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성별(sex)과 젠더(gender)는 건강과 참살이(well-being)에 있어 중요한 결정 요소이다. 성별은 신체적/생리적 특성과 연관된 인간과 동물의 생물학적 속성으로, 염색체, 유전자 표현형, 호르몬 기능, 생식/성 해부학을 포함한다[1]. 또한, 생물학적 속성과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여성 또는 남성으로 분류한다.
젠더는 여성, 남성, 그리고 다양한 젠더의 사회적으로 구성된 역할, 행동 및 정체성을 말한다[1]. 젠더는 사람들이 자신과 서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어떻게 행동하고 상호작용하는지에 영향을 미치며, 사회에서의 권력과 자원 분배에도 영향을 미친다. 젠더는 보통 양분적(여자/남자)으로 잘못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개인이 자신을 인지하고 젠더를 표현하는 방법을 결정하는 젠더 정체성과 표현들은 매우 다양하다. 부록 1에 성별, 젠더 및 관련 용어의 색인을 제시하였다.
성별과 젠더는 다양한 방식으로 건강과 참살이에 영향을 미친다. 둘 다 환경적·직업적 위험, 위험 감수 행동, 의료에 대한 접근성, 건강을 추구하는 행동, 의료 서비스의 활용 및 경험에 대한 인지, 그리고 질병 유병률과 치료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약제의 약리 역학과 약 동역학이 성별에 따라 다르므로 부작용도 다르고 치료 효과 또한 영향을 받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성별과 젠더는 건강에 중대한 결정 요인이 된다[2].
연구 수행 시 성별 및 젠더 편견
연구 전반에서 성별과 젠더의 중요성을 인지하는데도 지식의 격차가 지속하는 중요한 이유는, 과학적 관심이 특정 성별이나 젠더에 국한되는 일반적인 성향과 성별에 따른 범주화가 가능한 생물체에 성별의 해체를 적용할 수 없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3–6].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여성 관련 격차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1]. 심혈관 치료 임상시험에 관한 Cochrane Reviews에 따르면 258건의 임상시험에서 총 실험 참가자 중 여성은 27%뿐이었다[7]. 더 중요한 것은 남성과 여성 모두를 모집한 임상시험의 단 3분의 1만이 젠더 기반 분석을 보고했다[8]. 10년 동안 Pain 학술지에 출판된 동물 연구의 79% 이상은 수컷만을 대상으로 했으며, 겨우 4%만이 성별에 따른 차이를 연구했다[9]. 이처럼 연구 대상으로 여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1997년과 2001년 사이에 미국 시장에서 철회된 10가지 처방 약 중 8개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큰 피해를 주었다[10]. 최근 사례로는 미국 식품의약처에서, 여성들은 zolpidem 부작용이 남성보다 더 크기 때문에 기존 복용량의 1/2을 권장한다고 발표했다[11]. 이 모든 사례에서 성별과 젠더에 기반한 분석을 했더라면 승인 전에 남성과 여성의 약물 적용 가능성과 투여량 판단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가 마련되었을 것이다.
성별과 젠더에 기반한 분석을 수행하지 못하는 현상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발생한다. 공학 분야에서는 자동차 좌석 개발에서 남성과 여성의 생리학 및 해부학적 차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여 자동차 사고 시 여성 탑승자들의 목 부상(whiplash injury) 위험이 남성보다 더 커지게 되었다[12,13]. 비록 젠더 격차(gender gap)라는 용어가 여성에게 더 많이 사용되었지만, 성별과 젠더에 기초한 분석이 남성의 건강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 또한 주목해야 한다. 남성과 여성을 모두 모집하는 연구가 증가하고 성별 및 젠더 특이적 데이터가 보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책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3]. 성별과 젠더의 차이에 관한 관심 부족은 우리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혁신을 위한 기회를 놓치게 한다. 성별과 젠더의 잠재적 차이와 유사성을 이해하고, 기술 혁신의 인수 및 영향, 적용 가능성을 탐구하며, 인식의 가변성(cognitive variability)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얻는다면, 반드시 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보다 혁신적인 접근법과 더 나은 해결책으로 이어질 것이다.
학술지 편집자의 역할과 편집 정책
편집자들은 과학의 문지기로서 연구 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윤리적 기본 틀을 제시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출판되는 정보의 양이 계속 증가하면서 출판 논문의 품질에 대한 우려도 커져, 학술지 편집자, 출판사 및 전문가 협회들이 이에 대한 세부 지침을 마련하여 사용하곤 한다. 윤리적 검토 절차는 이제 인간과 동물 연구에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학술지의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학술지의 의무사항 준수 정책이 미치는 영향은 임상시험 등록[14]이라든가 preferred reporting items for systematic reviews and meta-analysis(PRISMA) 지침 도입 후 체계적 검토 보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명확하게 입증되었다[15]. 또 다른 예로는 Consolidated Standards of Reporting Trials(CONSORT) 지침이 점진적으로 채택됨으로써 무작위대조시험 관련 보고가 개선되었다[16,17]. PRISMA와 CONSORT에 이어 동물 연구를 위한 ARRIVE 지침을 포함하여 많은 다른 보고 지침이 개발되었다[18]. 정책의 실행과 집행은 여전히 중요한 도전이지만 학술지는 연구 자료의 성별과 젠더 특이적 분석이 정례화되도록 촉진함으로써, 보고되는 자료의 품질과 투명성을 향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2011년 미국 의학한림원(US Institute of Medicine, IOM)이 주최한 "과학 연구의 성별 특이적 보고" 워크숍에서, 젠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연구 결과 보고를 개선하기 위해 학술지와 학술지 편집자가 다루어야 할 주요 쟁점이 확인되었다[3]. 그 예로 성별 특이적 데이터 분석의 필요성과 학술지 정책상 연구의 설계와 보고에 성별과 젠더 고려 사항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활용 가능한 근거를 바탕으로 2010년 미국 IOM의 한 위원회는 국제의학학술지 편집위원회(International Committee of Medical Journal Editors, ICMJE)를 비롯한 편집자들에게 임상시험 결과를 보고하는 모든 논문에서 남녀를 별도로 분석해야 한다는 지침을 학술지에 채택하도록 권고했다. 이후에 ICMJE는 성별과 젠더 보고에 관련하여 더욱 활발하게 지침을 발표하고 있으며, 연구자가 모든 연구 유형에 대표 모집단을 포함하도록 권장할 뿐만 아니라 기타 연관된 인구학적 요인 관련 기술적 분석 및 성별에 의한 결과를 보고할 것을 권고했다[19]. 연구에 있어서 남성, 여성(및 기타 모집단)이 충분히 참여하고, 적절한 분석 및 투명하고 완전한 연구 결과의 보고가 이뤄지려면 연구비 후원처, 연구자, 논문 심사자와 편집자 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20]. 비록 편집자는 보통 연구 과정 후반부에서 연구가 이미 끝나고 데이터가 분석된 후에 참여하게 되지만, 효과적이고 투명하며 완전한 성별 및 젠더 보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과학적 연구에서 성별과 젠더 쟁점을 심의하는 몇몇 심사자들이 지금까지 확인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범 사례들을 권고했다. Doull 등은 체계적 검토 방법론과 성별 및 젠더에 기반한 분석 방법을 세분화하고 동시화(synchronize)하여 의사 결정을 위한 근거의 수집, 합성 및 분석을 강화할 것을 제안하였다[21,22]. 나아가 체계적 종설 평가 도구를 개발하여 일차적 연구와 새로운 연구 프로토콜을 평가하는 데 적용하였다[22]. Nowatzki와 Grant는 여자와 남자 사이 불평등의 원인과 결과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젠더를 기반으로 한 분석의 근거를 정리하였다[23]. 또한, 2014년 Clinical Orthopedics and Research 학술지는 성별과 젠더에 대한 과학적 보고를 주제로 편집자 사설을 발표했고, 일련의 권고사항도 포함하였다[5]. 편집자 협의회, 출판사, 연구비 지원 기관, 공공 단체도 성별과 젠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10년에 캐나다 보건연구원(Canadian Institutes of Health Research)은 모든 연구비 지원자들이 연구 설계에 성별과 젠더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반드시 답하도록 하는 항목을 의무화했다[24]. 미국이 연구 대상자에 여성을 포함하게 된 것은 1993년 미국 보건국(National Institute of Health, NIH)에서 취한 조치, 즉 여성과 소수 민족을 3상 임상시험에 포함하여 다양한 유효성을 검증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한 조치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25]. 최근 NIH는 성별 특이성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임상 연구에 대해 남성 · 여성 세포와 동물 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설명하도록 지원자들에게 요구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6]. 연구와 과학 출판 분야에서 성별과 젠더 고려의 중요성이 확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과학계에서는 발전 속도가 더디므로, 학술지, 학술지 편집자, 그리고 전문 학회들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Nieuwenhoven과 Klinge이 지적한 바와 같이[26], 과학자들이 성별과 젠더 이슈를 연구에 통합하도록 장려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권고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학제 간을 막론하고 과학 간행물에 성별과 젠더를 더 잘 보고하기 위한 지침에 대한 포괄적 권고사항이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모든 분야의 연구에서 성별과 젠더 보고에 관하여 더욱 체계적인 접근을 장려하기 위한 국제 지침의 개발에 관해 설명하고자 한다.
방법
유럽 과학편집자협의회(European Association of Science Editors, EASE)는 2012년에 젠더 정책위원회(Gender Policy Committee, GPC)를 설립하고 연구에서의 성별과 젠더 형평성(Sex and Gender Equity in Research, SAGER)에 대한 일련의 지침을 만들도록 했다. GPC 위원장인 Heidari 박사는 9개국을 대표하는 13명(여성 8명, 남성 5명)의 전문가를 선발했다. 이 중 8명은 다양한 생의학 학술지의 수석 편집자이고, 나머지는 젠더 연구와 과학 출판 관련 전문가였다.
우선 716명의 학술지 편집자, 과학자 및 국제 출판업계 구성원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 조사를 시행하여 기존의 성별과 젠더 정책에 대한 조사 및 이러한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수집하였다. 이 설문 조사는 네 가지 정책 영역에 초점을 맞췄다. (1) 가능한 성별과 젠더별로 데이터를 세분화하도록 저자에게 요구하거나 권장하는 지침, (2) 편집자와 편집위원회의 구성에 관한 젠더 정책, (3) 심사자의 젠더 균형을 위해 노력하는 정책, 그리고 (4) 심사자에게 성별 구분 데이터와 젠더 분석을 포함했는지 원고를 평가하도록 요청하는 지침이다. 조사는 다음 네 그룹을 대상으로 삼았는데, EASE 회원, 국제중독학술지 편집자 협의회(International Society of Addiction Journal Editors, ISAJE) 회원, Thomson Reuters의 SCI Expanded 학술지 데이터베이스의 8,607개 학술지 중에서 무작위 추출한 100개의 학술지, 그리고 관심 있는 경우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는 개방 표본이 그것이었다. 설문 조사를 완료할 수 있는 총 716명의 응답자가 조사에 참여하였으며, 이는 338개의 학술지와 114개의 출판사를 대표하였다.
설문 조사 외에도 정책 옵션 및 전문가 권장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몇 가지 다른 방법이 사용되었다. 먼저, 성별과 젠더에 대한 특정 정책이 있는 학술지를 식별하기 위해 키워드 검색을 수행했다(예: "성별"+"저자를 위한 지침"). 또한, 설문 조사 대상 학술지 중 과학에서의 성별과 젠더 지식 격차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학술지의 웹사이트와 GPC에서 파악하고 있던 동료 심사 학술지의 성별과 젠더 보고 정책을 조사했다.
위원회는 3년 동안 일련의 원격 회의, 학술 발표 및 이틀간의 워크숍을 통해 권고안을 만들었다. 초안 지침이 완성된 후 벨기에의 Blankenberge와 크로아티아의 Split에서 개최된 편집자 회의에서 반대 의견들을 놓고 논의하였다. 또한, 초안 지침을 36명의 성별과 젠더 연구 전문가에게 회람하였고 모든 접수 의견은 문서의 관련 영역에 통합하였다.
결과
설문 조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4개 군에서 학술지가 성별과 젠더 정책을 편다고 밝힌 응답자의 평균 비율은 7%였다. 남성과 여성이 더 평등한(성불평등지수[gender inequality index]가 더 낮은) 국가의 응답자가 이러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
무작위로 선택된 100개의 학술지, EASE, 그리고 ISAJE 군에서 대다수(75%)가 저자를 위한 지침에 성별과 젠더 보고를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원하지 않았다. 또한, 여성 응답자가 남성 응답자보다 성별과 젠더 정책을 지지하는 경향이 컸다.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본 설문은 저자 지침, 동료 심사자 지침, 그리고 편집위원회와 동료 심사자의 젠더 균형에 관한 성별과 젠더 정책이 매우 부족함을 보여준다.
문헌 고찰 결과 62개의 학술지에서 개발하여 사용하는 정책과 학술지 원고, 사설, 전문가 위원회 보고서 및 학회 자료집 형태로 발행된 25개의 다른 출판물을 확인하였다.
대부분의 성별 및 젠더 정책과 지침은 저자를 위한 지침에 포함되어, 다양한 과학 분야(예: “동물 과학”, “건강-정신의학”)와 연구 유형(예: 동물, 인간, 세포 또는 세 가지의 조합)을 다루고 있었다. 대부분의 저자 지침은 해당 시 남성과 여성에 관한 결과를 별도로 보고하라는 것에 그치고 있었다.
몇몇 학술지는 편집자의 글(editorial)에서 새로운 정책의 채택을 알리거나 성별과 젠더 이슈에 대한 인식이 필요함을 강조하기도 하였다[5,20,27]. 예를 들어 Clinical Orthopedic and Related Research의 경우 편집자의 글에서 투고하는 연구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지침을 따르도록 권고안을 발표했다[5]. (1) 모든 성별과 젠더에서 건강 문제를 연구하는 경우 남성과 여성 모두를 위한 연구 질문이 충분히 해결되도록 설계할 것, (2) 모든 임상, 기초 과학, 역학 연구에서는 가능한 성별 및/또는 젠더 특이적 자료를 제공할 것, (3) 연구 결과에서 성별과 젠더의 영향력(또는 관련성)을 분석하거나, 이런 분석을 하지 않으면 “방법”에서 밝히고 이를 “논의” 부분에서 연구의 제한점으로 제시할 것, (4) 만약 성별과 젠더가 사후에 분석되었다면 이는 조심스럽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할 것 등의 내용이다.
IOM이 2011년 개최한 “과학적 연구의 성별 특이적 보고” 워크숍에 참여한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은 학술지와 편집자가 다루어야 할 핵심 이슈를 강조한 바, 저자는 인간 대상의 연구뿐 아니라 동물 연구와 인간이나 동물에서 유래한 세포, 조직 및 기타 물질 연구에서도 연구 대상자의 성별에 대해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Doull 등은 체계적 종설과 성별 및 젠더 기반 분석의 방법론을 개선하고 일원화해야 의사 결정을 위한 증거의 수집, 분석을 향상할 수 있다고 했으며[21], Nowatzki와 Grant는 젠더 기반 분석(gender-based analysis)의 근거를 제시했다[23]. Gender-based analysis는 남녀 간 불평등의 근원과 결과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고안되었는데, 건강, 건강 관리, 그리고 이와 연관된 정책에서의 젠더 차이에 중점을 둔다.
위에 검토된 정책, 절차 및 권장 사항을 기반으로 하여 SAGER 지침이 개발되었고, 연구에서 성별과 젠더의 체계적 보고를 향상하고자 하였다. 이 지침은 연구자와 저자에게 과학계 출판에서의 성별과 젠더 보고가 필요한 경우, 이에 표준화된 틀을 제공한다. 또한, 편집자의 연구 원고를 평가하기 위한 실질적인 도구로 사용하는 동시에, 저자와 심사자들 간의 인식을 높이는 방법으로 고안되었다. 보고 지침의 경우 일반적으로 연구에서 실제 수행한 것을 어떻게 보고하는지에 중점을 두기는 하지만, SAGER 지침에 포함된 모든 항목이 특정 연구에 적합하거나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SAGER는 저자, 편집자, 평가자들이 성별과 젠더가 연구 주제와 관련이 있는지를 고려하고, 해당 시에만 이 지침을 따르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일반적 원칙으로 SAGER 지침에서는 성별과 젠더 용어의 신중한 사용을 권고하는데, 이는 두 용어의 의미를 혼동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공통된 정의를 사용하는 것은 출판 및 보관 데이터의 메타 분석을 더욱 향상할 수 있다. 성별은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 생물학적 구별에 근거한 남성 또는 여성 범주화에만 사용되어야 한다. 저자들은 논문의 방법에서 참여자의 성별 구분이 자가 보고에 따른 것인지, 신체 특성에 대한 외적 또는 내적인 검사인지, 또는 유전적 검사 등을 시행한 것인지 기술해야 한다. 동물 연구에서는 성별(sex)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세포생물학, 분자생물학이나 생화학 실험에서는 배양된 세포나 조직의 기원과 성염색체에 관해 기술해야 한다.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사유를 명시해야 한다. 기타 학문 영역에서, 예를 들면 기구나 기술의 검정 등의 경우, 저자는 모든 젠더가 사용할 것인지와 사용자의 젠더를 고려하고 실험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많은 연구가 성별과 젠더에 따른 차이를 분석하도록 “설계”되지는 않았겠지만, 특히 의학 연구에 있어서 본 패널은 이러한 분석이 성별과 젠더에 대한 지식을 발전시키는 데에 필요하다고 인식하였다.
표 1은 SAGER 지침을 제시한다. 인간과 동물 대상 연구, 그리고 인간과 동물에서 유래한 모든 연구(예: 기관, 세포, 조직 등)에 적용될 뿐 아니라, 연구 결과가 인간에게 적용되는 공학 분야와 같은 다른 학문에도 적용된다.
연구에 한 가지 성별만 포함되거나 연구 결과가 한 성별 또는 젠더에만 적용될 경우, 제목과 초록에는 동물 또는 세포, 조직 및 다른 유래 물질의 성별, 또는 인간 참여자의 성별과 젠더를 명시해야 한다. 응용과학(기술, 공학 등)의 경우 저자는 연구 모델이 한 성별에 기초하였는지 또는 특정 성별의 사용을 고려하였는지를 명시해야 한다. 한 성별만 사용한 (성별 특이적이지 않은) 연구의 경우 “남성에서” 또는 “여성에서”라는 말을 제목과 초록에 포함하여 이 사실을 명시해야 한다. 만약 세포, 조직 등의 배양이 하나의 성별에서 얻어졌다면, 그 성별은 제목에 명시되어야 한다[3].
저자는 해당 시 성별과 젠더에 따른 차이가 예상되는지 보고해야 한다. 이러한 연구가 부족한 경우, 저자는 성별 및/또는 젠더가 중요한 변이가 되는지와 차이가 예상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저자는 연구 설계에 성별과 젠더가 어떻게 고려되었는지, 남성과 여성의 적절한 대표성을 보장했는지를 밝히고, 남성이나 여성이 배제된 경우 그 이유를 정당화해야 한다. 여타 방법론 관련 선택들과 마찬가지로, 연구 모집단과 분석 방법과 관련된 성별과 젠더의 방법론적 선택들을 보고하고 정당화해야 한다.
인간이나 동물 유래 세포나 세포주 배양을 이용하는 체내 및 시험관 연구, 또는 인간이나 동물 유래 조직을 이용한 생체 외 연구는 피험자나 기증자의 성별을 밝혀야 한다.
단, 형질 전환 불멸화 세포주(immortalized cell line)는 제외한다[3]. 다른 경우, 예컨대 배아 또는 태아 초기의 배양이나, 복합 배양액이나 성별을 기록하지 않은 완료된 실험에서 만든 불멸화 세포주의 경우에는, 연구자는 염색체 분석으로 세포나 세포주의 성별을 판단해야 하고,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성별을 결정할 수 없을 때만 “혼합(mixed)” 또는 “미상(unknown)” 용어를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데이터는 성별에 의해 세분화하여 보고하고, 해당 시 성별과 젠더의 차이와 유사성을 분석하여 서술해야 한다. 남성과 여성의 해부학적, 생리적 차이(키, 몸무게, 체질량, 세포수, 호르몬 주기 등)와 사회적, 문화적 변수(사회-경제적 상태, 교육 수준 등)를 데이터 발표 및/또는 결과 분석에 고려해야 한다. 동물, 조직, 세포 배양 시 젠더 혁신 점검표(gendered innovations’ checklist, http://genderedinnovations.stanford.edu/researchers.html)를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28]. 성별과 젠더에 기반한 분석을 수행한 경우에는 결과의 긍정적, 부정적 여부와 상관없이 보고해야 한다.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서는 등록, 참여, 탈락, 중단, 추가 조사 불가 등 관련 자료를 (해당 시) 성별이나 젠더에 따라 세분화해 보고해야 하며, 성별과 젠더 요인의 영향력이 원인, 과정, 치료 효능, 건강에 미치는 영향 및 건강 관련 성과들에 어떤 역할을 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근거하여 우선으로 평가해야 한다. 연구의 설계가 젠더 관련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면 저자는 젠더 기반 사후 분석을 수행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경우에 원시 자료(raw data)는 향후 자료 취합과 메타분석이 가능하도록 성별과 젠더에 따라 세분화하여 출판한다.
역학 연구의 경우, 사회 경제학적 변수와 같은 다른 노출이 건강 문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모든 젠더를 대상으로 조사하고 젠더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보고 지침들은 실제로 수행된 것을 보고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나 SAGER 지침의 모든 항목을 수행할 필요는 없다(그래서 ‘해당 시’라는 부연이 있다). SAGER 지침은 연구에서 성별과 젠더의 형평성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며, 따라서 저자, 편집자, 평가자들이 성별과 젠더가 연구 주제와 관련이 있는지를 판단하고 관련이 있다면 지침을 따르도록 권장하고 있다.
연구 결과의 해석에 있어서 성별과 젠더에 따른 함의를 자세히 서술해야 하는데, 이것은 한 모집단의 모든 성별과 젠더에 일반화될 수 있는 정도를 포함한다. 성별과 젠더에 기반한 분석을 하지 않았다면 저자는 연구의 제한점을 논할 때 이러한 분석을 하지 않은 사유를 서술하고 이로 인해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논의한다.
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 과거의 연구들이 절차와 해석에서의 방법론적 엄밀성과 성별 치우침은 없었는지 검토해야 한다. 저자는 성별과 젠더를 혼동하지 말아야 하고 복합적 이거나 상호작용이 고려되어야 할 설명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저자는 성별과 젠더 관련 현상들에 대해 가능한 모든 설명, 예컨대 사회적, 문화적, 생물학적, 상황적 요인들을 고려해야 하며, 많은 성 관련 행동들이 문화적 또는 생물학적 요인의 결과일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성 관련 행동의 변화가 생리학적인 변화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부록 2에는 저자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질문들을 담았다. 이는 고유한 과학적 연구를 수행하는 다양한 학문 분야의 종사자들에게 논문 투고를 위한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SAGER 지침은 3년에 걸쳐 여러 분야의 학자, 과학자, 학술지 편집자들이 참여하여 문헌 고찰, 전문가 의견 및 학술대회에서의 공청회를 통해 개발되었다. 저자, 학술지 편집자, 출판사, 심사자 및 과학계 기타 구성원 모두가 과학적 출판에서 성별과 젠더 관점에 대한 인지 부족을 해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SAGER 지침은 연구자들과 저자들에게 과학적 출판에서 성별과 젠더를 보고하는 표준화된 방법을 제공한다. 이는 과학적 연구에서 성별과 젠더 보고를 향상하고, 저자와 동료 심사자를 위한 지침 역할을 하며, 다양한 연구와 학문 분야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유연하고 연구 결과 전달을 향상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이 지침은 젠더 다양성 인구 집단에 대해 확정적인 권장 사항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연구가 성전환자(transgender)와 같은 젠더 다양성 집단에서의 효과에 대한 차이를 파악할 정도로 설계되지 않았음을 인지하고 있으며, 특히 그러한 다양성이 알려지지 않은 국가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저자는 자신의 연구 결과가 젠더 다양성 집단에 대해서도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검토해야 할 것이다.
편집자들은 성별과 젠더 이슈를 통합할 때 더욱 엄밀하고 윤리적인 과학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수행이 어려울지라도, 학술지 편집자들은 SAGER 지침을 지지하고 각 보고 항목에 관한 우수 사례를 포함하여 각 학술지와 학문 영역의 필요에 맞게 채택할 것을 권고한다. 최소한 원저 논문을 출판하는 학술지라면 저자에게 데이터를 성별과 젠더로 분류하여 제시할 것과 해당하면 성별과 젠더에 따른 차이점 또는 유사성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 그림 1은 제출된 원고의 초기 심사에 사용할 수 있는 질문 목록이다. 편집위원장은 초기 투고논문의 사전 점검에 사용될 점검표에 구체적 질문을 포함하여, 편집자들 사이에 성인지적(젠더를 염두에 둔) 평가를 체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동료 평가자 평가 양식에 소개될 수 있는 질문의 예는 다음과 같다.
이런 노력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학술지 편집자, 출판사, 편집자 단체, 전문 단체, 과학 옹호 단체, 과학 저널리스트 및 기타 과학 관련 소통 채널 등 과학계 전반의 지지가 필요하다.
편집자는 SAGER 지침을 심사자들에게 배포하고 논문 평가에 사용하도록 권장해야 한다. 또한, 동료 심사자가 작성하는 논문 평가서가 성별과 젠더의 중요성과 관련성에 관한 구체적 질문을 포함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윤리적 행동과 편집 업무에 대한 정기 교육의 목적으로 성별과 성 인지적(젠더를 염두에 둔) 보고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편집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