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간동맥 화학색전술(transcatheter arterial chemoembolization)은 수술이 불가능한 간세포암종에 널리 적용되는 비수술적 치료법이다[1-3]. 간세포암의 치료는 수술적 절제가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대부분의 환자에서 간경변을 동반하고 있고,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4] 비수술적 치료법, 특히 간동맥 화학색전술이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
간동맥화학색전술은 약 5% 정도에서 합병증이 보고된다[5,6]. 대부분의 합병증은 복통 및 발열, 오심, 구토와 같은 비특이적인 증상과 일시적인 간기능의 변화로 나타나며 대부분 3∼4일 이내에 회복된다[4]. 그러나 급성 간부전, 간경색 및 농양, 담낭과 비장 경색, 급성 위장관 출혈 및 폐색전증 등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유발할 수도 있으며[4]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약 1% 이내이다[6].
간세포암종 환자에서 발생한 폐색전증은 대부분의 경우 간동맥 화학색전술 도중 리피오돌(lipiodol) 투여로 인한 지질 폐렴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7]. 리피오돌로 인한 폐색전증은 1990년 Samejima 등[8]에 의해 처음 보고되었으며, 국내에서는 1995년 Cho 등[9]에 의해 처음 보고되었다. 이러한 리피오돌 폐색전증은 대부분 보존적 치료로 치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간동맥 화학색전술 후 리피오돌로 인한 폐색전증과 관련된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은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저자 등은 75세 남자 환자에서 간세포암 치료를 위해 시행한 간동맥화학색전술 후 약 7시간 후에 발생한 급성호흡곤란증후군 1예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75세 남자가 내원 3주 전부터 피로감이 있어 타 병원에서 혈액 검사 시행 후 간기능 이상 소견을 보여 본원으로 전원 되었다. 과거력상 한센병 외 특이 질환은 없었으며 사회력상 한번에 소주 1병씩 한 달에 2∼3번 마시는 음주력 및 15갑년의 흡연력이 있었다. 활력 징후는 안정적이었으며 이학적 검사에서 공막의 황달 소견이나 결막의 빈혈 소견 등은 없었으며 복부 진찰에서 간비대 소견이 관찰되었다.
말초 혈액 검사에서 혈색소 12.2 g/dL, 헤마토크리트 36%, 백혈구 7,240/mm3, 혈소판 237,000/mm3였고, 혈청학적 검사에서는 총단백 6.8 g/dL, 알부민 3.9 g/dL, 총콜레스테롤 192 mg/dL, AST 47 IU/L, ALT 69 IU/L, Alkaline phospatase 103 IU/L, 총빌리루빈 0.85 mg/dL, 직접빌리루빈 0.12 mg/dL이었다. B형 간염표지인자는 HBsAg(−), HBsAb(−)이었으며 C형간염 항체는 음성이었다. 알파태아단백은 255.10 ng/mL, 프로트롬빈 시간은 13.2초(98%)였다. 흉부X-선 촬영에서 양 폐야에 망상형 음영(reticular opacity)과 벌집모양(honeycombing) 변화 소견을 보여 특발성 폐섬유증이 의심되었다.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에서 간 우엽에 13×11 cm 크기의 경계가 명확한 저음영의 종괴가 관찰되었다(Fig. 1). 임상적 소견 및 영상의학적 검사에서 간세포암이 진단되었으나 수술이 불가능하여 간동맥 화학색전술을 시행하였다. 간동맥 혈관 조영술에서 간우엽에 우측간동맥과 위십이지장동맥에서 공급받고 있는 거대 종양 병변이 관찰되었다. 선별된 종양 간동맥으로 adriamycin 50 mg과 리피오돌 30 mL를 섞어 서서히 주입하였으며 이어 젤폼 입자를 주입하여 간동맥 화학색전술을 시행하였다(Fig. 2).
간동맥 화학 색전술 7시간 경과 후 환자는 갑작스런 호흡곤란을 호소하였다. 활력징후는 혈압 130/80 mmHg, 맥박 116회/분, 호흡수 36회/분, 산소포화도는 71%까지 감소하여 산소마스크를 통해 산소 10 L/분 적용하였다. 동맥혈 가스 검사에서 PaO2 58%, 산소포화도 91.6%였으며 흉부 X-선 촬영에서 양측 폐에 전반적인 간유리음영(ground glass opacity)이 증가하였다(Fig. 3). 이학적 검사에서 양측 폐에 심한 수포음이 청진되었다.
심초음파 및 D-dimer는 정상 소견이었다. 간동맥 화학색전술 시행 1일 경과 후 환자의 호흡부전이 진행하여 기관 내 삽관 및 기계호흡을 적용하였다. 환자의 동맥혈 가스 검사에서 PaO2/FiO2가 200 이하였으며, 흉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소엽간 중격이 두꺼워져 있고 소엽 중심에는 간유리 음영이 보이는 불규칙한 돌조각 보도모양(crazy paving pattern)을 보여 급성호흡부전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었으며, 리이오돌이나 지방이 관찰되지는 않았다(Fig. 4).
Methylprednisolone 60 mg을 4시간 간격으로 정맥주사 하면서 경험적 항생제와 이뇨제 투여 및 호기말양압(positiveend-expiratory pressure)을 이용한 기계호흡 치료를 시행하였다. 기계호흡 치료 2일째부터 PaO2/FiO2가 250 이상으로 호전되었으며 흉부 X-선 촬영에서도 양 폐야의 침윤이 호전되어 기관내 삽관 6일 후 기계호흡 이탈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이후 3일 뒤 환자는 다시 호흡곤란을 호소하였으며 흉부 X-선 촬영에서 악화소견을 보여 기계호흡을 적용하고 중환자실 치료를 시행하였다. 그 후 약 4주간 스테로이드 및 경험적 항균제 치료와 함께 기계호흡기 치료를 유지했으나 환자의 임상 증세 및 흉부 X-선 촬영에서 악화 소견 보이며 호흡 부전 진행하여 간동맥 화학색전술 시행 후 40일째 사망하였다.
고 찰
간동맥 화학색전술은 종양의 크기가 크고, 상당히 진행된 간세포암에서 시행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간동맥의 폐색을 유발하여 간종양의 허헐성 괴사를 초래한다. 이러한 간동맥 화학 색전술과 관련하여 증상을 동반하는 폐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10]. 연구에 따르면 간동맥 화학색전술을 시행 받은 23%의 환자에서 호흡기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 관류폐스캔 이상소견이 관찰되었고 0.05∼1.8%의 환자에서는 폐색전증의 증상을 동반하였다[7,11]. 간세포암 환자에서 발생한 폐색전증은 종양 자체에 의한 폐색전증도 보고되어 있으나[12,13] 대부분은 간동맥 화학색전술 도중 과량의 리피오돌 투여로 인한 폐색전증이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간동맥 화학색전술 후 발생한 폐지질 색전증은 1990년 Samejima 등[8]에 의해 처음 보고되었다. 75세의 남자 환자가간세포암으로 리피오돌 8 mL과 adriamycin 40 mg 혼합물로 간동맥 화학 색전술 시행 후 30분 후에 폐부종이 나타났으며 저자들은 동-정맥루를 통한 과량의 adriamycin이 폐동맥으로의 유입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다[8]. 이후 1995년 Chung 등[7]에 의해 간동맥 화학색전술 이후 생기는 폐합병증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간동맥 화학 색전술을 받은 336명의 환자 중 6명에게서 폐동맥 지질 색전증이 보고되었고, 모두 적어도 20 mL 이상의 리피오돌이 주입된 경우였다. 이들의 증상은 주로 기침, 객혈, 호흡곤란이었으며 주로 시술 이후 2∼5일 사이에 나타났다. 단순 흉부 X선 촬영에서는 양폐의 미만성 침윤소견을 보였다. 이 연구에 따르면 저자들은 폐동맥 지질 색전증의 원인을 20 mL 이상의 리피오돌 주입으로 결론지었다.
간동맥 화학색전술 이후 생기는 폐동맥 지질 색전증의 기전은 아직 불명확하나 간동맥으로의 리피오돌의 주입 후 동-정맥루를 통하거나 정상적인 간 혈류를 통해서 리피오돌이 폐로 들어가서 미세 색전의 분해과정에서 생기는 고농도의 unbound free fatty acids가 폐 모세혈관의 누출과 폐 부종을 초래한다는 것이라는 가설이 널리 알려져 있다[7].
간동맥 화학색전술 이후 생기는 폐동맥 지질 색전증의 위험인자는 리피오돌 양 이외에도 리피오돌 주입 방법[7,14], 리피오돌의 간종양 내의 잔류 정도[7], 동-정맥루 여부[7,14], 하부가로막동맥(inferior phrenic artery) 색전술[14] 등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투여한 리피오돌의 양이다[7]. 간동맥 화학색전술 후 생기는 폐동맥 지질 색전증의 예방법은 리피오돌의 양을 15∼20 mL 이상 투여하지 않도록 하며, 초선택 색전술(superselection embolization)을 시행하고[7], 동정맥루가 관찰될 경우 동-정맥루를 가진 간정맥 분지를 풍선을 통해 일시적으로 막아 동정맥루의 정도를 줄이는 것이다[15]. 그 밖에 polyvinylalcohol, gelatine sponges, coils 등을 통한 동정맥루 색전술이 대안으로 제시 되고 있다[16,17]. 폐동맥 지질 색전증의 명확한 치료법은 아직 없다[18]. 산소치료, 고용량 methylprednisolone, 헤파린, 호기말 양압 등의 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으나 입증되지는 않았다[19]. 본 증례에서는 30 mL의 리피오돌이 투여되었고, 특발성 간질성 폐렴이 동반되어 폐동맥 지질 색전증에 더 취약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폐동맥 지질 색전증은 간동맥 화학색전술의 심각한 합병증이며 위험인자로는 리피오돌의 투입량, 동-정맥루의 유무, 하부가로막동맥 색전술 등이다. 리피오돌 투여양을 줄이고 동-정맥루의 정도를 줄여주는 것이 예방 방법이며 산소치료, 고용량 스테로이드, 헤파린, 호기말 양압 등이 치료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