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신경외과 의사는 선천성 기형, 외상, 종양, 혈관질환, 신경계 감염, 뇌졸중 또는 척추의 퇴행성 질환을 포함한 중추신경 및 말초신경계 장애의 진단 및 외과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이다. 신경외과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 혹은 의학전문대학원을 마치고 의사 국가고시를 통과한 뒤 1년의 수련의 과정을 수료하면 전공의 과정에 진입할 수 있다. 전공의 과정에서는 응급실, 입원환자 관리와 신경외과 주요 수술을 배운다. 전문의가 된 후 세부 전공을 위해 전임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 중 뇌혈관 질환을 치료하는 뇌혈관 세부 전공의 신경외과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관별 교육과정과 개인의 역량과 필요에 따라 개두술을 요하는 전통적 수술 및 혈관내 수술을 함께 교육받는다. 기관과 개인의 상황에 따라 수술 전임의와 혈관내 수술 전임의를 동시에 하는 과정을 가지기도 하고, 수술 전임의를 마친 후 혈관내 수술 전임의(이러한 경우에는 영상의학과 전임의로 근무하게 되기도 한다.) 과정을 가지거나 순서를 바꾸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 아래 수술도 하면서, 혈관내 치료도 하는 이른바 hybrid neurosurgeon이 탄생하게 되었고, 그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관의 특성에 따라 수술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혈관내 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신경외과 의사도 물론 다수 존재한다.
본 론
뇌혈관외과 의사가 다루는 질환의 대표 질환으로 뇌동맥류가 있는데, 뇌동맥류 치료를 하는 방법은 개두술을 하고 뇌동맥류 클립 결찰을 하는 전통적 수술방법과, 혈관내 치료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보존적 치료는 현재까지 뚜렷이 알려진 바는 없으며, 파열 위험을 낮추기 위한 일차예방인 금연교육, 혈관질환의 위험인자 관리 등의 환자교육을 할 수 있을 뿐이다.
Guglielmi Detachable Coil (Boston Scientific, Fremont, CA, USA)을 통한 뇌동맥류 색전술이 Guglielmi 등[1]에 의해 1991년에 소개되고, 1996년 국내에 도입된 이후로, catheter, wire, microcatheter, microwire 등 기구의 발전과 detachable coil, stent, flow diverter, flow disruptor 등 재료의 발전으로 뇌동맥류의 혈관내 치료 분야는 빠르게 발전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수술 고위험군 대상으로 시행되었던 코일 색전술이, 최근 많은 발전을 거듭하면서 동맥류 혈관내 치료의 적응증이 점차 확대 되어 2012년부터는 동맥류 클립결찰술의 수를 넘어서게 되었다[2]. 이에 발맞추어 혈관내 치료를 하는 의사의 수도 빠르게 증가하게 되었는데, 국내에서 혈관내 치료의 시작은 neuroradiologist에 의해 대다수 시행되었지만, 많은 뇌혈관 신경외과 의사들이 혈관내 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관여하게 되면서 빠르게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3].
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급성뇌경색의 치료는 많은 기관에서 신경과 의사들에 의해 이루어졌고, 적응증에 따라 정맥내혈전용해술을 시행하거나, neuroradiologist와 함께 혈관내재개통 치료를 하는 전문 치료 분야가 있다. 혈관내재개통 치료 또한 뇌동맥류 치료와 함께 혈관내 치료의 대표적 치료로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2013년에는 1,103례였으나 매년 증가하여 2016년에는 약 2,723례로 추정하였다[2]. 혈관내 치료에 참여하는 신경외과 의사 역시 증가함에 따라, 급성뇌경색의 혈관내 치료에 다수의 신경외과 의사가 참여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뇌졸중을 전공하는 신경과 의사들도 혈관내 치료에 참여하고 있다. 더불어 제한된 적응증이기는 하지만, 혈관내 치료를 24시간까지 가능하게 만든 DAWN trial (DWI or CTP Assessment with Clinical Mismatch in the Triage of Wake-up and Late Presenting Strokes Undergoing Neurointervention with Trevo trial) [4]과 16시간까지 연장시킨 DEFUSE 3 (Endovascular Therapy Following Imaging Evaluation for Ischemic Stroke 3 trial) [5]이 성공함에 따라 국내 권고에서도, 증상 발생 6시간에서 24시간 이내의 급성뇌경색 환자의 혈관내 치료에 대해 추가하였다[6]. 이렇게 대상 환자가 늘어나고, 이와 발 맞추어 치료를 할 수 있는 의사의 수요도 늘어남에 따라 빠른 속도로 신경과 의사도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빠르게 혈관내 치료 인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영상의학과, 신경외과, 신경과의 각기 다른 바탕에 기반을 둔 의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기관과 개인의 성격과 역할에 따라 이 모든 과의 의사가 함께 혈관내 치료에 참여하는 기관도 있고, 질환별로 나누어 참여하는 기관도 있으며, 특정 과가 주도하는 기관도 있다. 학술단체 상황을 살펴보면, 1994년 중재적신경방사선과학 연구모임으로 시작한 대한신경중재치료의학회, 1994년부터 준비하여 1996년 대한뇌혈관내수술연구회로 시작한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 뇌졸중학회 산하 연구회인 재관류치료연구회 등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진 학회들이 존재한다. 바야흐로 혈관내 치료의 전성시대, 혹은 춘추전국시대인 것이다. 그렇다면,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의 영역을 지원하기도 하고, 공유 혹은 공존하기도 하고, 해석에 따라 침해하고 침해당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신경외과 의사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전통적 수술 영역과 혈관내 치료 영역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인력의 질 관리 및 교육 관리가 필요하다. 전공의 특별법에 의해 전공의 근무시간의 감소와, 이에 따른 전임의 이상 전문의의 업무 과중으로 전공의 수련의 요구 사항은 감소하면서, 전문의들의 교육 연구 및 역량(여력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겠다)도 함께 감소하고, 이로 인해 전임의 수련을 포기하는 전문의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또한, 신경외과 전문의가 증가, 일•이차 예방의 발달, big 5 병원의 쏠림 현상, 혈관내 치료의 비중 증가 등에 의해 특정 기관을 제외하고는 신경외과 전문의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수술 환자의 수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시대에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전통적 수술 영역을 담당하는 의료인력 양성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며 계획된 인원에 대한 고도의 전문적인 교육에 힘써야 할 것이다. 어쩌면 다수의 standardized hybrid surgeon은 인구 구성당 필수적 인원으로 우리의 의료 현실에 기여하고 있으나,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고도화된 수술 인력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것 역시 신경외과 의사의 사명이다. 전통적인 신경외과 의사로서의 역할은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Hybrid neurosurgeon에서 더 나아간 convergence neurosurgeon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일례로, 신경외과 영역의 특정 질환 환자군을 살펴보도록 하자. 응급실에서 생사를 다투는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 출혈 환자는, 재파열을 막기 위한 개두술 및 뇌동맥류 결찰술 혹은 혈관내 치료인 뇌동맥류 색전술을 받는다. 이후 중환자실 치료를 받게 되고, 무사히 급성기가 끝나면 일반병실로 전동한 뒤에 퇴원을 하여 외래 추적을 하게 된다. 환자의 신경학적 상태에 따라 재활의학과로 전과한 뒤 요양병원 등으로 전원을 하는 환자들도 생기고, 이후 사회로 복귀하거나 그렇지 못한 환자들로 예후를 분류하게 된다. 소위 좋은 예후로 분류되어 일상으로 복귀한 환자들 중 다수는 수면 이상을 겪고, 우울감을 경험하고, 불안증을 겪는다. 일부는 매우 심한 증상으로 중재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며 이것이 건강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큰 요인이 된다. 어떤 이들은 인지기능 저하가 발생하여 경미한 경우는 환자가 조금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지만, 심각하게는 일상을 영위하는데 어려운 점이 생기기도 한다.
많은 외과계 의사들이 바라는 것처럼, 우리들도 외국의 경우처럼 수술하고 난 뒤 내과계 의사로 구성된 중환자 의학 의사가 환자 관리를 하고, 병실에서는 입원 전담 전문의의 관리를 받으며, 퇴원 후에는 또 그에 맞는 일차의가 관리하게 되는 환경을 몹시도 바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신경외과 의사들은 수술 이후의 내과적, 신경과적, 정신과적 측면의 전 생애적인 관리를 직접 담당해야 하는 현실에 처해있다. 신경외과 의사들은 충실한 조정자이며 계획자로의 역할을 하고, 일차예방, 이차예방을 위한 치료를 하고, 질환과 연관된 수많은 증상들을 조절해야 한다. 때로는 일차의의 역할처럼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질환과 연관된 증상에 대해 우리 자신이 연구하고,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신경외과 바탕의 중환자 의학 전문가가 있어야 하고, 신경외과 바탕의 입원 전담 전문가가 있어야 하고, 신경외과 바탕의 역학자, 신경외과 바탕의 신경정신질환 전문가, 신경외과 바탕의 기초 연구자 등이 있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뇌동맥류라는 특정 질환만 보아도 이러할 텐데, 우리가 다루는 더 많은 질환들에서도 유사한 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융합인재를 요구하는 현 시대에서, 신경외과 의사도 고도로 세분화함과 동시에 융합하고 확장하는 전문가가 되어야할 것이다.
결 론
의학이 발전하고 기구가 발달하면서, 같은 질환에 대한 치료법이 변화하고 그에 따라 의사의 역할도 달라진다. 비단 신경외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여 나타난 것이 수술도 중재 시술도 유연하게 해내는 hybrid neurosurgeon일 것이다. 각기 다른 전공을 기반으로 같은 영역의 학문을 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바람직하다. 서로의 조력자이며, 경쟁자이고, 감시자가 되면서 우리 의료계 발전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신경외과 의사도 hybrid neurosurgeon에 머무르지 않는, convergence neurosurgeon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더 세분화하고 동시에 확장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우리가 맡은 환자들을 돕는 일이고, 우리 사회를 돕는 일이며, 우리 자신을 돕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