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영문인가, 한글인가?

이령아, 홍기숙1
Ryung-Ah Lee, Ki-Sook Hong1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이화여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과학교실
Departments of Surgery, Ewha Womans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Seoul, Korea
1 이화여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진단검사의학교실
1Laboratory Medicine, Ewha Womans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Seoul, Korea

Copyright © 2012 Ewha Womans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Published Online: Mar 3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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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발행되는 대부분의 의학 학술지는 비영리단체인 학회에서 발행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의학 학술단체의 대표격인 대한의학회의 정관을 보면 회의 목적이 의학 발전을 위하여 새로운 학술 또는 기술을 개발하는 학술활동을 지원하고, 회원 상호간의 유대 강화를 도모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하는 것임이 명시되어 있다. 의학회 산하 각 학술단체의 가장 중요한 활동 역시 학문의 증진과 학술활동이며 전문적인 학술지 발간은 이러한 학술활동의 주요한 사업의 하나이다. 이와 같은 목적을 위해 학술단체들의 학술지 발간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학술지 편집인들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학술지들의 질적향상을 위해 전문적인 편집인(manuscript editor)의 교정 작업이 필요하고 영문교정비용 또한 발생하며 DOI를 부여하고 XML 파일을 제작하는 데에도 비용이 발생한다. 한편의 학술지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는 통상 미화로 약 3,000불에서 5,000불 정도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국내에서는 의학학술지 편집인협의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의 노력에 힘입어 해외출판비용과는 비교할 수 없는 낮은 비용으로 출판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비영리단체인 학회나 대학잡지 발행인 입장에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출판의 질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국내 대학들은 SCI 등재학술지 등재편수와 impact factor로 대학교원을 평가하고 있으므로 논문의 생산자인 연구자들은 실적과 무관할 수 없고 연구결과의 국제화를 위해서도 해외 유수의 학술지에 논문을 싣게 된다. 현 시점에서 연구인력 들의 중요 업적이 해외 유명 학술지로 유출되는 예가 빈번하므로 국내 발행 학술지들은 예전에 비해 우수한 논문 유치가 더욱 어려워지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내학술지들은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 SCI 학술지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영문화가 필수적이다 보니 국내 발행 학술지 중 중요학술지가 대부분 영문화되는 현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국내 연구자들이 국내 학술지에 투고할 때 한글 논문은 무시되고 영문 논문이 우대되는 기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영문교정을 위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의학은 본래 서양의 학문을 받아들인 것이므로 영문으로 의학을 공부하고 영문으로 된 용어를 익히게 되므로 의학논문을 영문으로 읽고 쓰는 것은 필수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영문작성이 편하지 않다고 하여 한글학술지를 고집하는 것은 연구자 스스로의 자격을 낮추는 셈이므로 이러한 변명은 한글논문의 존립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더구나 최근에는 여러 종류의 웹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언어번역이 가능한 기능이 구현되고 있으므로 영어 외의 언어로 쓰인 논문도 한글이나 영문으로 번역하여 구독할 수도 있다. 반대로 말하면 한글로 작성된 논문도 국외 연구자들은 자국어로 실시간 번역하여 구독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언어의 장벽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분명 한글논문이 필요하다. 특히 설문지를 대상으로 하는 자료수집 연구라던지 고서적을 이용한 연구 등은 영문화하였을 때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는 어렵다. 또한 정신의학적인 서술이나 질관리(quality control) 등과 관련된 연구 역시 고유의 언어가 반드시 필요할 수 있다. 국내의 비전문가를 위한 자료로서의 한글문서 또한 필요하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한글학술지에 대한 낮은 평가와 편견은 매우 안타깝다.

결론적으로 현 시점에서 의학학술지의 영문출판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판단되지만 여러 가지 국내 상황에 걸맞는 한글 학술지의 존립을 무시해서는 안될 것으로 생각한다. 더구나 연구자들의 평가를 위해 SCI등재학술지만을 대상으로 하는 평가시스템은 국내 사정에 맞는 평가시스템으로 수정,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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