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2011년 우리나라의 결핵 발병률은 100.8/100,000명으로 사회-경제적으로 수준이 비슷한 다른 나라에 비교하여 볼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2008년 발병률(89.4/100,000명)과 비교하였을 때에도 여전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폐외결핵의 발생률은 13.9/100,000명에서 22.7/100,000명으로 1.6배의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1,2].
투석을 시행 받고 있는 말기신부전 환자에서는 세포성 면역이 저하되어 있고, 당뇨병, 영양실조 및 부갑상선 기능저하증 등과 같은 다양한 인자들이 동반되기 때문에, 신기능이 정상인사람에 비하여 결핵 발생률이 6.9∼52.5배 높다[3,4]. 말기신부전환자에서 폐외결핵 발병률은 25∼87% 정도로 다양하게 알려져 있으며[3], 투석 중인 국내 말기신부전환자에서의 폐외결핵의 빈도는 전체 결핵 중 58.8%로 폐결핵 41.2%보다 더 높았다[5]. 또한, 최근 국내 연구에서 신기능저하가 동반된 환자에서 폐외결핵의 사망률이 높았고, 신기능저하가 사망의 독립적인 위험요소로 작용하였다[4].
이에 본 저자들은 혈액투석을 시작한 말기 신부전 환자에서 발열과 점진적인 황달 악화 소견으로 시행한 간조직검사를 통하여 간과 기관지내의 파종결핵을 진단하고 치료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31세 여자가 내원 8시간 전부터 의식저하 및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왔다. 환자는 17년 전 제1형 당뇨병 진단받아 인슐린 사용 중이었으며, 1년 전부터 당뇨병성 신병증으로 외래 치료를 받았으나 신기능이 점진적으로 악화되어, 3개월 전 혈액투석을 위한 동정맥루 수술을 좌측 팔에 받은 상태였다. 혈압 90/25 mmHg, 맥박 83/분, 호흡 20회/분, 체온 34.8°C였으며 의식은 졸리운 상태였고 피부 발진은 없었다. 두경부 소견상 공막의 황달소견은 없었고 결막은 창백하였으며, 혀는 매우 말라 있었다. 심장음은 정상이었으나 양폐하에서 수포음이 청진되었고, 장음은 정상이었으며 복부에서 촉지되는 종괴는 없었다. 척추늑골각압통과 양하지 오목부종도 없었다.
말초혈액검사에서 혈색소 5.7 g/dL, 백혈구 12,340/ mm3 (호중구 95.6%), 혈소판 122,000/mm3이었다. 혈청 전해질 검사에서 나트륨 112 mEq/L, 칼륨 5.3 mEq/L, 염소 78 mEq/L, 총이산화탄소 2 mEq/L이었고, 혈청생화학검사에서 혈중요소질소 152 mg/dL, 크레아티닌 13.3 mg/dL, AST 60I U/L, ALT 25 IU/L, total bilirubin (T. bilirubin) 0.33 mg/dL, direct bilirubin (D.bilirubin) 0.13 mg/dL, ALP 951 IU/L (참고치, 104∼338 IU/L), γ-GT 113 IU/L (0∼50 IU/L)이었고, 총단백 5.2g/dL, 알부민 2.6 g/dL, 칼슘 5.0 mg/dL, 인 13.9 mg/dL, CRP 5.31 mg/dL이었다. 동맥혈가스검사에서 pH 6.878, pO2 58.3 mmHg, pCO2 11.2 mmHg, SaO2 71.3%로 심한 대사성 산혈증 및 저산소증을 보였다.
단순흉부촬영에서는 양폐하에 폐부종 및 심장비대 소견보였다(Fig. 1A). 패혈증에 의한 만성 신부전의 급성 악화 진단 하에 중환자실로 입원하여 응급 혈액투석 시행하였고 혈액, 소변, 가래배양 검체 채취 후에 항생제 투여를 시작하였으며, 기관내삽관 후 기계환기를 시행하였다. 혈액투석 유지하면서 산혈증 및 폐부종은 호전되었으나, 충분한 항생제 치료(imipenem 15일간, teicoplanin 15일간 사용)에도 불구하고 38°C 이상의 고열이 지속되었으며, 혈액 및 소변, 가래 배양검사에서 동정되는 세균은 없었고, 가래 acid- fast bacilli (AFB) 도말검사도 음성이었다. 내원 6일째 혈액검사에서 AST 295 IU/L, ALT 46 IU/L, T.bilirubin 4.1 mg/dL, D.bilirubin 3.5 mg/dL로 상승 소견 보여, 복부 전산화단층촬영 시행하였으나 간비대 외 특이소견 없었다(Fig. 1B).
입원 17일째 발열 지속되고, 황달이 점차 진행하여(T.bilirubin, 14.1 mg/dL; D.bilirubin, 10.9 mg/dL) 초음파 유도하 간조직검사 시행하였다. 간조직검사 결과, Ziehl-Neelsen 염색에서 AFB 양성 및 괴사를 동반한 육아종 소견보여 간결핵으로 진단하였고(Fig. 2), 입원 22일째부터 항결핵약제 시작하였다. 또한, 입원 29일째, 입원 2일째에 시행한 가래 배양검사에서 Mycobacterium tuberculosis 동정되었다. 이후 환자의 발열 및 황달은 점차 호전되어 입원 41일째 AST 16 IU/L, ALT 4 IU/L, T.bilirubin 1.4 mg/dL, D.bilirubin 1.1 mg/dL로 정상화되었다. 그러나 좌위호흡(orthopnea)이 지속되었으며, 추적한 단순흉부촬영에서 우상엽의 경화 소견이 관찰되기 시작하여(Fig. 3A) 입원 48일째 시행한 흉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우상엽의 활동성 폐결핵 및 우측 및 좌측주기관지의 기관지결핵 보여 폐결핵과 기관지결핵을 추가로 진단하였고(Fig. 3B, C),스테로이드를 추가로 투여하였다.
입원 67일째 항결핵약제 및 스테로이드를 유지하여 퇴원하였다. 입원 기간 중 주요 검사 결과의 변화는 Table 1에 정리하였다. 이후 환자는 총 9개월간 항결핵약제 복용한 후 치료를 종결하였고, 치료 과정 중 간효소 수치 이상 등의 특별한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현재 외래에서 혈액투석을 시행 받고 있다.
고 찰
2008년 대한신장학회조사에 따르면 국내투석환자의 동반질병 중 결핵은 0.8∼0.9%이고 투석 중인 환자에서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은 0.1%를 차지하여[6], 국내 일반인구집단의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폐결핵, 4.3/100,000명; 폐외결핵, 0.4/100,000명)과 비교하였을 때 말기신부전환자에서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았다[6,7]. 또한, 투석 치료를 받는 말기신부전환자에서는 정상 신기능을 가진 사람에 비하여 결핵발병의 상대위험도가 25.3배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8]. 이는 만성요독증 및 혈액투석과 관련된 T림프구반응이상으로 인한 세포성 면역장애, 보체활성과 면역글로불린의 반응이상에 따른 체액성면역장애 및 단핵구와 다형백혈구기능이상과 같은 다원적인 면역학적 이상이 주된 요인으로 알려져 있으며[9], 영양실조를 나타내는 저알부민증, 악성종양, 빈혈, 고령, 동반된 당뇨병 또한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4,10,11].
결핵의 증상은 대부분 발열, 식욕부진, 체중감소를 포함하여 비특이적으로 발현된다. 폐결핵은 기침, 객혈 등이 나타나며, 폐외결핵은 침범하는 장기에 따라 다른 증상을 보일 수 있으며, 대부분 투석환자에서 침범하는 장기는 임파선, 복막,척추, 뇌, 신장요로계이다. 드물게 침범하는 부위로는 간, 비장, 췌장, 골수 등이 있으며, 보통 정상적인 면역체계를 가진 집단에서도 간을 침범하는 결핵은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12].
파종결핵은 서로 인접하지 않은 두 개 이상의 장기에 결핵이 발생하거나 결핵균혈증이 있는 경우로 정의되는데[13], 파종결핵환자를 부검해보면 약 90∼100%에서 간결핵소견이 관찰되며, 간결핵은 무증상에서부터 황달을 동반한 심한 간염 또는 간부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임상양상을 보인다[14,15]. 그러나, 파종결핵환자에서 간비대는 흔하게 관찰되지만, 간기능 이상을 동반한 급성간염이나 황달을 주증상으로 하는 결핵성간염은 흔하지 않다[16]. 결핵성간염환자에서 간부전으로의 이행은 드물지만, 발생할 경우 나쁜 예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7]. 이와 같이 파종결핵으로 인한 급성간염은 예후가 불량할 수 있지만, 그 빈도가 매우 드물어서 간과하기 쉽고, 간조직검사와 같은 침습적인 검사를 통하여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진단과 치료가 어렵다.
본 증례는 급성 간염, 폐쇄성 황달, 그리고 충분한 항생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발열의 원인 조사를 위하여 시행한 간 조직검사에서 간결핵이 진단되었으며, 이후 가래배양검사 및 흉부 영상검사에서 기관지내 및 폐결핵이 진단된 파종결핵 환자로, 말기신부전, 저알부민혈증, 빈혈, 당뇨병 등이 동반되어 있어 결핵 발병 및 파종결핵으로 빠르게 진행하였던 것으로 사료된다.
결핵성 간염의 검사실 소견으로는 저나트륨혈증과 더불어 간효소수치와 γ-GT의 상승이 흔하다. 또한 범혈구감소증이 흔히 나타나며 이 경우 비장비대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파종결핵이 동반된 환자에서는 결핵균의 골수침범에 의해서도 범혈구감소증이 생길 수 있다[18]. 결핵성 간염은 초음파에서는 간음영이 증가되어 보이며 복부전산화단층촬영에서는 보통 간비대소견 외에는 다른 특징적인 소견은 없다. 이렇듯 결핵성간염에서 증상, 신체검사, 검사실 소견 그리고 방사선검사의 결과는 비특이적이어서 이들만으로 결핵성 간염을 진단하기는 어려우며 간조직생검이 결핵성간염을 진단하는데 중요한 검사 방법이다. 병리조직학적으로는 간실질 내에서 육아종형성이 가장 흔한 소견이지만, 담도계나 간문의 림프절에 결핵육아종을 형성하여 담도폐색을 유발하기도 한다[19]. 국내에서는 혈액투석을 하는 환자에서 간농양 형태로 나타난 간결핵에 대한 증례는 보고된 바 있으나[12], 본 증례처럼 투석환자에 영상 검사상 특이한 변화없이 발열과 폐쇄성 황달의 원인 조사를 위하여 시행한 간 조직검사에서 간결핵이 진단된 증례는 없었다. 또한, 본 증례에서는 혈행성 결핵균 전이에 의하여 흔하게 유발될 수 있는 속립 결핵(miliary tuberculosis)이 초기에 동반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핵을 의심하기가 더 어려웠다.
간결핵에 대한 치료는 대조임상시험의 자료가 부족하여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는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대개 6개월 표준처방이 추천되고 있으며, isoniazid, rifampin, ethambutol 그리고 pyrazinamide를 첫 2개월 동안 사용하고, 이후 4개월간 isoniazid, rifampin, ethambutol을 사용한다. 하지만 항결핵제제자체도 간독성이 있어 결핵성간염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간효소치 상승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본 증례에서는 입원 22일째부터 항결핵약제로 간독성이 낮은 약제(ethambutol, levofloxacin, amikacin)로 치료를 시작하였고, 입원 31일째 간수치가 정상화된 것을 확인한 후 표준 4제요법(isoniazid, rifampin, ethambutol, pyrazinamide)으로 변경하였다. 간결핵에서 스테로이드의 보조적 치료는 추천되지 않고 있으나[20], 본 증례에서는 결핵성 간염 뿐 아니라, 추후 기관지결핵의 주기관지 침범 및 호흡곤란 소견이 동반되어 있어 스테로이드를 보조적으로 사용하였다.
결핵성간염의 경우 때로는 적절한 치료를 하더라도 간부전으로 이행할 수 있으며 치료가 지연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18]. 파종결핵의 사망은 대부분 진단 및 치료의 지연과 관련되어 있으며, 항결핵약제 치료 시점이 파종결핵의 독립적인 예후인자로 알려져 있다[21]. 따라서, 여전히 결핵 유병률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말기신부전 및 당뇨병 등 면역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환자에서 원인불명의 발열과 급성 간염이 발생한 경우, 초기 감별진단으로 결핵을 고려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