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호산구성 장염은 원인이 아직까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비교적 희귀한 질환으로 진단 기준에 의하면 조직검사상 위장관 벽에 호산구의 병적 침윤을 특징으로 하며 다양한 위장관 증상을 나타내는 질병으로, 다른 장기에 호산구 침윤이 없고 기생충감염 등의 다른 질환이 배제되어야 한다 [1]. 임상적으로 위장관 내 호산구 침윤 부위에 따라 점막형, 근층형 및 장막형으로 분류하여 각기 다른 임상 증상을 보인다고 하였다. 점막형 호산구성 위장염은 가장 흔한 형태로 위염으로 오인되기 쉬우며 복통, 오심, 구토와 단백질 상실성 장질환 등을 일으키며, 근층형은 장벽의 비후 및 협소로 장 폐쇄를 유발할 수 있고, 장막형 호산구성 위장염은 가장 드문 형태로 호산구성 복수가 동반된다[2]. 저자들은 우하복부 복통으로 내원한 47세 남자 환자에서 상행결장 및 회장, 맹장 점막의 비후, 경도의 호산구성 복수를 동반한 장막형 호산구성 장염 1예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한다.
증 례
김OO, 47세 남자 환자는 2주전부터 간헐적으로 주로 밤에 쥐어짜는듯한 우하복부 복통으로 본원 내원하였다. 고혈압, 당뇨, 간염, 결핵의 과거력은 없었으며, 천식이나 알레르기력도 없었다. 특이 약물 복용력은 없었으며, 30갑년의 흡연력 및 소주 하루1병의 음주력이 있었으며 부친의 위암 가족력이 있었다. 문진 소견상 전신 피로감이 있었으며, 간헐적인 쥐어짜는 듯한 우하복부 복통 외에는 구토나 설사는 없었으며 체중감소도 동반되지 않았다. 혈압은 110/70 mmHg, 맥박은 80회/분, 체온은 36.4°C였고, 의식은 명료하였으나 전신상태는 급성 병색을 보이고 있었다. 두경부 진찰상 림프절 종대는 없었고, 결막은 창백하지 않았으며, 공막에 황달은 관찰되지 않았다. 흉부 청진에서 특이소견은 없었다. 복부 진찰소견으로 평편하며 부드러웠고, 우하복부와 배꼽 주변으로의 압통은 있었으나 반발통은 없었으며 정상 장음 소견을 보였다. 검사실 소견은 말초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10,800/mm3 (호중구 76.2%, 호산구 4.9%), 헤모글로빈 15.0 g/dL, 헤마토크릿 44.4%, 혈소판 249,000/mm3이었으며, 혈청 총 IgE는 198.9 IU/L이었다. 혈청 전해질 및 생화학 검사에서 나트륨 138 mmol/L, 칼륨 4.0 mmol/L, 염소 109 mmol/L, AST 18 IU/L, ALT 14 IU/L, ALP 58 IU/L, 총 빌리루빈 0.7 mg/dL, 총단백 6.3 g/dL, 알부민 4.3 g/dL, 혈액요소질소 10.2 mg/dL, 크레아티닌 1.0 mg/dL이었다. 기생충에 관한 특이항체 검사도 음성으로 경도의 백혈구 증다증 외 특이소견은 없었다.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상행결장 및 회장, 맹장 점막의 비후 소견과 경도의 복수가 있었으며 복수의 양은 소량으로 검체 체취에 실패하였다(Fig. 1). 내시경 및 조직학적 소견으로는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에서 위 전정부에 경미한 선상 발적만 관찰되었다.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회맹판 및 상행 결장 포함 특이소견 관찰되지 않았으며 때문에 조직검사는 시행하지 않았다(Fig. 2). 이어서 시험적 복강경하 조직검사를 시행하였고 장막 및 장간막에 호산구 침윤 관찰되며 큰창자간막 조직에서도 호산구 침윤 및 혈관내 호산구 증가가 관찰되었다(Fig. 3).
치료는 장막형 호산구성 장염의 진단 하에 경구 스테로이드(prednisolone)를 30 mg/일 용량으로 투여 후 복통 등의 증상 호전을 보여 1주 후 퇴원하였고, 1달 후 외래에서 시행한 말초혈액 소견에서 백혈구 10,300/mm3 (중성구 59.1 %, 호산구 1.2 %)으로 낮은 호산구 수치 보여 스테로이드 용량을 1주일 간격으로 5 mg씩 감량하여 현재 환자는 재발없이 외래에서 추적관찰 중이다.
고 찰
호산구성 장염은 원인불명의 비교적 드문 질환으로서 Kaijser에 의해 처음 보고되었다. 호산구성 장염은 다양한 위장관 증세와 함께 병리소견에서 위장관 벽에만 호산구의 침윤이 관찰되며 다른 기관에는 호산구의 침윤이 없고, 기생충의 감염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로 정의되며, 침윤하는 장관벽의 층에 따라 점막형, 근층형, 장막형으로 분류된다[1]. 비록 호산구가 여러층의 장관벽을 침범하여 증상들이 서로 겹치는 경우도 있지만, 침윤한 층에 따라 다양한 증세를 보인다.
발생부위는 인후에서부터 직장까지 어디서나 생길 수 있는데 호발 부위는 위로 알려져 있고, 약 50%에서는 소장을 함께 침범하며, 소장만 침범하는 경우는 약 10% 정도로 알려져 있다[3]. 소장 중에서는 주로 공장에 많이 호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2]. 호발연령은 40대 전후로 다양하며 남자에서 호발한다. 국내의 보고에서도 31명의 환자 중 남자가 24예이며 나이는 13세에서 67세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였고, 평균 증상의 호소 기간은 67일이었다[4].
원인과 병리기전에 대해서는 호산구성 장염 환자의 50%에서 알레르기의 과거력이 있는 점 및 병변 주위에 형질세포가 산재되어 있으며 혈관 주위에 호산구 침윤이 관찰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알레르기 또는 비정상적 면역기전에 의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Caldwell 등[5]이 그의 연구에서 7명의 환자 중 한 명도 알레르기 병력과 IgE의 상승이 없고, 혈청 면역단백치, 혈청 보체수치, 림프구수 등이 모두 정상임을 들어 본 질환의 면역학적 발생기전을 반박한 보고도 있어, 아직까지 그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고 있다.
호산구성 장염은 호산구의 위장관 침윤이 특징적이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조직검사가 필수적이다. 주로 내시경을 통한 조직검사가 이루어지며, 병변이 국소적으로 분포하기 때문에 내시경 시술자는 이 질환이 의심되면 정상 부분을 포함한 여러 부분에서 생검을 시행해야 한다. 가능한 한 비정상 소견을 보이는 병변에서 시행하고, 되도록 많은 수의 검체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이것으로 진단이 어려운 경우 수술검체에서 진단하는 경우와 경과 및 약물치료로 추정 진단하는 경우도 보고된 바 있다[2]. 장막형 호산구성 위장염의 경우에는 복수의 세포진 검사에서 호산구의 증가를 관찰함으로써 진단 할 수 있다. 본 증례의 경우 시험적 복강경하 조직검사에서 장막 및 장간막에 호산구 침윤 관찰되어 큰창자간막 장막형 호산구성 위장염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치료는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빠른 증상의 호전을 보이며, 스테로이드 투여 7~14일 후 임상적 관해를 보인다. 때로 장기적 치료가 필요한데 스테로이드 중단시 약 50%에서 증상이 다시 나타난다[6]. 증상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저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유지 요법으로 투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7]. 회피요법으로 원인 음식이 규명되었을 때 특정 음식물을 회피하는 식이요법을 시도 할 수 있다. 대부분 수술적 처치는 필요하지 않으며, 확진되지 않은 경우, 약물요법이 실패한 경우, 위장관 폐색, 장출혈 등의 국소 합병증이 있거나, 악성 종양이 의심 될 경우, 충수염 등의 외과적 질환이 의심될 경우 수술적 처치가 필요하다. 본 증례는 스테로이드 치료로 빠른 호전을 보였고, 스테로이드 투여 중지 후에도 12개월의 추적관찰 동안에 재발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