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ticle

의사의 진단서 작성과 관련된 사회적·법적 책임

배현아
Hyuna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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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Ewha Womans University School of Law, Seoul, Korea
Corresponding author Hyuna Bae Ewha Womans University School of Law, 52 Ewhayeodae-gil, Seodaemun-gu, Seoul 120-750, Korea Tel: 82-2-3277-6661, Fax: 82-2-3277-4221 E-mail: sincerebae@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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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Aug 6, 2013; Accepted: Aug 12, 2013

Published Online: Sep 30, 2013

Abstract

Medical certificate, post-mortem examination or certificate guarantee their authenticity of the content through the article 233 of the criminal act. The article 233 of the criminal act states that if a medical or oriental medical doctor, dentist or midwife prepare false medical certificate, postmortem examination or certificate life or death, one shall be punished. To constitute the crime of issuance of falsified medical certificates, it is necessary for the contents of the certificate to be substantially contrary to the truth, as well as it is needed the subjective perception that the contents of the certificate are false. On the article 17 of the medical service act, no one may prepare a medical certificate, a report or certificate of postmortem examination to a patient or public prosecutor in a district public prosecutors’ office, who conducts a medical service and has given the medical treatment or conducted the postmortem examination by him/herself: Provided that, such certificate or report may be issued for a patient without giving any medical treatment, if the patient has died within 48 hours after his/her last medical treatment, while if the medical doctor, dentist or oriental medical doctors who examined a patient or conducted a postmortem examination of the dead patient is unable to issue such certificate or report due to an inevitable cause or event, any other medical doctor, dentist or oriental medical doctor who works for the same medical institution, may issue such certificate or report based on the medical records of the patient.

Keywords: Criminal act; Medical certificate; Medical service act; Physician liability; Social responsibility

서 론

의사는 사람의 신체에 관하여 자신의 의견이나 판단을 문서로 작성하여 증명할 수 있다. 이러한 문서를 진단서(medical certificate)라 한다. 진단서는 의사가 진찰하거나 검사한 결과를 종합하여 생명이나 건강의 상태를 증명하기 위하여 작성한 의학적인 판단서이다[1].

법적으로 진단서라 함은 의사가 진찰의 결과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여 사람의 건강상태를 증명하기 위하여 작성한 문서이다[2]. 문서의 명칭이 소견서로 되어 있더라도 그 내용이 의사가 진찰한 결과 알게 된 병명이나 상처의 부위, 정도 또는 치료기간 등의 건강상태를 증명하기 위하여 작성된 것이라면 위 진단서에 해당한다[2]. 의료법 제17조에 의하면 진단서 등 즉, 진단서 • 검안서 • 증명서 또는 처방전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여기서 조산사의 경우 출생 • 사망 또는 사산증명서만 해당)에 한하여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중견기업 회장의 부인이 A씨가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형집행정지처분1)을 받고, 여러 차례 이를 연장하여 4년 가량을 병원 특실에서 생활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었다[3]. 피해자의 유가족은 A씨의 주치의가 허위의 진단서를 작성하여 형집행정지를 지속적으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혐의로 주치의를 고발하였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형집행정지의 운영절차 중 형집행정지의 사유 중에는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는 염려가 있는 때’라는 매우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요건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형집행정지의 결정에는 의사의 소견서나 진단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로도 다른 이유가 아닌 질병으로 인한 형집행정지 결정이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2009년 359명 중 325명, 2010년 303명 중 295명, 2011년 330명 중 308명)을 차지하고 있다[4].

이처럼 의사의 진단서 작성 등의 행위는 의사가 작성하는 문서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의료법 등의 법적 의무에 근거하여 사회적, 법적 책임이 발생한다. 진단서는 권리, 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 및 기타의 법률관계의 증명문서로서 가치뿐 아니라 학교, 직장, 보험회사, 군대 또는 관공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폭넓게 이용되는 증명문서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 글에서는 의사의 진단서 작성과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책임의 발생 근거와 규제 의의를 살펴보고 형법과 의료법을 통한 진단서 관련 법조문들이 실제 사례에 적용되어 사법해석을 거치면서 어떠한 판단들이 이루어져 왔는지 연구하였다.

본 론

1. 의료법상 진단서 작성 관련 의무
1) 진단서 작성과 교부 의무

의료법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檢案)한 의사(검안서에 한하여 검시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의사를 포함한다),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 • 검안서 • 증명서를 작성하여 환자(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배우자, 직계존비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말한다) 또는「형사소송법」제222조 제1항에 따라 검시(檢屍)를 하는 지방검찰청검사(검안서에 한한다)에게 교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의료법 제17조 제1항). 즉 진단서 작성과 교부의 주체는 의료법에 의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이다. 물론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자격과 면허는 의료법에 따른다(의료법 제5조).

진단서 작성과 교부 의무의 주체 외에 의료법은 위 조문에서 ‘직접 진찰할 것’을 요건으로 하는 ‘무진찰 진단서 등 교부 금지 의무’를 포함하고 있다. 다만 의료법은 단서조항에서 진료 중이던 환자가 최종 진료 시부터 48시간 이내에 사망한 경우에는 다시 진료하지 아니하더라도 진단서나 증명서를 내줄 수 있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이것은 시간적 근접성을 고려하여 진료시의 질병과 사인 사이에 높은 관련성을 인정하여 사망진단서의 작성에 편의성을 주기 위한 규정이다. 그러나 만약 과거에 진료했더라도 진료했던 내용과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거나(예를 들어 진료 중의 환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 사인에 의문이 있는 경우라든가, 입원치료 후 퇴원한 환자가 퇴원 후 입원 중의 진단과 다른 원인으로 인해 사망하였을 경우에는 사체를 반드시 검안하여 시체검안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의료법은 진단서 등 작성주체의 의료서비스 제공절차의 특성과 환자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직접 진찰의 또 다른 예외적인 규정을 두고 있는데 환자 또는 사망자를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 •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부득이한 사유로(여기서 부득이한 사유란 퇴사, 사망 등의 객관적 이유만을 의미한다고 본다.) 진단서 • 검안서 또는 증명서를 내줄 수 없으면 같은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다른 의사 •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환자의 진료기록부 등에 따라 내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단서 조항의 의미는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만 진단서를 교부할 수 있도록 강제한다면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예를 들어 전공의의 경우 외부 의료기관 또는 지방에 파견근무를 간 경우나 의사의 소재파악이 불가능한 경우 등) 환자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단서 등을 교부 받을 수 없는 불합리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을 고려하여 작성된 것으로 본다.

이러한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무진찰 진단서 등 교부 금지는 진단서 등의 정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매우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이다. 무진찰 진단서 등 교부 금지는 진단서 등이 의사 등이 진단한 결과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는 것으로서 사람의 건강상태를 증명하고 민 • 형사책임을 판단하는 증거가 되는 등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정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직접 진찰한 의사 등만이 이를 교부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5].

여기서 ‘직접 진찰’의 구체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위 의료법 제1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직접 진찰한’이란 ‘대면하여 진료한’을 의미한다고 해석한 바 있다[6]. 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의 사전적 의미,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연혁, 의료법 관련 규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말하는 ‘직접 진찰한’은 의료인이 ‘대면하여 진료를 한’으로 해석되는 외에는 달리 해석의 여지가 없고,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의료인의 ‘대면진료 의무’와 ‘진단서 등의 발급주체’ 양자를 모두 규율하고 있다고 보았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의료인을 수범자로 한정하고 있는바, 통상적인 법감정과 직업의식을 지닌 의료인이라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율하는 내용이 대면진료를 한 경우가 아니면 진단서 등을 작성하여 교부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임을 인식하고 이를 의료행위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으며,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은 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형사소송에서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 • 적용에 의하여 보완될 수 있으므로, 법 집행당국의 자의적인 집행의 가능성 또한 예상되지 않는다고 하여 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결정하였다[6].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살 빼는 약 처방을 대면진료 없이 내린 의사에 대하여 대법원이 유죄 판단한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다[7]. 이 사건에서 산부인과 원장은 이전에 비만 관련 진료를 받았던 환자, 이전에 진료를 받은 적이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처방전을 발급해주었는데 이 경우 전화통화를 한 경우, 전화통화 없이 접수 창구에서 바로 처방전을 발급해 준 경우 등이 있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위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하여 이 조항이 스스로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대면진찰을 하지 않았거나 충분한 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조항이 아니라고 판시하면서 죄형법정주의 원칙, 특히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상 전화 진찰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자신이 진찰’하거나 ‘직접 진찰’을 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7]. 그러나 이 사건은 진단서가 아닌 처방전을 사건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제한이 있어 이 판결의 근거로 제시한 ‘국민의 편의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용하는 것’에 있어서 처방전과 진단서는 그 의미가 다를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 의사가 이전에 1회 이상 병원을 방문하여 진료를 받고 살 빼는 약을 처방 받은 환자들과 전화 통화를 통하여 진료하는 등 직접 진찰하지 아니하고 그 명의로 처방전을 작성하였다는 것을 ‘전화 또는 이와 유사한 정도의 통신매체만에 의한 진찰’로 보았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는 의료법상의 ‘직접 진찰’에 포함되지는 않는다고 한 원심판결을 죄형법정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형벌법규의 해석을 그르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환자 편의를 위하여 초진 환자가 아닌 재진환자에 대하여 대면 진료가 아닌 전화 또는 이와 유사한 정도의 통신매체에 의하여 기존 처방약을 반복 처방한 행위를 진단서 작성 시 직접 진찰 의무에 바로 적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보건의료법체계 내에서 일부 환자의 편의성을 도모하기 위한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직접 대면 진료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만 보호자 등이 환자의 이익에 반하여 진단서 작성 및 사보험 등을 통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무기록 수정이나 추가 기재를 요청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정신보건법 등에서 정하고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직접 대면 진료에 의한 진단 및 입원결정 등의 원칙이 보호되어 정신질환자(정신보건법 제24조 내지 제26조), 노인, 소아 등 취약계층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 진단서발급과 진료 정보 보호

의사 등은 진단서 작성에 관하여 배타적으로 작성 및 교부 주체이기도 하고 의료법 제17조 제3항에 의해서 의사 •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자신이 진찰하거나 검안한 자에 대한 진단서 • 검안서 또는 증명서 교부를 요구 받은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원칙적으로 요구 받았을 때 작성 및 교부하여야 하는 법적인 의무 역시 부과되어 있다. 이 법에 의해 의사 등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진단서 등의 교부를 거부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의료법 제90조). 의료법에 의해 의사 등은 진단서를 작성, 교부하여야 하는 법적인 의무가 부과되어 있고 동시에 교부 대상은 같은 법에 의해 ‘환자’에게 교부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배우자, 직계존비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게만 교부하여야 한다(의료법 제17조 제1항).

원칙적으로 진단서도 진료기록의 일부로 취급될 수 있어 의료법 제19조 비밀누설금지 의무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의료인은 의료법 또는 다른 법령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의료 • 조산 또는 간호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해서는 안 되므로(의료법 제19조) 진단서의 발급 과정에서도 필요한 경우 환자의 건강 상태와 관련된 의료정보가 누설되지 않도록 주의해야만 한다. 의료법 제21조 기록 열람 등에 대한 규정에서도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는 이 법이나 다른 법령에 따로 규정된 경우(의료법 제21조 제2항 제4-10호) 외에는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검안서의 경우 형사소송법 제222조 제1항에 따라 검시하는 지방검찰청검사에게 교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은 다른 법령에 의해 예외적인 규정을 둔 것이다.

의료법 제21조 제1항의 단서 조항에서는 환자, 환자의 배우자, 환자의 직계존비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환자에 관한 기록의 열람이나 사본 교부 등 그 내용 확인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환자의 치료를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확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진단서 역시 환자 자신이 의료기관의 내원 등이 어려운 경우에 배우자, 직계존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 보험회사의 대리인 등에게 진단서를 교부해야 할 경우가 있다. 이때에는 진단서를 교부하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는 반드시 진단서 발급대상 대리인의 신원을 파악하고 소정의 각 기관의 절차를 통해 가족관계 등을 확인하여야 하며, 가족관계가 확인되더라도 진료의 내용에 따라 예를 들어 이혼 소송을 위한 진단서 발급을 환자가 아닌 배우자에게 하는 경우나 정신과 진료기록 또는 산부인과적인 과거력이 기재된 내용 등이 포함될 경우 신중하게 환자 자신의 동의를 받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보험회사 등으로부터의 요청 역시도 그러하므로 위임장 등에 대한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환자 외의 자에게 진단서 등을 교부하는 것은 의료법 하에서는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기록 열람에 관한 절차에 준하여 환자가 지정하는 대리인이 환자 본인의 동의서와 대리권이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첨부하거나 환자가 사망하거나 의식이 없는 등 환자의 동의를 받을 수 없어 환자의 배우자, 직계 존속비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 존속이 친족 관계임을 나타내는 증명서 등을 첨부하는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추어 요청한 경우에 한하여 진단서 교부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의료인은 직업의 수행과정에서 환자의 사생활을 쉽게 알 수 있으며, 환자를 치료하기 위하여 반드시 환자의 개인적인 비밀을 알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의료행위의 원만한 수행을 위하여 의료행위 중 알게 된 환자의 비밀을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자의 인간 존엄성에 대하여 헌법 제10조와 사생활에 관한 기본권에 의하여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러므로 의사의 비밀유지의무는 직업윤리로서 당연히 요구되는 의무일 뿐 아니라 의료법을 포함한 의료관계 개별법에서 비밀유지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의료법 제19조).

한편 형법 제317조에서는 업무상비밀누설죄에 대하여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제사, 약종상, 조산사, 변호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공증인, 대서업자나 그 직무상 보조자 또는 차등의 직에 있던 자가 그 업무처리 중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 제19조의 비밀누설금지는 이 형법 제317조에 의한 업무상 비밀누설죄를 의료법에서 다시 규정한 것이다. 형법 제317조의 업무상 비밀누설죄는 의사 등 법문에 열거되어 있는 자가 그 업무처리 중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본죄의 보호법익은 개인의 비밀이지만 개인의 비밀만을 보호법익으로 한다면 그것을 이러한 직업에 종사하는 자에 대하여만 보호해야 할 이유가 없으므로 본죄는 이러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그 업무처리 중에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지켜야 하는 데 대한 일반의 사익도 보호법익이 된다고 해야 한다[8]. 이러한 의미에서 본죄의 보호법익은 ‘개인이 숨김없이 비밀을 이야기 하고 일반이 신뢰하는 사회에서 중요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에 의하여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개인의 비밀’이라고 할 수 있다[8]. 의료법 제19조에 의한 비밀누설금지 규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의료법 제19조에서의 ‘의료 • 조산 또는 간호에 있어서 지득한 타인의 비밀’이라 함은 의료 등 업무처리 중 또는 직무상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말하며, 따라서 의료 등 업무처리 및 직무와 관계없이 알게 된 비밀은 이 조항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비밀누설금지 의무의 주체는 의사를 포함하는 의료인이다. 형법 제317조의 업무상 비밀누설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으로써 이 죄의 주체를 의사 또는 그 직무상 보조자 또는 차등의 직에 있던 자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위에서 열거되지 아니한 자는 이 죄의 정범이 될 수 없다.

비밀누설금지 의무의 내용은 의료 • 조산 또는 간호의 업무처리 중 또는 직무상 지득한 타인의 비밀로 여기서 ‘비밀’이란 특정인 또는 일정한 범위의 사람에게만 알려져 있는 사실로서 타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하는 데 본인에게 이익이 있는 사실을 말한다[9]. 또한 비밀은 그 ‘업무처리 중 또는 직무상 지득한 것’임으로 업무처리 중 또는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인 이상 그 비밀이 본인으로부터 전달된 것이건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자기의 실험이나 판단에 의하여 알게 된 것이건 묻지 아니한다. 그러나 업무처리와 관계없이 알게 된 사실은 그것이 비밀에 속한다고 하여도 업무상 비밀누설죄의 비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누설’이란 비밀에 속하는 사실을 이를 모르는 사람에게 알게 하는 행위로서 그 방법은 제한이 없으므로 비밀의 사항을 말로 알리거나 서류를 열람시키든 묻지 않으므로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진단서 등을 교부하거나 의무기록을 열람시킴으로써 ‘비밀’에 해당하는 행위를 ‘누설’시킨 경우 이 죄에 의해 처리될 수 있다[8]. 물론 업무상 비밀누설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도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고의가 있어야 한다. 여기의 고의의 내용에는 신분에 대한 인식과 자기가 지득한 비밀을 누설한다는 인식이 포함된다[8].

그러나 의료인의 비밀누설금지의무도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즉 위법성 조각사유 중 다른 법 등에 의해 의사에게 부과된 법령상의 신고의무(예. 아동보호법,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 환자의 보호자에 대한 설명의무, 법정에서의 증언(형사소송법과 민사소송법) 등이 그러하다. 이 중 환자에 대한 진단이나 진료의 내용을 환자의 보호자에게 설명해 줄 의무가 있는 경우에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견해도 있다[10]. 그러나 이 경우에도 미성년자의 부모에게 환자의 병명 및 앞으로의 치료방향을 설명해주는 것은 정당행위로 볼 수 있으나, 성인 환자와 그의 배우자에게 일반적인 치료방향의 설명 등은 정당행위가 될 수 있으나, 경우에 따라 환자가 배우자에게까지도 비밀로 하고 싶어 하는 병명 및 감염경로 등에 대하여 설명해 주는 것은 정당행위에 속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될 수 있으므로 설명의 대상자와 내용, 환자의 의학적 상태를 고려한 환자의 의사에 따라 환자 자신이 아닌 자에게 민감정보에 해당하는 건강정보를 전달하는 이유를 고려하여 정당화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11].

3) 진단서의 종류와 기재 사항

의료법 제17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문서의 종류는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처방전(전자처방전 포함)’이다. 문서의 명칭이나 종류에 상관없이 진단서란 의사가 환자를 진찰의 결과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여 사람의 건강상태를 증명하기 위하여 작성하는 문서를 말하는 것으로 문서의 명칭에 관계 없이 그 내용이 의사가 진찰한 결과 알게 된 병명이나 상처의 부위정도 또는 치료기간 등의 건강상태를 증명하기 위하여 작성된 것이라면 진단서에 해당한다고 우리 대법원은 판시하고 있다[2]. 통상 의료기관에서 발급하는 진단서의 종류는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1].

(1) 건강진단서

건강진단서는 주로 취업, 입학, 해외여행 등에 쓰이는 의학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이다. 건강진단서는 의사면허시험에서 의료인의 결격 사유가 없음을 증명할 때처럼 주로 자격의 취득에 필요한 증명서로 진찰(문진과 신체검사 등)과 간단한 진단검사를 통해 건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진단서이다. 또한, 건강진단서에는 각 과에서 진찰 또는 검사한 소견을 종합한 비교적 세밀한 건강진단서로 공무원채용신체검사규정에 해당하는 건강진단서도 있다.

(2) 일반 진단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발급하는 진단서에는 의료법 제17조 제1항에 의거하여 질병에 관한 진단서에는 의료법 시행규칙 제9조 제1항에 따른 기재 사항들이 기재되어야 하며, 의사 •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서명 날인하여야 한다. 기재하여야 할 사항들은 1) 환자의 주소 • 성명 및 주민등록번호, 2) 병명, 3) 발병연월인, 4) 향후 치료에 대한 소견, 5) 진단연월일, 6) 의료기관의 명칭 • 소재지, 진찰한 의사 •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부득이한 사유로 다른 의사 등이 발급하는 경우에는 발급한 의사 등을 말한다)의 성명 • 면허자격 • 면허번호이다. 진단서 중 ‘병사용, 공무원 요양용, 각종 보험용 진단서’는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등에 의하여 사진을 부착하여 개인을 확인하고 치료기간을 명시하도록 하였다(공무원요양법 시행령 제30조).

질병에 관한 진단서 발행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진단명이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9조 제3항에서 병명은 ‘통계법’ 제22조 제1항 전단에 따라 고시된 한국표준질병 • 사인 분류에 따르고 있다. 진단명을 결정하는 데에는 반드시 증상, 징후, 환자의 과거력과 가족력과 같은 병력이 중요하다. 또한 진단을 위한 임상병리검사나 영상의학적인 검사 결과와 같은 의학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며, 조직검사 등을 통한 확진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논란의 여지가 적지만 침습적인 검사를 통하지 않고 임상경과를 통한 추정적인 진단의 경우 당사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진단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제시된 의학적 근거와 진단명 사이에는 객관적으로 타당한 상관관계가 있어야 한다[12]. 다만, 이후에서 논의할 사망진단서(시체검안서)의 경우 임상적인 추정만으로 사인을 알 수 없을 때 망자를 통해 객관적인 검사를 사후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추정적인 진단임을 밝히거나 사인 ‘미상’으로 법의 부검을 통한 입증이 필요할 수 있다.

(3) 상해 진단서

질병의 원인이 상해로 인한 것인 때에는 상해의 원인 또는 추정되는 상해원인, 상해의 부위 및 정도, 치료기간, 입원의 필요여부, 외과적 수술여부, 병발증의 발생가능성 여부, 통상활동의 가능여부, 식사의 가능여부, 상해에 대한 소견에 관한 사항을 추가로 기재하여야 한다(의료법 시행규칙 제9조 제2항). 상해와 관련된 진단서만이 형사사건에서 증거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13,14]. 또한 상해진단서를 작성한 의사는 재판에서 증인으로 증언을 해야 할 의무도 동일하게 진다. 다만 현실적으로 상해진단서를 발부하는 경우 형사사건에 관련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인정되고, 진단서 발급에 따른 비용도 질병으로 인한 일반 진단서에 비해 높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상해진단서는 단순히 의학적으로 손상을 증명하는 문서가 아니라 법률적인 상해를 증명하는 문서로 의학적인 손상은 법률적으로 폭행, 상해, 과실, 치사, 살인 등의 여러 개념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인식되고 있으나 의사가 증명할 수 있는 것은 환자의 몸에 나타난 증상이나 증세 그리고 검사 결과에 따라 진단할 수 있는 ‘손상’자체일 뿐이다[1]. 이 때 의학적인 손상은 ‘외부적인 원인(물리적 또는 화학적)이 인체에 작용하여 생긴 형태적 변화나 기능적 장애’로 정의되며 주로 그로 인한 결과를 의미한다. 반면 법적인 상해란 형법에서 상해죄의 보호법익과 관련하여 해석되는 법률적 개념으로 신체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주는 경우(건강침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상해진단서의 법적인 효과는 어떠할까? 상해의 피해자가 제출하는 상해진단서의 증명력에 대하여 대법원은 상해죄의 피해자가 제출하는 상해진단서는 일반적으로 의사가 당해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상해의 원인을 파악한 후 의학적 전문지식을 동원하여 관찰 • 판단한 상해의 부위와 정도 등을 기재한 것으로서 거기에 기재된 상해가 곧 피고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사실을 직접 증명하는 증거가 되기에 부족한 것이지만, 그 상해에 대한 진단일자 및 상해진단서 작성일자가 상해 발생시점과 시간상으로 근접하고 상해진단서 발급 경위에 특별히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으며 거기에 기재된 상해 부위와 정도가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해의 원인 내지 경위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무렵 피해자가 제3자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등으로 달리 상해를 입을 만한 정황이 발견되거나 의사가 허위로 진단서를 작성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상해진단서는 피해자의 진술과 더불어 피고인의 상해 사실에 대한 유력한 증거가 되고, 합리적인 근거 없이 그 증명력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13,14]. 또한 상해 피해자를 진찰한 의사의 진술과 상해진단서의 증거범위에 대하여 대법원은 역시 상해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를 진찰한 바 있는 의사의 진술 및 상해진단서를 발행한 의사의 진술이나 진단서는 가해자의 상해 사실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증거에 의하여 상해의 가해행위가 인정되는 경우에 그에 대한 상해의 부위나 정도의 점에 대한 증거가 될 뿐이라고 판시한 예가 있다[15].

따라서 의사 등이 상해진단서를 작성할 때에는 의사 자신이 손상의 원인을 분명하게 밝힐 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대부분의 손상 원인 기재 시에 객관적인 손상의 명칭만을 기재하거나 환자의 진술에 따라 기재하여야 하며 이 때 환자 등 목격자의 진술에 따라 기재할 경우 그 내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예를 들어 환자 또는 목격자 갑의 진술에 의함).

상해의 부위 및 정도에 대해서는 상해 부위는 가벼운 표피박탈이라도 법의학적으로는 외력이 작용한 물체의 종류와 작용 방법을 추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므로 손상 부위는 빠트리지 않고 기록되어야 하고, 가능하면 진료기록부에 그림이나 컬러 사진 등으로 찍어두어 진료기록 등에 첨부하여 보존하면 증거 자료가 될 수 있다. 상해의 정도는 경도, 중등도, 중증으로 구별하기도 하지만 기준이 모호하므로 오히려 상처의 수나 크기, 깊이, 오염의 정도 등으로 판단할 수 있다. 다만, 환자의 주관적으로 호소하는 통증을 포함한 증상들은 객관적인 소견이 아니므로 상해 진단서에는 객관적인 소견이나 의학적인 근거들에 의한 내용들이 기재되어야 한다. 상해진단서와 관련된 문제 중 이른바 이해 당사자들 간에 진단 결과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는 공통적인 부분이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은 있으나, 객관적인 증상(또는 증거)이 없는 경우들이다. 이 때 의사는 적어도 합리적인 정도의 객관적인 근거가 있을 경우 상해진단서 등을 발급하거나 이에 대한 진료기록을 남겨야 한다. 대법원은 의사가 신체에서 별다른 외상을 발견할 수 없었고 다만 앞가슴에 약간 긁힌 자국의 점상출혈이 있었을 뿐인데도 18일 간의 입원치료를 요하는 뇌진탕(후두부 타박상), 양측전흉부 및 우측계늑부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상해진단서를 작성하여 교부한 사실에 대하여 허위진단서 작성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예가 있었다[12]. 이 사건을 통해 의사의 진료차트에는 피하출혈의 소견을 찾아볼 수 없다고 기록되어 있었다는 등의 근거를 들어 충분한 객관적 근거 없이 작성된 진단서는 허위진단서 작성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해석된다. 다만 진단서의 종류에 상관 없이도 객관적인 검사 소견을 제시할 수 없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진단 역시 의학적 근거를 두고 정신과 전문의가 그 진단 기준에 따라 진단하여 진단서를 발부하였다면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 진단에 의한 상해진단서와 다르지 않다고 판시한 예도 있다[5]. 그러나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 진단에 의한 진단서 등의 작성이 반드시 특정 검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의사가 담당환자에 대하여 MRI 검사를 실시하지 아니하였으나 직접 환자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이학적 검사를 실시한 다음, 그 검사결과와 임상심리전문가의 임상심리검사결과, 보호자의 진술, 공소외인이 입원치료를 받아오던 병원의 후유장애진단서, CT와 X-ray 사진 등을 종합하여 재활의학과 전문의로서의 의학적 소신과 식견에 따른 장애진단서는 MRI검사를 하지 아니하는 등 일부 소홀한 점이 있었다 하더라도 허위진단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16].

한편 상해진단서에 기재되는 치료기간은 상해부위와 정도, 진단명에 따라 의학적 판단에 따라 구체적인 치료기간이 정해지게 되며, 이러한 치료기간은 상해진단서를 활용하는 법관, 검사, 수사관들에게 상해의 크고 작음을 치료기간의 길고 짧음으로 판단하게 하는 도구가 된다. 현실적으로 3주 이상의 치료기간이 필요한 상해라면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16] 이 치료기간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치료기간’을 정확하게 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같은 손상이라도 환자의 나이나 영양상태, 손상 이전에 환자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질환에 따라서 또한 선택한 치료방법이나 치료 중 발생한 합병증에 따라서 치료기간이 달라짐에 유의해야 한다.

치료기간을 정할 때에도 “상해일”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진단일”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상해년월일이 진단년월일과 동일하면 문제가 없으나 동일하지 않을 경우에 그 치료기간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치료기간의 기산점은 원칙적으로 상해를 입은 날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상해를 입고 일정기간이 경과한 후 상해년월일을 기준으로 상해진단서를 발급하는 경우 허위진단서 등을 이유로 당사자 일방이 문제를 제기할 소지가 있다. 그러나 판례는 의사가 진단서에 상해일로 기재된 날에 환자를 진찰한 바 없다 하더라도 그 진단서 작성일자에 그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그 진찰 결과에 터잡아 그가 말하는 상해년월일을 기준으로 한 향후 치료기간을 기재한 진단서를 교부한 행위는 구 의료법 제18조 제1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5]. 따라서 상해일을 발병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치료기간의 기산점은 상해일 또는 발병일로 정하더라도 해당 상해에 대한 원칙적인 총 치료기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손상 후 일정한 시간이 흐른 후 치료를 받기 시작한 경우라면 진단서를 발급하면서 환자의 진술과 의학적 판단에 기초하여 기재된 손상의 시점이라면 적절하다고 판단될 것이다.

또한 여기서 치료기간이란 의사가 치료를 시작하고 끝낼 때까지의 시간을 말하며 어떠한 상해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즉, 치료기간을 정할 때에는 앞에서 설명한 치료기간의 시점(기산점)이 문제가 되고 그 외에 치료가 완료되는 기준이 중요하다[1]. 치료가 완료되는 기준을 적극적인 치료가 끝나는 시기, 치료는 끝났지만 치유되는 기간, 성형수술과 같은 보완적 치료 기간, 재취업할 수 있는 시기 가운데 어느 시기로 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치료기간을 정하는 치료의 종료시기는 치료완료라는 것과 같은 의미로 본다[17]. 이후 환자의 손상이 완전히 또는 불완전하게 회복되는 최종적인 기간을 치유기간이라고 한다. 완치라는 것은 외상 이전의 정상상태로 완전히 회복되어 건전한 정신적, 사회적, 육체적 활동이 가능하게 됨을 의미하는 것으로 치료기간을 지나면 완전히 회복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완치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이 치료기간에 비하여 긴 경우가 많고, 손상의 정도가 심한 경우 손상 전의 상태 즉, 완치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불완전하게라도 회복된 상태까지의 기간이 적극적인 치료기간에 비해서 길 수밖에 없다. 이처럼 치료의 시작시기와 종료시기에 따라 정해지는 치료기간이 상해진단서에서는 현실적으로 상해의 경중을 따지는 기준으로 이용된다. 그러므로 기재하는 의사도 그 책임과 중요성을 인지하고 기재하여야 하고, 상해진단서를 참고로 하는 사법기관 역시도 치료기간이 상해의 경중을 따지는 현실적인 기준이 되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 고려된 치료의 시작점과 치료종료 시점 등에 대한 검토 역시 이루어져야만 한다.

최근에는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상해사건, 교통사고, 산업재해와 같이 인체에 손상이 동반되는 사건이 발생한 경우 이에 대한 형사상의 처벌, 민사상 손해배상을 위하여 상해진단서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대로 상해진단서에 기재할 사실을 (일반)진단서로 기재하여도 법적으로 효력의 차이가 없으며, 단지 의료인이 상해진단에 따른 법적인 증언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차이를 인정할 수 있다[17]. 그러나 상해진단서의 작성과 치료기간의 결정에 있어서 문제점이 많고 분쟁의 소지가 있어 현재 대한의사협회 ‘진단서 작성지침’에서 비교적 객관적인 치료기간을 제시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그 적절성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다[18].

(4) 사망진단서

사망을 증명하는 사망진단서나 시체검안서를 발부하는 목적은 크게 개인의 사망을 증명하거나 사망 원인의 통계자료를 통한 국민보건 등을 위한 보건정책을 수립하는 기초자료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사망진단서와 시체검안서의 차이는 원칙적으로 사망진단서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였고 그 환자가 사망한 원인이 바로 의사가 알고 있는 질병 때문일 때에 작성하는 사망증명서이고, 시체검안서는 의사가 사망의 원인을 알 수 없거나 또는 사망의 원인을 알더라도 외인사에 해당하는 경우 특별하게 다루어야 할 죽음(예를 들어 경찰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일 때 작성하는 증명서이어야 한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가 사망에 입회한 경우에 사망일시를 정확히 알 수 있을 경우 사망진단서로 또는 의사 등의 목격과 진단이 없이 병원 전 사망 환자에 대하여는 시체검안서가 발부되기도 하고 그에 따른 개인의 사망을 증명하는 법적인 효력은 같다.

사망진단서를 작성할 것인가 아니면 시체검안서를 작성할 것인가는 그 대상이 사람이냐 아니면 시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사망의 판정여부 및 그 시점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즉 그 대상이 이미 심장사 이후라면 시체검안서를 작성하여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망진단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검안서란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시체에 대하여 사망의 사실, 즉 사인, 사기 및 사망장소 등을 의학적으로 확인한 결과를 기재한 문서를 말한다[19]. 이 중 사망일시는 사람의 종기(終期)를 정하는 시기로 상속이나 보험에서 문제될 수 있고, 드물게 형사사건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의사가 사망에 입회한 경우에는 사망일시를 정확하게 기재하고, 가족 등 목격자의 진술에 의한 경우에는 그 진술한 대로 기재하며 진술자를 포함한 그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병원 도착 전 사망한 경우에는 병원 도착시간 이전 추정으로 기재하기도 한다. 즉, 의사가 사망에 입회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망 일시를 정확하게 추정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사망의 원인은 일반 진단서와 마찬가지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에 의한 진단명을 기재하여야 한다(의료법 시행규칙 제9조 제3항). 세계보건기구에서 정의한 바에 따르면 사망진단서에 기재하는 사망의 원인 즉, 사인은 결국 사망의 결과를 초래하였거나 또는 사망에 관여(기여한 모든 질병, 병적 상태, 손상 그리고 손상을 일으킨 사고나 폭력의 상황을 말한다. 이러한 사망의 원인을 고려하여 사망진단서 상에 사망의 종류를 결정하게 된다. 사망의 종류는 궁극적으로는 수사 기관이나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이다. 따라서 임상의사에게 요구하는 정도는 단지 병사인지 여부를 가리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예를 들어 추락으로 의료기관에 내원하여 사망한 환자의 경우 불의의 추락으로 인한 사망인지 자살의 의도로 환자 스스로 뛰어내린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임상의사가 아닌 수사관이나 법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망의 종류는 사망한 상황을 표시하는 것으로써 원칙적으로 선행사인에 따라 결정 된다. 또한 최근에는 사망보험료를 포함하고 있는 민간보험들 중 약관에 따라 사망의 원인에 따라 즉, 사망의 종류에 따라 보험금의 지급이 다른 경우 때문에 이 사망진단서와 사망의 종류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기도 하여 사망원인에 대한 더욱 신중하고 객관적인 근거 하에 사망진단서 등을 작성하여야 한다.

또한 의사가 작성한 사망진단서 상의 사망의 원인에 따라 의사에게 신고의무가 부과되기도 한다. 의료법에는 의사 등의 변사자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의료법 제26조). 우리 법체계 내에서 사망진단서 등의 작성 주체가 의사이므로 외인사 등 변사자를 인지할 수 있는 자도 의사이다. 따라서 법적으로는 의사가 변사자 신고의무의 주체가 된다. 실제로 법 조문에서도 변사체 신고의무의무의 주체는 의사 • 치과의사 • 한의사 및 조산사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대부분 교부된 사망진단서 또는 시체검안서로 변사자로 의심되는 자의 유족에 의해 신고가 이루어지는 것이 통상적이다. 실제로 근무 중인 의사 등이 변사체 신고를 소재지 경찰서장에게 하는 것은 어렵고 법조문은 그 주체를 의사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법과 현실의 차이를 보여주는 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사망 전에 의사가 진단한 병에 의하여 환자의 사망원인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추정할 수 없는 경한 질병을 앓고 있고 질병의 경과로 보아서 48시간 내에 사망할 수 있다고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반드시 검시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망 전에 의사가 진단한 병에 의하여 사망한 것이 아니라면 시체검안서를 발부하여야 한다. 직접 진료한 사실이 없거나 진료한 지 48시간이 지난 경우 시체검안서를 발부한다. 이 때 최종 진료시점은 마지막으로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찰한 최종 진찰 시점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생존한 채 실제 퇴원을 시행한 최종 퇴원 시점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에 대하여 견해가 나뉘기도 한다[17].

2. 형법상 허위진단서 작성죄

진단서 작성과 관련된 법적 책임의 근거는 의료법 뿐 아니라 형법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우리 형법 제233조는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또는 조산사가 진단서 • 검안서 또는 생사에 관한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7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3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허위진단서 등의 작성은 미수범도 처벌한다(형법 제235조).

허위진단서 작성죄는 의사 • 한의사 • 치과의사 또는 조산사가 진단서 • 검안서 또는 생사에 관한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이 죄의 의의는 의사 • 한의사 • 치과의사 등이 작성하는 이러한 문서는 사문서이지만 일정한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그 경험에 따라 작성하는 문서이므로 신빙도가 높다는 것을 고려하여 작성권한이 있는 자가 허위내용의 문서를 작성하는 경우를 처벌하는 것으로 사문서의 무형위조를 예외적으로 처벌하는 것이다2). 왜냐하면 앞서 언급한 대로 의사 등이 작성하는 진단서 등은 사문서이지만 공문서에 준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고 사회적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허위진단서 작성죄의 구체적인 객관적 구성요건을 살펴보겠다.

1) 허위진단서 작성죄의 구성요건

먼저 행위의 주체는 의사 • 한의사 • 치과의사 또는 조산사에 제한된다. 이 죄는 이러한 신분에 해당하는 신분자가 문서를 작성할 때에만 본죄가 성립하며, 간접정범에 의하여는 본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본죄는 자수범(自手犯)이다. 예를 들어 행위의 주체가 아닌 간호사가 작성한 진단서에 대해서는 다른 법에 의한 죄로 처벌은 가능하더라도 형법상 허위진단서 작성죄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단 이 때 작성권한이 없는 자가 작성한 문서에 대해서는 형법 또는 의료법 등에 의한 별도의 죄책을 적용하게 된다.

또한 행위의 대상인 객체는 ‘진단서 • 검안서 또는 생사에 관한 증명서’이다. 여기서 진단서란 의사가 진단의 결과에 대한 판단을 표시하여 사람의 건강상태를 증명하기 위하여 작성하는 문서를 말하며, 문서의 명칭은 묻지 않는다. 대법원은 형법 제233조의 허위진단서 작성죄에 있어서 진단서라 함은 의사가 진찰의 결과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여 사람의 건강상태를 증명하기 위하여 작성하는 문서를 말하는 것이므로 비록 그 문서의 명칭이 소견서로 되어 있더라도 그 내용이 의사가 진찰한 결과 알게 된 병명이나 상처의 부위, 정도 또는 치료기간 등의 건강상태를 증명하기 위하여 작성된 것이라면 위 진단서에 해당되는 것이라 판시하였다[2] 따라서 소견서로 표시된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죄에서 대상으로 하는 행위는 허위로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여기서 허위란 진실에 방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에 관한 것이건 판단에 관한 것이건 불문한다[8]. 따라서 병명, 사인, 사망일시 뿐만 아니라 치료 여부와 치료기간에 대한 기재도 허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진단서를 거짓으로 작성하여 내주는 행위’에는 환자에 대한 병명이나 의학적 소견 외에도 진단자인 의사의 성명면허자격과 같은 작성 명의를 허위로 기재하는 경우도 포함된다[20].

허위진단서 작성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설명한 객관적 구성요건 뿐 아니라 의사 등의 행위자가 자기의 신분뿐만 아니라 진단서 • 검안서 또는 생사에 관한 증명서를 작성한다는 사실과 기재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할 것을 필요로 한다. 만약 행위자가 허위라고 인식한 때에도 객관적 진실과 일치하는 때에는 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의사가 환자의 손상을 타박상이라고 인식하고 골절이라는 진단서를 작성하였으나 실제로 골절이 발견된 경우에는 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때 앞서 언급한 의료법 제17조 위반 여부는 별도로 판단되어야 한다.

만약 의사의 고의 또는 허위라는 사실의 인식 외에 실제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의사가 진찰을 소홀히 하거나 오진하여 진실에 반하는 기재를 한 때에도 주관적 구성요건인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허위진단서 작성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21]. 다만 오진이나 진찰 소홀에 따른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별도의 민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

3. 의사 등의 진단서 작성과 관련된 책임의 발생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의사 등의 진단서 작성 행위와 관련하여 우리 형법과 의료법은 의사 등에게 부과된 법적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의료법에 의한 진단서 관련 규정의 위반 유형을 구분하여 보면 의사 등 진단서 작성의 주체가 아닌 자가 진단서를 작성한 경우, 의사 등 진단서 작성의 합법적인 주체가 직접 진찰하지 않고 진단서를 작성한 경우, 의사 등이 진단서 작성의 내용 상에 허위가 있는 경우, 의사 등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단서 등의 교부를 거부한 경우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

의료법은 이에 대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진단서 등 교부를 거부한 경우 법 제90조에 의해 300만원 이하의 벌금, 그 외 제17조 제1항 위반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더 중한 형벌을 부과하고 있다. 동시에 법 66조 제1항 제3호에서 위 법 제17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진단서 • 검안서 또는 증명서를 거짓으로 작성하여 내주는 행위에 대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1년의 범위에서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서는 법 제17조 제1항 또는 제2항을 위반하여 진단서검안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발급한 경우 법 제66조 제1항 제10호에 근거하여 자격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기준을 두고 있다. 그리고 법 제17조 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른 진단서검안서 또는 증명서를 거짓으로 작성하여 발급한 경우 법 제66노 제1항 제3호에 근거하여 자격정치 3개월의 행정처분기준을, 법 제17조 제3항 또는 제4항을 위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진단서검안서 또는 증명서의 발급요구를 거절한 경우에도 법 제66조 제1항 제10호에 근거하여 자격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이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형법 제233조에 의하면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또는 조산사가 진단서, 검안서 또는 생사에 관한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7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3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의사는 입원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는 환자들이 보험금 수령을 위하여 입원치료를 받으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입원을 허가하여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후 입원확인서를 발급해준 사안에 대하여 사기방조죄를 적용한 예도 있다[22].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입원 당시 보험가입 여부에 대한 질문을 하거나, 링거주사의 경우 입원치료를 받아야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등의 진술과 환자들이 입원확인서를 발급받아 이를 보험회사에 제출하면 4~5일 정도 지나 보험회사 직원이 조사를 하기 위해 병원에 와서 원장을 만나곤 하였던 점 등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의사의 사기방조죄를 인정하였다. 원심의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진단서뿐 아니라 보험사기 등과 관련하여 진료기록부 등을 허위로 또는 과장하여 기록하는 것 역시 의사에게도 사기방조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22,23].

따라서 형법상 허위진단서 작성죄와 의료법에 의한 진단서 작성 교부 의무 위반에 대한 요건은 각 법에서 일부 차이가 있고 그 구성요건을 고려하여 위반 여부에 따라 죄를 적용하게 되며 동시에 적용될 경우 경합하여 판단하게 된다. 또한 의사 등의 진단서 작성과 관련한 행위의 태양에 따라서는 위 각 벌칙 중 일부 또는 자격에 대한 행정처분과 별도의 형사처벌, 오진과 관련된 민사책임까지 동시에 발생할 수 있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결 론

이 글은 의사 등이 의료행위의 제공과 함께 필수적으로 이루어지는 진단서의 작성 • 교부와 관련하여 부과된 법적인 의무의 내용을 검토하기 위한 글이다. 의사의 진단서 작성과 관련된 법적인 책임에 대해서는 형법과 의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단서 작성과 관련된 사회적 • 법적 책임을 인식하지 못한 자들에 의한 부적절한 사건들이 발생하곤 한다. 명시적인 법적 규제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 법이 그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실효성이 있는지는 법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즉 실질적인 법의 지배가 이루어지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 례로 법이 신뢰하고 있는 문서라고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자가 충분한 신뢰하지 않는 현상 등은 법의 운영과 상호간의 신뢰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신뢰관계로 이루어져야만 하는 의사-환자 관계가 많은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인해 상호간에 신뢰가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법원을 비롯한 우리 사회는 의사 등에 의해 작성되는 진단서와 같은 문서에 대하여 상당한 정도의 신뢰를 부여하고 있다.

의사 등에 의해 작성되는 진단서와 증명서 등은 단순한 문서가 아닌 사회적 • 법적 책임이 발생하는 문서이다. 때문에 진단서 등의 작성주체들 스스로 이러한 사회적 신뢰와 책임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다면 결국 진단서 등의 문서를 교부 받는 상대방 즉 여기서는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지 않게 되고 의사-환자 관계에 있어서의 신뢰관계는 물론 의사 등 그 배타적 작성 주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무너져 앞으로의 규제방향은 전문가 집단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강력한 규제 중심으로 방향이 설정되고 말 것이다. 즉 더 깊이 법이 개입하게 될 것이다.

형법상 허위진단서 작성죄는 공공의 신용에 대한 죄로 구분되어 있다[8].

의사 등이 작성한 진단서는 더 나아가 국민건강보험이나 민간보험 등에서 진단의 종류 또는 사망의 종류와 원인에 따라 급여 대상 여부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기도 하고 사망진단서(시체검안서)의 경우에는 사망통계 등을 통한 축적된 자료를 근거로 보건의료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기능들을 담당하기도 한다.

또한 진단서는 한 사람의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거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의학적 근거에 의해 제한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정신보건법에 의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시장 • 군수 • 구청장에 의한 입원, 응급입원 등이 그러한 예가 된다(정신보건법 제24조 내지 제26조). 이러한 경우들 역시 의사의 정확한 진단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고 의사의 부적절한 진단은 강제구금 등의 범죄행위로 평가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진단서의 사회적 역할과 법적 책임의 발생에 대하여 실제 진단서를 작성하는 주체인 의사 등은 충분히 인식하여야 하며 의사 등의 진단서의 작성행위는 그 보호법익이 개인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닌 공공의 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책임이 발생하는 행위로 인식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진단서를 작성 • 교부하는 주체인 의사 등이 그 스스로 진단서 작성 시 의료법이나 형법에 의한 법적 책임뿐 아니라 이후 작성된 진단서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의 범위까지도 인식하고 진단서를 신중하게 작성하여야 한다.

감사의 글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Grant funded by the Korean Government (NRF2012S1A3A2033416).

Notes

1) 형집행정지란 법원으로부터 징역, 금고, 구류 등 자유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되어 교도소 등에 수감되어 있는 수형자에게 인도적 사유가 있을 때 그 형의 집행을 정지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형집행정지는 필요적 집행정지와 임의적 집행정지로 나뉘는 바, 전자는 심신의 장애로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 형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을, 후자는 1)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우 없는 염려가 있는 때, 2) 연령이 70세 이상인 때, 3) 잉태 후 6개월 이상인 때, 4) 출산 후 60일을 경과하지 아니한 때, 5) 직계비속이 유년으로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는 때, 6) 직계비속이 유년으로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는 때, 7) 기타 중대한사유가 있는 때에 검사의 재량에 의하여 자유형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을 의미한다(형사소송법 제470조, 제471조).

2) 문서의 위조에는 내용이 허위인 경우와 작성명의가 허위인 경우의 2가지가 있다. 전자를 무형위조, 후자를 유형위조라고 한다. 형법은 무형위조를 유형 위조보다 비교적 가볍게 처벌하면서 사문서의 경우 무형위조에 대하여는 이를 처벌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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