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척추동맥 박리는 청장년기에 발생하는 뇌졸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경측부나 후두부의 통증을 동반한 소뇌 또는 연수의 경색과 그로 인한 현훈, 복시, 소뇌실조, 구음장애와 같은 중추신경계 증상들이 척추동맥 박리의 주된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1]. 박리된 척추동맥에서 죽상경화성 병변이 형성되고 이에 유발된 색전에 의해 뒤대뇌동맥이나 앞척수동맥의 폐색이 발생하여 양상지의 근력약화를 보인 보고도 있다[2]. 하지만 척추동맥 박리가 일측 상지를 침범하는 목신경근병증(cervical radiculopathy)로 발현된 예는 보고된 바가 많지 않다[3-8]. 저자들은 두개강외 척수동맥 박리로 인해 목신경근병증을 보인 두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45세 남자가 5일간 지속된 왼쪽 팔의 근력저하와 경부 좌측면부터 어깨로 방사되는 통증을 주소로 내원했다. 고혈압, 당뇨병, 편두통 등의 기저질환력, 가족력, 흡연력, 약물 복용력 및 최근 외상력은 없었다. 내원 5일 전부터 왼쪽 목과 어깨의 통증과 왼쪽 팔의 저린 느낌이 있어서 인근병원에서 보존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되지 않았다. 이후 왼손으로 컵을 들 수 없었고, 왼쪽 경부와 어깨 통증이 악화되어 내원하였다.
신경학적 검사 결과, 의식은 명료했고 개별 뇌신경검사는 정상이었다. 왼쪽 어깨관절의 외회전, 외전, 내전 및 왼쪽 팔꿈치관절의 굴절 운동에서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등급 1의 근력저하가 있었다. 왼쪽 제5 경수 피부분절을 따라서 60% 감각 저하가 있었고, 왼쪽 두갈래근(biceps brachii)과 상완요골근(brachioradialis)의 심부건반사가 유발되지 않았다. 왼팔 세갈래근(triceps)과 다른 사지 근육들에서 행한 심부건반사는 정상이었다. 병적반사는 없었다.
전혈구, 간기능, 신장기능, 갑상선기능, 전해질, 혈당, 지질 및 혈액응고검사를 포함하는 혈액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심전도 검사와 흉부 X선에서 이상소견이 없었다.
상완신경총 병변 및 목신경근(cervical nerve root) 병변 등을 감별하기 위해 신경전도검사를 시행했다. 정중신경의 운동신경전도검사에서는 F파를 포함하여 이상소견이 없었으며, 왼쪽 손가락-손목, 손바닥-손목 분절에서 정중신경의 감각신경전도속도가 각각 36.6 m/sec, 33.0 m/sec로 경미한 감소가 있었다. 동일 분절에서 감각신경의 복합신경활동전위 진폭도 경미한 감소를 보였다. 오른쪽 척골신경, 왼쪽 정중신경과 척골신경의 신경전도검사는 정상이었다. 근전도검사 결과, 좌측 가시위근(supraspinatus), 삼각근, 두갈래근, 상완요골근, 원엎침근(pronator teres) 및 경추 제5~6 척추기립근(paraspinal muscle)에서 양성예파를 비롯한 탈신경전위들이 나타났고 최대 근수축시 간섭양상이 감소되어 있었다. 이에 제5~6 목신경근병증이 시사되었다.
목신경근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구조적 병변 유무를 규명하기 위해 경추 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시행했다. T2 및 T1 강조영상에서 왼쪽 척추동맥의 내벽은 두꺼워져 있고 그 내강은 좁아져 있어 척추동맥 박리의 가능성이 제기되었다(Fig. 1). 상세 평가를 위해 3차원 경부단층촬영을 행했던 결과, 왼쪽 척추동맥이 제6 경추 횡돌기공(transverse foramen) 안으로 진입하기 전부터 제2 경추 횡돌기공을 통해 나오기 전까지의 내강이 좁아져 있고, 조영증강되는 테두리를 가진 저음영이 내강을 둘러싸고 있어 척추동맥 박리를 시사했다(Fig. 2). 확진을 위해 시행한 동맥내 뇌혈관조영술에서 왼쪽 척추동맥 V2 분절의 내강이 좁아져 있으나 V3 분절부터 정상 혈관 직경을 보였다(Fig. 3). 다른 두개강 내외 혈관들은 정상이었다.
임상양상과 검사소견으로 미루어 목신경근병 증상을 보이는 왼쪽 척추동맥박리 가능성이 높으리라 판단되어 항응고치료를 시작했다. 경구 항응고제 복용을 유지한 상태에서 증상 발생 10개월 후 왼쪽 어깨관절 외전, 내전, 신전과 팔꿈치관절 굴절의 운동근력이 MRC 등급 4 이상으로 호전되었다.
54세 여자가 오른쪽 팔의 위약감을 증상으로 내원하였다. 고혈압, 당뇨병 등 기저질환과 흡연력, 가족력, 경구피임제 복용력 및 외상력은 없었다. 내원 10일 전부터 오른쪽 후두부에 통증이 발생하여 인근 병원에서 보존적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되지 않았다. 이후 찌르는 듯한 두통이 지속되었으며 오른쪽 아래팔과 엄지손가락의 감각이 둔해졌고 오른팔 위약이 발생하여 내원하였다.
신경계 진찰에서 의식 및 뇌신경기능의 이상소견은 없었다. 오른쪽 어깨의 내전과 외전 및 팔꿈치 관절의 굴절과 신전 운동에서 MRC 등급 4의 근력저하가 관찰되었다. 오른쪽 제5-6 경수 피부분절을 따라 왼쪽에 비해 70%로 촉각과 통각이 감소되어 있었다. 심부건반사는 오른쪽 상완 두갈래근과 상완요골근에서 저하되어 있었으며, 다른 사지 근육에서 유발한 심부건반사는 정상이었다.
전혈구, 간기능, 신장기능, 전해질, 혈당, 당화혈색소, 지질, 혈액응고, 소변검사 및 항호중구항체, 항사구체 기저막항체, 류마티스 인자를 포함한 면역혈청검사는 정상이었다. 심전도와 일반흉부 X-선에서 특이 사항은 없었다.
신경전도검사에서 F파를 포함하여 운동과 감각신경전도는 모두 정상이었다. 근전도검사에서 오른쪽 두갈래근과 경추 제6 척추기립근에서 비정상 자발전위가 관찰되어 오른쪽 제6 목신경근병증의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경추 자기공명영상검사 시행 결과, T2 및 T1 강조영상에서 오른쪽 척추동맥 내벽이 두꺼워져 있고 내강이 좁아져 있어 척추동맥박리가 의심되었다(Fig. 4). 뇌혈관조영술에서 오른쪽 척추동맥 V2 분절의 혈관벽이 불규칙적이었고 내강의 협소화가 관찰되었다(Fig. 5). 오른쪽 척추동맥의 나머지 분절들과 다른 두개강 내외의 뇌혈관들은 정상이었다.
환자는 경구 항응고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면서 임상증상의 안정화를 보였으며, 1년 후 시행한 전산화단층 혈관조영검사에서 오른쪽 척추동맥 박리가 호전되었다(Fig. 6).
고 찰
동맥박리는 혈관내막이나 외막에 손상이 발생하면서 주행하던 혈액이 혈관벽을 구성하는 층들 사이로 침투하여 혈관벽내 혈종(intramural hematoma)이나 가성동맥류(pseudoaneurysm)를 형성한 상태를 말한다. 혈액이 혈관벽의 내막과 중막 사이에 집적될 경우 내강의 협소화를 야기하며, 중막과 외막 사이에 혈종이 생길 경우 혈관의 가성동맥류 확장이 발생한다[9].
척추동맥 박리는 발생 위치에 따라 두개강내 박리와 두개강외 박리로 나뉘며, 두개강외 박리가 더 호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두개 기저부와 제2 경추 사이에서 가장 잘 발생하는데 이 부위의 관절운동 범위가 크고 주위 골격 구조와 연접하여 척추동맥 혈관이 위치하기 때문이다[10]. 두개강외 박리의 경우, 후두부와 목 부위 통증과 함께 허혈 손상에 기인한 국소 신경증상들이 나타나는 경과가 전형적이며 가쪽숨뇌경색(lateral medullary infarction)과 소뇌경색 증상이 가장 흔히 나타난다. 한편 두개강내 박리가 발생했을 때는 지주막하출혈이 잘 발생한다[9,11].
대개 중추신경계 증상으로 발현하는 척추동맥 박리가 단일 상지 근위부의 방사통과 운동결손과 같은 말초신경병성 증상을 보이는 경우는 보고된 예가 많지 않았는데[3-8], 본고에서는 척추동맥 박리와 연관되는 목신경근 손상으로 인해 일측 상지 통증과 근력약화 및 척수 피부분절 패턴을 따르는 감각저하를 보였던 두 증례를 보고하였다.
일반적으로 척추동맥 박리에 의해서 목신경근 손상이 발생하는 기전은 다음의 두 가설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가성동맥류 확장으로 인해 박리된 척추동맥이 목신경근을 압박할 수 있다. 정상 척추동맥은 6번 경추의 횡돌기공으로 들어가서 더 상부 경추들의 횡돌기공에 둘러싸여 주행하는데, 목척수신경은 척수간공(intervertebral foramen) 사이로 주행할 때 척추동맥의 후면에 인접해 있으므로 척추동맥의 직경이 증가할 경우 목신경근에 직접적인 물리적 압박을 야기할 수 있다[8,12]. 본고에서 보고한 증례의 경우 영상검사에서 척추동맥 내강의 협소화가 주로 관찰되었고 혈종 형성이나 가성동맥류 확장이 뚜렷하지 않아 물리적 압박 기전 이외 또 다른 설명 기전이 필요하였다. 즉 척추동맥의 박리로 인해 목신경근의 허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척수 신경근들에 대한 혈류 공급은 여덟 개 이상의 뿌리동맥(radicular artery)에서 주로 담당하는데, 이들 중 목 부분의 뿌리동맥은 척추동맥에서 기원하여 경추 6번과 8번 사이의 높이에서 주행하고 있는 앞척수동맥과 연결된다[13]. 따라서 척추동맥 박리가 일어났을 때 혈관 내벽의 노출로 인해 혈전이 형성되어 관련 동맥들의 허혈이 발생할 수 있는데, 몇 가지 증례를 통해 목신경근에 혈류를 공급하는 뿌리동맥 및 신경혈관(vasa nervorum)의 허혈이 척수동맥 박리로 인해서 발생될 수 있다고 보고되어 왔다[4,5]. 한 증례는 척추동맥 박리로 인한 목신경근병증이 여러 경추 레벨에 걸쳐서 감각운동 복합 증상으로 나타났음을 보고하였는데, McGillion 등[7]은 이런 광범위 목신경근병증의 경우 물리적 압박 기전보다는 신경혈관의 허혈 기전에 의해서 더 잘 설명될 수 있다고 하였다.
소뇌 및 연수의 허혈 경색이 흔히 알려져 있는 척추동맥 박리의 임상 증상이지만 척추동맥 직경의 증가로 인한 목신경근의 물리적 압박 또는 신경혈관 허혈에 기인한 목신경근병증도 드물게 나타날 수 있다. 잘 설명되지 않는 급성 두통이나 경부 통증을 동반하여 목신경근병증이 나타나는 경우, 척추동맥을 포함한 혈관 상태에 관심을 기울이고 중추신경계 증상 동반 유무를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