및 혈관 침윤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절제면의 경계에 침윤이 없는 완전 절제였다.
내시경 점막절제술을 시행한 후 환자는 복통이나 출혈과 같은 합병증이 관찰되지 않았으며, 양호한 상태로 퇴원한 후 외래에서 추적 관찰 중이다.
고 찰
식도 위 접합부 선암은 Siwert와 Stein[1]이 제안한 분류방법에 따라 해부학적인 식도 위 경계 부위를 기준으로 상하 5 cm을 식도 위 접합부로 정의하고, 선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상부 1∼5 cm까지를 I형, 하부 2∼5 cm까지를 III형, 그리고 중간 부분을 II 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식도 위 접합부에서 발생한 선암의 병기는 2010년에 새롭게 발표된 미국 암 연합 위원회(American Joint Committee on Cancer, AJCC) 7판에 따라 식도암의 병기를 따르고 있다[4]. 따라서, 이번 증례의 경우 위치는 II형으로 분류할 수 있고, 중등도 분화를 보이는 선암으로 IA 병기(T1N0M0)로 분류할 수 있다.
식도 위 접합부 선암은 바렛 식도, 흡연, 음주 등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증례에서는 알려진 위험 인자가 전혀 없이 선암이 발생하였기 때문에, 고령에서 역류성 식도염의 소견 없이 관찰되는 식도 위 접합부 폴립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위암의 발생률은 감소하거나 정체되고 있는데 반하여, 식도 위 접합부 선암은 서구에서 증가하고 있다[5]. 일반적으로 식도 위 접합부 선암의 예후는 불량한데, 식도 위 접합부 선암의 생물학적 특성이 공격적이고 주변 림프절 전이가 조기에 발생하기 때문이거나[6], 대부분 연하곤란과 자각증상이 늦게 나타나서 진행암으로 발견되어 치료가 늦어지기 때문이다[7]. 하지만, 이번 증례처럼 조기에 발견된다면 예후가 좋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식도 위 접합부의 조기 선암이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이번 증례와 같이 다른 동반 소견 없이 식도 위 접합부의 폴립 형태로 관찰될 경우 위 식도 역류질환과 연관성이 많은 보초 폴립(혹은 보초 주름)으로 오인할 수 있다. 보초 폴립은 위 식도 역류질환과 동반되어 흔히 관찰되며, 식도 위 접합부의 융기된 폴립으로 관찰되는데, 조직학적으로는 염증성 용종이나 과형성 용종이다. 보초 폴립은 일반적으로 양성 병변이며, 역류성 식도염에 대한 치료 후에도 대부분 남아 있어서 이 병변을 꼭 제거할 필요는 없다. 이번 증례에서는 식도 위 접합부의 조기 선암으로 의심하지 못하고, 보초 폴립으로 생각하고 조직 검사를 하였다가 선암으로 진단되었다. 보초 폴립은 일반적으로 꼭 조직학적 생검을 시행할 필요는 없지만, 조직학적 소견에서 장상피화생을 보이는 경우가 7%이고, 약 11%에서 바렛 식도와 연관된 이형성증의 소견을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8], 보초 폴립에 대한 내시경 생검은 조직학적인 감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식도 위 접합부 선암의 표준 치료는 수술적 식도 절제술이며, 수술 후 재발률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수술은 3∼5%의 사망률, 18∼48%의 이환율, 30∼40%의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고, 수술 후 30일 이내의 사망률이 3∼5%일 정도로 위험할 수 있다[9]. 따라서, 최근 내시경 시술의 발전과 함께 식도 위 접합부의 조기 선암에 대한 내시경 절제술이 수술을 대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로 보고되고 있다[3].
내시경 절제술의 방법에는 내시경적 점막절제술과 내시경적 점막하층 박리술이 있다. 내시경적 점막절제술의 경우 시술이 간편하고, 합병증이 드물며, 크기가 작은 병변에 대해서 양호한 치료 효과가 보고되고 있지만, 병변의 크기에 따라 일괄 절제율, 완전 절제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한계점이 있다. 반면 내시경적 점막하층 박리술은 20∼30 mm 크기의 병변에서 약 90%, 30 mm 이상의 병변에서 80% 이상의 완전 일괄 절제율을 보여, 내시경적 점막절제술에 비해 우수한 치료 성적을 보인다. 또한 기존 내시경 점막절제술 방법으로 치료가 불가능하든지, 종양 내부에 궤양 반흔이 동반된 경우와 이전에 내시경 절제술 반흔에서 재발한 경우 등에서도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내시경적 점막하층 박리술은 시술에 숙련이 많이 필요하고, 시술 시간이 길며, 출혈이나 천공 등의 합병증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시술 시간이 길수록 시술과 연관된 합병증의 가능성이 높으며, 병변의 위치가 근위부에 위치 할수록, 병변의 크기가 클수록, 점막하층 섬유화가 동반된 경우 시술 시간이 유의하게 증가한다. 따라서 병변의 특성 및 시술자의 경험 등을 고려하여 시술 방법을 선택하여야 한다[10]. 본 증례의 경우 환자가 고령이며, 병변이 근위부에 위치하여 시술 시간이 길어질 위험이 있고, 병변의 크기가 20 mm 미만으로 내시경적 점막절제술로 충분히 절제할 수 있는 병변으로 판단되어 내시경 점막절제술을 시행하였다.
내시경 점막절제술은 식염수를 점막하층에 주입한 후 병변이 융기되면 올가미를 이용하여 절제한다. 식도 위 접합부의 해부학적 위치 때문에 올가미를 이용한 절제술을 병변에 정면으로 적용하기가 어려워, 투명 캡을 내시경 선단에 부착하여 투명 캡 내로 병변을 흡인한 후 병변을 절제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방법을 1990년 초반에 고안된 캡 장착 내시경 점막절제술이라고 하며, 내시경 선단부에 장착하는 투명 캡은 병변의 모양과 직경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10].
내시경 시술 전 병변의 평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병변의 침윤 깊이인데, 이는 림프절 전이를 예측할 수 있는 요소 중 병변의 침윤 깊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평가하기 위한 중요한 검사 중 하나가 내시경 초음파검사이다. 내시경 초음파검사의 침윤도 판정의 정확성은 71∼92%로 보고되며, 평균 83% 정도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병변의 침윤 깊이 평가에 있어 내시경 검사의 전반적인 정확도가 78%로 높고, 점막층 또는 점막하층 침윤의 구별에도 정확도가 높아, 내시경 초음파 검사에 비해 정확도가 낮지 않음이 보고되었다[10]. 본 증례의 경우 내시경 초음파검사는 시행하지 않고 내시경 검사만 시행하고 내시경 점막절제술을 시행하였다.
내시경 절제술은 수술과 비교하여 비교적 안전한 시술이지만, 내시경 절제술 후 즉시 출혈, 지연 출혈, 협착 및 드물지만 천공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내시경 점막절제술은 수술에 비해 합병증의 빈도가 낮고, 90% 이상 완치된다는 보고가 있었기 때문에, 림프절 전이가 없고 점막층에 국한된 조기 식도암 환자의 치료에 효과적이다[11]. 이번 증례에서도 내시경 절제술 후 삼출성 출혈이 관찰되었으나, 헤모클립을 이용하여 쉽게 지혈할 수 있었고, 천공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점막에 국한된 식도암의 림프절 전이 빈도는 편평상피암은 1%로 알려져 있고, 바렛식도에서 발생된 선암의 경우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2]. 그러나, 점막하층까지 침윤한 경우에는 림프절 전이 빈도가 19%까지 증가하였다[13]. 본 증례에서는 주로 점막암이었고, 영상의학적 검사와 양전자방출단층촬영에서도 국소 림프적 전이는 의심되지 않았지만, 500 mm 깊이의 점막하층 침윤이 국소적으로 관찰되었기 때문에 추적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증례는 보초 폴립으로 오인할 수 있는 식도 위 접합부의 조기 선암에 대해 투명 캡을 장착한 내시경 점막절제술을 이용하여 성공적으로 치료한 증례이다. 역류성 식도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소견이 없는 식도 위 접합부의 폴립에 대해서는 이번 증례와 같은 병변을 감별하기 위한 내시경 생검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며, 식도 위 접합부의 조기 암에 대해서는 내시경 절제술이 좋은 치료 방법으로 제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