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Neisseria cinerea는 1906년 처음 기술되었으나 그 당시에는 Branhamella catarrhalis로 잘못 분류되었고 이후 수회의 명칭 변경을 거쳐 현재 Neisseria species로 분류되었다. N. cinerea는 주로 인두구부에 상재하는 비병원성 그람 음성 쌍알균으로 N. gonorrhoeae와 배양적 측면 및 생화학적 측면에서 유사한 특징을 가진다[1]. 비병원성 균이지만 N. cinerea는 원내 폐렴, 임파선염, 직장염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어 있고[2-5], N. cinerea에 의한 뇌수막염은 매우 드물며 국내에서 보고된 사례는 없었다. 급성 세균성 뇌수막염의 원인균은 주로 Streptococcus pneumoniae, N. meningitidis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6-9]. 저자들은 기저질환이 없는 환자가 발열, 두통, 구토 및 의식저하를 주소로 내원하여 N. cinerea에 의한 급성 세균성 뇌수막염 진단하에 항생제 치료 후 완치된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국내 첫 증례로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특이병력 없는 15세 남자가 내원 10일 전부터 감기 증상이 있어 내과의원에서 약물 치료를 하던 중 2일 전부터 발열, 두통이 생기고 하루 전부터 구토 10회, 설사 1회, 복통이 지속되다가 내원 당일 의식 저하로 응급실 방문하였다. 내원 당시 의식은 기면 상태였고 활력징후는 혈압 109/65 mmHg, 맥박 118회/min, 호흡수 20회/min, 체온 37.9°C, 신체 진찰 상 전반적인 복부 압통 및 경부 강직 소견, Kernig 징후 양성 소견 관찰되었으나 피부 발진은 없었다. 일반혈액검사상 헤모글로빈 14.7g/dL, 백혈구 34,240/μL, 중성구 91.1%, 혈소판 180,000/μL, C 반응성 단백 21.37 mg/dL, 포도당 106 mg/dL, 뇌 및 복부, 골반 컴퓨터단층촬영을 시행하였으나 특별한 이상 보이지 않았다. 급성 뇌수막염 의심하 뇌척수액 검사 시행하였고 개방압력 210 mmH2O, 적혈구 200/mm3, 백혈구 8,320/mm3, 중성구 84%, 포도당 34 mg/dL, 단백질 236 mg/dL으로, 급성 세균성 뇌수막염으로 의심하여 ceftriaxone 2 g, vancomycin 1 g을 12시간마다 정맥주사로 경험적 항생제 치료 시작하였다. 입원 2일째에는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은 모두 호전 되었고, 발열도 더 이상 없었다. 입원 4일째에는 뇌척수액 배양 결과 혈액배지에서 그람음성쌍구균이 관찰되었고, catalase, oxidase 양성을 보여 VITEK NH Card (bioMerieux Inc., Durham, NC, USA)로 동정한 결과 N. cinerea로 동정되었다. S. pneumoniae, N. meningitidis는 검출되지 않았고, 혈액배양검사에서 균이 동정되지 않았다. Ceftriaxone 유지하여 10일 치료하였고 치료 11일 후 시행한 뇌척수액 추적 검사 결과 적혈구 0/mm3, 백혈구 0/mm3, 포도당 66 mg/dL, 단백질 30 mg/dL로 완치되어 후유증 없이 퇴원하였다.
고 찰
본 증례에서는 발열, 두통, 의식저하 및 경부강직 등 급성 세균성 뇌수막염을 의심할 수 있는 임상 증상들이 확인되었고[7,10,11], 의식저하의 원인 중 뇌 안의 종양 및 농양 등 뇌 탈출증(herniation)을 유발하여 뇌척수액 검사시 합병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경우를 배제하기 위하여 뇌 컴퓨터단층촬영을 시행하고 이상소견이 없음을 확인하였다[12,13]. 뇌척수액 검사 소견 상 중성구 증가증과 함께 N. cinerea가 무균 체액상 동정되었고 이에 부합한 뇌수막염 임상증상이 있었기에 이를 원인균으로 판정하였다.
뇌수막염의 발생 기전은 크게 혈행성 전파와 직접적인 뇌수막 접촉에 의한 전파로 나눌 수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선행하는 바이러스성 감염에 의해 손상된 점막 표면을 통해 세균 감염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4]. 본 증례의 경우 혈액배양 검사에서 음성이고 10일 전 감기증상이 선행한 것을 고려했을 때, 인두구부에 상재하는 세균이 직접적으로 뇌수막을 침범한 것으로 판단된다.
N. cinerea는 주로 인두구부 점막에 상재하는 비병원성 세균으로 병원성 폐렴, 임파선염, 직장염, 화농성 결막염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1-4]. N. cinerea가 뇌수막염을 일으킨 증례는 1995년에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보고되었고, 17세 특이병력 없는 남자로 싸움으로 인해 2개의 치아가 탈구된 후 12시간 뒤 40°C 고열이 발생하고 뇌척수액 및 혈액 배양 검사에서 N. cinerea가 배양되어 ceftriaxone 치료 후 완치된 것으로 기술되었다[2]. 문헌 고찰 결과 상기 증례를 제외하고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N. cinerea 뇌수막염에 대해 보고된 바는 없다.
국내의 청소년기 급성 세균성 뇌수막염의 주된 원인균은 S. pneumoniae와 N. meningitidis로 알려져 있으며, Haemophilus influenzae는 Hib 백신 접종률 증가로 인해 11% 정도로 감소되었다[6-9]. 일반적인 지역획득 뇌수막염에서 S. pneumoniae가 원인인 경우 사망률은 19%~37%이고 생존자의 최대 30%에서 신경학적 후유증이 보고되었으며, N. meningitidis가 원인인 경우 사망률은 3%~13%, 이환율은 3%~7%이었다[6,15]. N. cinerea 뇌수막염의 경우 병력, 주요 증상, 치료 경과 및 예후 등의 측면에서 N. meningitidis에 비해 비교적 경한 양상으로 나타났고 항생제에 잘 반응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본 증례 및 프랑스의 증례 두 경우만으로 이를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본 증례는 이전에 건강했던 환자에서 감기 증상 이후에 N. cinerea가 뇌수막염을 일으킨 사례로 항생제 치료 후에 특별한 후유증 없이 완치되어 국내 첫 증례로 보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