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비브리오 균은 염화나트륨의 자극에 의해 증식이 활성화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해수에서 증식되며 해수에 의한 오염이나, 해산물 섭취에 의해 감염되는 경로를 가지고 있다[1]. 비브리오 종의 대표적인 균으로는 Vibrio cholerae, V. parahaemolyticus 등이 있으며 이 두 균은 보통 장염을 잘 일으키며 5% 미만에서 패혈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 또 다른 균주로는 V. vulnificus가 있는데 이는 보통 간질환이나 면역결핍 환자에서 괴저를 형성하거나 봉와직염(cellulitis), 패혈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균주이다. V. cholerae의 경우 봉와직염 및 괴사성근막염(necrotizing fasciitis)에 대해 드물게 보고된 바가 있으나[2-4], V. cholerae에 의한 패혈증과 봉와직염이 침 시술(acupuncture) 후 발생한 경우는 현재까지 보고된 예가 없었다. 따라서, 저자들은 침 시술 후 양측 하지 부종을 주소로 내원한 간경변 환자에서 봉와직염, 패혈증의 균주로 non-O1, non-O139 V. cholerae가 검출되었던 1예를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56세 남자가 1주일 전부터 전신 피로감 및 양측 하지의 쇠약감 있던 중 내원 2일 전 양측 하지에 침 시술을 받았고 이후 양측 하지 부종과 통증, 열감 있어 본원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서울에 거주하는 환자로 7년 전 당뇨, 3년 전 고혈압, 4년 전 B형 간염 진단 받았고 2006년 간세포암 발병하여 간동맥 화학색전술 4회, 고주파 치료 1회 시행 받았다. 당뇨와 고혈압에 대하여는 경구 약제 복용 중이었고 특별한 가족력은 없었다. 응급실 내원 당시 급성병색을 보였고 혈압은 108/66 mmHg, 맥박수는 105회/분, 호흡수 15회/분, 체온은 38.9°C였다. 결막은 창백하지 않았고, 공막에 황달 있으며, 혀와 입술은 탈수 소견 보였고 피부의 긴장도는 감소하였다. 신체 검진상 심음 및 폐음은 정상이었고 양측 하지에 열감, 부종이 있었으며 피부병변은 갈색으로 착색되어 있었다(Fig. 1).
말초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17,440/mm2 (중성구 91.1%), 혈색소 12.1 g/dL, 혈소판 54,000 mm/mm3이었다. 혈청 전해질 검사에서 나트륨 127 mEq/L, 칼륨 4.5 mEq/L, 염소 95 mEq/L, 총 이산화탄소 19 mEq/L이었고, 혈청생화학검사에서 혈중요소질소 41.1 mg/dL, 크레아티닌 1.43 mg/dL, 총단백 6.2 g/dL, 알부민 2.2 g/dL, AST 146 IU/L, ALT 43 IU/L, total bilirubin 6.8, ALP 62 IU/L, direct bilirubin 3.9 mg/dL였다. ESR 44 mm/hr과 CRP 130 mg/dL는 증가소견 보였고 혈액응고검사상 PT 38%, aPTT 34.4 sec였다. 심전도상 동성 빈맥소견 보였으며, 흉부 X-선 검사에서는 양측성 흉막 삼출 관찰 되었다.
환자는 고열과 빈맥, 백혈구증가소견 보여 전신성염증반응증후군(systemic inflammatory response syndrome)에 합당한 소견이었고 양측 하지 부종과 열감, 피부색 변화 등으로 봉와직염에 의한 패혈증 진단하에 수액공급과 항생제 치료를 시작하였고 내원 7시간 후에는 혈압강하소견 보여 승압제인 norepinephrine 사용을 시작하였다. 항생제는 piperacillin/tazobactam과 teicoplanin을 사용하였다. 입원 당시 시행한 혈액배양검사상 non-O1, non-O139 V. cholerae가 동정되었으며 환자는 설사 등 위장관염 증상 보이지 않았고 최근 해산물 복용력이나 여행력은 없었다. 자동화 장비인 Vitek-2 (bioMerieux Inc., Hazelwood, MO, USA)를 사용하여 V. cholerae에 대한 항생제 감수성검사와 최소억제농도(minimal inhibitory concentration)를 측정하였고 ampicillin, 3세대 cephalosporin, levofloxacin, piperacillin 등 검사한 모든 항생제에 감수성을 보였다. 환자는 내원 이후 5일간 teicoplanin을 유지한 후 중단하였고 piperacillin/tazobactam은 2주간 유지하면서 봉와직염 호전되고 이후 시행한 혈액배양검사에서 균 음전되어 퇴원하였다. 환자는 두 달 후 간경화에 의한 위장관 출혈 및 간신증후군으로 간이식 시행 받았으며 이후에도 복막염과 요로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입원 치료 하였으나 V. cholerae는 다시 동정되지는 않았다.
고 찰
Vibrio균은 그람음성균으로 곡선, 막대의 형태를 띄며 Vibrionaceae과에 속한다. 이 중 주로 설사 등 급성위장관염을 일으키는 V. cholera는 200개 이상의 혈청형으로 나누어지며 이는 세포표면 지질다당류(cell surface lipopolysaccharide)의 O항원에 의해 결정된다. O1과 O139 혈청형의 V. cholerae가 사람에서 풍토성 콜레라를 일으킬 수 있으며 non-O1, non-O139 V. cholera는 위장관염을 일으키지만 풍토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5].
Non-O1, non-O139 V. cholerae에 의한 패혈증은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고 보통은 간경변, 혈액암, 당뇨, 면역저하환자에서 보고 되어왔다[1-3,5,6]. 국내에서는 non-O1, non-O139 V. cholerae에 의해 발생한 봉와직염 2예[7,8], 괴사성 근막염 1예[9], 고름근육염(pyomyositis) 1예가[10] 보고된 바 있으며 이 중 3예가 본 환자에서처럼 간경변 환자에서 발생하였다. 만성간질환 환자는 세균감염 위험이 높아지게 되는데 이는 체액성 면역반응 및 다핵형백혈구의 기능장애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구체적으로는 항체기능장애, 보체의 결핍, 옵소닌작용(opsonization)의 저하, 쿠퍼세포(Kupffer cell)와 단핵구의 작용감소 등이 간경변 등 만성간질환 환자에서 세균감염에 취약한 원인이 된다[11]. 또한, 간질환이나 혈색소침착증(hemochromatosis)환자에서 V. vulnificus감염에 취약한 이유에 대해 몇몇 연구들에서는 이들 질환에서 철의 대사가 감소하는 것이 연관이 있다고 제시하였다[12,13]. 따라서, 본 환자에서 동정된 V. cholerae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5년 간 간경화 환자에서 확인된 non-O1 V. cholera 균혈증을 분석해 보았을 때 익히지 않은 해산물 섭취나 해수의 접촉 없이 감염된 경우가 21명 중 12명이었으며[1], 본 환자의 경우도 V. cholerae의 감염을 의심할 만한 기왕력은 없었다.
본 환자의 경우에는 괴사성 근막염으로는 진행하지 않아 수술적 치료 없이 봉와직염과 패혈증에 대해 항생제 치료만으로 호전된 경우이다. Non-O1, non-O139 V. cholerae의 균혈증 및 연부조직감염은 흔하지 않아 적절한 항생제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지만 일반적으로 V. cholerae감염이 있을 때는 tetracycline, fluoroquinolone, macrolide 등을 사용할 수 있다[14]. 본 증례의 특이점은 환자가 해산물 섭취나 해수에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침 시술 후 피부를 통하여 세균의 직접감염이 진행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데 이는 이제껏 보고된 바 없는 증례로 감염의 다른 경로를 시사하는 소견으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