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유방암은 현재 우리나라 여성에서 갑상선암 다음으로 발생률이 높으며 점차 증가하고 있다. 조기 진단과 치료법의 발달로 사망률은 다소 감소하고 있으나 전이성 유방암은 완치가 불가능하며 이로 인한 합병증은 유방암 연관 사망의 주원인으로 작용한다. 유방암 환자의 약 6%에서 진단 당시 전이를 가지고 있고 근치적 치료를 시행한 후에도 상당수의 환자들에서 재발이 발생한다. 국소재발보다 원격전이가 더 많으며 호발 전이 부위는 뼈, 간, 폐이고 위전이는 낮은 빈도를 보여[1] 국내에서는 6예 만이 보고되었고[2-7] 대장전이는 위전이보다 더 드물며[8] 국내에서는 위전이와 동반된 1예 만이 보고되었다[5].
저자들은 우측 유방암으로 유방 절제술을 받고 재발하여 항암치료 등을 시행하며 추적관찰 중이던 환자에서 최초 진단 10년 후에 위장관 출혈로 위전이가 발견되었고 이후 배변양상 변화로 직장전이를 발견하여 내시경 하 조직검사로 유방암의 전이를 확진하였던 흥미로운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63세 여자환자가 완화적 항암치료를 위하여 내원하였고 수일간의 흑색변을 호소하였다. 10년 전 본원에서 우측 침윤성소엽암종으로 변형근치유방절제술을 시행받았다(Fig. 1). 당시 면역조직화학검사결과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양성, HER-2/neu 약양성 소견을 보였다. 이후 타병원 전원하여 CMF 항암치료(cyclophosphamide, methotrexate, 5-fluorouracil) 및 방사선치료, tamoxifen 을 이용한 호르몬치료 시행하였으며 이후 갈비뼈, 쇄골뼈 등의 전이로 수차례 약제를 변경하여 항암치료를 시행하였다. 항암치료 중 범혈구감소증으로 골수검사 진행하였으며 암세포의 골수 침윤이 진단되어 doxorubicin, cyclophosphamide 항암치료 중으로 연고지 관계로 본원으로 전원되었다.
내원 당시 활력 징후는 정상이었고, 우측 유방은 수술로 모두 절제된 상태였고 좌측 유방에는 종괴가 없었고, 액와림프절과 경부림프절은 촉지되지 않았다. 상복부촉진에서 종괴는 만져지지 않았다.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1,900/mm3, 혈색소 8.7 g/dL, 혈소판 27,000/mm3으로 범혈구감소증을 보였고 총 단백 5.8 g/dL, 알부민 3.4 g/dL, 알칼리포스파타제 51 IU/L, AST 27 IU/L, ALT 27 IU/L, LDH 522 IU/L이었다. 종양표지자는 CEA 3.5 ng/mL, CA 15-3 339 IU/mL로 증가되어 있었다.
위내시경 검사 시행하였으며 위체중부와 위체상부에 미만성암(linitis plastica) 소견 보였고, 분문부에 중심이 함몰된 넓은 편평융기의 병소가 관찰되어 Borrmann type IV의 진행성위암 의심 소견을 보였다(Fig. 2A). 조직검사를 시행하였고 부분적으로 반지모양 세포형태(signet ring cell feature)를 동반한 저분화형 선암종(adenocarcinoma, poorly differentiated) 소견이었다. 그러나 추후에 시행한 면역조직화학검사결과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양성, HER-2/neu 약양성 소견을 보여 원발부위가 유방암인 전이암으로 진단되었다(Fig. 3).
이후 촬영한 복부 컴퓨터 단층 촬영에서 위체부와 전정부의 위벽이 전반적으로 두꺼워진 소견과 함께 항문직장 접합부 및 직장상부의 벽도 두꺼워져 있는 소견이 관찰되었다(Fig. 2B). 직장내시경 및 조직검사 시행하였으며 직장내시경 상 점막부종 및 불규칙한 융기, 경한 내강의 협착 소견 관찰되었다(Fig. 2C). 조직 검사에서는 저분화형 선암종 소견 보였고, 면역조직화학검사결과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양성, HER2/neu약양성 소견을 보여 위와 마찬가지로 유방암의 전이로 진단되었다(Fig. 4). 양전자방출단층촬영에서는 원발병소 및 전이 병소의 비정상적인 FDG 섭취증가 소견은 보이지 않아 위장관에만 전이된 것으로 판단되었고 5차 요법 3회 doxorubicin, cyclophosphamide 항암치료 유지하였다.
5개월 후 변이 가늘게 나오는 배변양상 변화로 대장내시경 추적검사 시행하였으며 이전의 장관전이는 악화소견 보였으나 장 통과는 가능하여 스텐트 삽입술은 시행하지 않았고 cisplatin, vinorelbine으로 약제 변경하여 6차 항암치료 진행하였다. 이후 항암치료에 반응이 없어 안드로겐 호르몬 치료 시행하여 유지 중으로 환자는 최초 위전이 발견된 지 17개월 경과한 지금까지 위출혈의 재발이나 배변양상의 변화 등의 증상 없으며 종양 표지자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로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고 찰
유방암에서의 위전이는 매우 드물어 약 6%로 추정되며 유방암으로 사망한 환자들의 부검결과 8~15%에서 위장으로의 전이를 보였다는 보고도 있다[1]. Cifuentes 등[8]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유방암으로 사망한 707명 중 부검결과 16%에서 위장관 전이를 발견하였으며 이중 위로 전이된 경우가 69명(10%), 소장 64명(9%), 대장 57명(8%) 순이었다. 국내에서는 위전이로 6예가 보고되었으며[2-7], 그 중 1예에서 대장전이를 동반하였다[5]. 유방암의 위전이는 대부분 비특이적인 증상을 호소하며 방사선학 검사나 내시경검사 소견으로는 위암, 림프종, 위염, 위미란 등과 구별이 매우 어렵다.
문헌 고찰을 통해 국내에서 보고된 유방암의 위전이의 증례들을 살펴 본 결과 본 증례를 포함하여 7예 보고되었다(Table 1).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54.7세(48~66세)였으며 유방암 진단 당시 좌측 유방암(71%)이 더 많았고 유방암 발생 후 위전이가 진단되기까지의 기간은 진단 당시부터 17년까지로 광범위했다. 임상양상은 소화장애, 복부 불편감, 복통, 요통 등의 비특이적인 증상이 대부분이었으며 출혈을 동반한 경우가 본 증례 포함하여 3명 있었다. 치명적인 출혈을 동반한 예는 없었다. 조직학적 소견은 소엽암종 3명, 관암종 3명이었고 1명의 조직형은 보고되지 않았다. 4명에서 항암치료를 시행하였고 3명에서 항암치료와 호르몬 치료를 병용하였으며 동반된 전이병소로는 다발성 골전이가 5명으로 가장 많았다. 본 증례 포함하여 2명에서 대장전이를 동반하였고 이전 증례에서는 장폐색으로 스텐트 삽입술 및 장루술 시행하였으며 본 증례에서도 장관벽의 침범으로 인해 대장의 직경이 좁아져 있는 소견 보였으나 완전폐색 소견은 보이지 않아 스텐트 삽입술이나 장루술은 시행하지 않았다.
국외에서는 2000년에 Taal 등[9]이 51명의 위전이를 동반한 유방암 환자를 분석하여 보고하였다. 평균 연령은 56세(35~73세)였고 유방암 진단 당시 우측 유방암(66%)이 더 많았으며 유방암 발생 후 위전이가 진단되기까지의 기간은 2개월부터 17년 6개월까지였다. 12%의 환자들에게서 출혈 소견을 보였으나 치명적인 출혈 소견을 보인 환자는 없었고 1명에서 천공이 발생하였다. 그 외 나머지 환자들은 비특이적인 증상, 오심(71%), 상복부 복통(53%), 구토(41%)를 보였다. 내시경 소견은 미만성 침윤이 57%로 가장 많았으며 외부압박(25%), 국소병변(18%) 순이었고 조직학적 소견은 소엽암종 36명(70.6%), 관암종 10명(19%)으로 보고되었다. 동반된 위장관 외 전이로는 골전이 30명(59%), 복막전이 12명(24%), 간전이 10명(20%), 폐전이 9명(18%), 뇌전이 5명(10%)이었다. 대장직장전이가 동반한 예는 9명(18%)에서 발견되었다. 장폐색으로 인한 우회 수술이 4명(8%)에서 시행되었고 항암치료는 15명(29%), 호르몬 치료는 14명(27%), 병용요법은 8명(16%)에서 시행, 각각 치료 반응률은 40%, 36%, 75%였다. 안드로겐 호르몬 치료는 2명에서 시행하였으나 반응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유방암의 75%는 관암종이고 10~20%는 소엽암종으로 관암종이 더 흔하나 유방암의 위전이는 반대로 소엽암종에서 더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8]. 위전이의 조직 소견은 원발 유방암의 조직 형태에 따라 달라져 소엽암종이나 미분화 암종으로부터 위전이일 경우에는 증식 위벽염(linitis plastica)형태의 원발 위암과 유사한 소견을 보이고 관암종으로부터 위전이일 경우는 분화가 불량한 장형의 원발 위암과 유사하다[4]. 증식 위벽염의 형태를 띠며 점막하층에 침윤되어 있는 경우에는 겸자생검으로 조직을 얻기가 어려울 수 있으며 내시경적 점막 절제술을 통하여 조직을 얻은 사례도 국내에서 보고된 바 있다[6].
원발성 위암과 유방암의 위전이를 감별하는 것은 유방암에서 항암치료, 호르몬치료 등 시행시 생존기간의 연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하지만 단순 조직 소견만으로는 구분이 어려울 수 있으며 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gross cystic disease fluid protein 15 (GCDFP-15) 등의 면역조직화학검사를 통해 원발성 위암과 유방암의 감별진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자궁내막암, 전립선암, 폐암 등에서도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양성으로 나타날 수 있고 원발 위암에서도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32%, 프로게스테론 수용체가 12% 양성으로 나타나므로 호르몬 수용체만으로 감별진단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아포크린 조직을 갖는 유방암에서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를 갖는 GCDFP-15가 양성종양, 폐, 대장, 난소, 자궁내막, 위, 전립선, 간, 식도, 신장에서 기원한 암에서는 양성을 나타내지 않으므로 감별진단에 도움을 준다. 본 증례에서는 GCDFP-15 면역조직화학검사를 시행하지 않았으나 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에 양성이었고 유방암의 나쁜 예후 인자로 알려져 있는 HER-2/neu에 양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 또한 유방암의 위전이를 지지해 주는 소견으로 생각된다.
유방암의 위전이에 대한 치료는 화학요법이나 호르몬 치료를 시행해 볼 수 있고 방사선 치료는 위 분문부에 국소적으로 침윤되어 있는 경우에만 사용한다[4]. Taal 등[9]은 전신요법에 46%에서 반응하였고 치료에 따라 항암화학요법이 40%, 호르몬 요법이 36%, 병합요법이 75%에서 반응하였다고 보고하였으며 위전이 진단 후 평균 생존율은 10개월, 2년 생존율은 23%이었다. 그러나 출혈, 폐색, 천공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며 일부에서는 합병증이 발생한 이후 위장관 전이를 발견하여 위장관 전이가 동반되지 않았을 경우에 비해 불량한 예후를 가진다.
유방암의 골수 침범은 흔하여 30~60%까지 보고되나 골수부전은 드물다. 본 증례의 환자에서 발생한 골수침범으로 인한 골수부전은 불량한 예후를 예측하게 한다. 유방암의 골수침범으로 범혈구감소증을 일으켰던 예는 소수에서 증례보고 되었다[10]. 심한 범혈구감소증이 있을 경우 보다 불량한 예후를 가지며 항암치료와 호르몬치료를 실시할 수 있으나 반응이 없는 군에서는 생존기간이 1.1~4.8개월, 치료에 반응이 있는 군에서는 6~12개월로 보고된 바 있다. 본 증례의 환자에서도 항암치료 중 범혈구감소증을 보여 항암치료의 합병증으로 인한 골수억제와 유방암의 골수침범을 감별하기 위해 골수검사를 시행하였으며 골수검사 상 다량의 암세포들이 발견되어 골수침범으로 인한 골수부전에 더 합당한 소견으로 항암치료를 지속하였다. 이러한 불량한 예후가 예측되는 인자들에도 불구하고 본 증례의 환자는 위장관 전이 및 골수침범을 진단 받은 이후 17개월 이상 생존하고 있으며 오히려 주관적인 증상은 좋아지고 있고 종양표지자는 감소하고 있다.
유방암의 위장관 전이는 흔하지 않으며 발현초기 증상의 모호함과 내시경 소견의 특성으로 인해 그 진단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전에 많은 치료를 받은 환자라 할지라도 일부 환자에게서는 화학요법 및 호르몬 치료에 반응하며 생존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으며[9] 또한 조기에 의심하여 발견 시에는 출혈, 폐색, 천공 등의 위장관 전이로 인한 합병증을 막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으므로 유방암 환자가 비특이적인 위장관 증상을 호소할 때에는 위장관 전이를 의심해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