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근치적 방광절제술은 오랜 시간 동안 근침윤성 방광암에서 표준 치료로 시행되었으며, 전이가 없는 방광암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암을 제거하고 우수한 종양학적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다[1,2]. 근치적 방광절제술은 골반림프절절제술(pelvic lymph node dissection)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여 요로전환술(urinary diversion)도 함께 시행하기 때문에 비뇨기과 영역에서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로 여겨진다. 규모가 큰 연구에서도 수술과 관련한 사망이 3% 정도 되며, 장기 추적관찰 시 요로전환술과 관련한 다양한 합병증도 발생한다[3-5]. 따라서 근치적 방광절제술은 수술에 대한 경험이 많은 3차 기관에서 주로 시행하며, orthotopic neobladder와 같은 복잡할 술기는 일부의 기관에서만 주 요로전환술로 선택하여 시행하는 편이다[6].
현재 많은 수술 영역에서 최소 침습 수술(minimal invasive surgery)이 활용되고 있으며, 복강경이나 로봇 술기를 이용한 근치적 방광절제술에 대한 관심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미국 FDA에서 2000년에 daVinci surgical robot system (Intuitive Surgical, Sunnyvale, CA, USA)을 사람의 수술에 사용하는 것을 허가한 후 로봇을 이용한 전립선암 수술은 급증하였으며, 부분 신장절제술에서도 기존의 복강경 수술을 상당 부분 대체하였다[7]. 현재 근치적 방광절제술은 비뇨기 종양 수술에서 최소 침습 수술이 실험되고 있는 마지막 영역이다. 특히 로봇 보조 근치적 방광절제술(robot-assisted laparoscopic radical cystectomy, RARC)의 경우 순수 복강경보다 더 나은 시야와 인체공학적인 움직임으로 술 후 더 빠른 회복, 재원 기간의 단축 등과 함께 개복수술과 비슷한 종양학적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국소 진행성 환자(T3 이상)에서는 50% 정도가 재발하는 것을 고려하면, 로봇을 이용하는 수술이 과연 종양학적인 측면에서 발전적인 부분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또한, 현재 보고되는 많은 연구들이 일부 경험이 축적된 기관에서 선택된 환자에서 시행되고 있는 점 또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본 종설에서는 RARC에 대한 다양한 문헌들을 통해 RARC의 발달사와 술기, 그리고 종양학적 결과 등을 살펴보고, RARC의 현 상태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본 론
순수 복강경을 이용한 근치적 방광절제술은 1992년 Parra 등[8]에 의하여 처음 시행되었으며, 이후 복강경을 이용하여 ileal conduit이나 orthotopic neobladder과 같은 요로전환술까지 함께 시행한 경험들도 보고되었다[9,10]. 이후 몇몇의 주요 기관에서 복강경을 이용한 근치적 방광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의 경험을 보고하였으며, 단기간에는 만족할만한 종양학적 결과가 보였으나 장기 추적관찰에 대한 증거는 부족한 상태이다[11-13].
로봇 시스템의 도입 이후 복강경을 이용한 기존의 수술이 로봇 보조 복강경을 이용한 시스템으로 전환되었으며, 복강경 근치적 방광절제술에서 장시간의 수술로 인한 수술자의 피로나 손떨림, 복강 내에서 시행되는 봉합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되었다. 첫 번째 RARC series는 Menon 등[14]이 1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신경 보존 술식의 RARC와 extracorpereal 요로전환술을 시행한 결과를 2003년에 발표하였으며, 이후 독일에서 RARC와 함께 intracorporeal orthotopic neobladder를 시행한 건도 보고 되었다[15]. 이후 RARC의 실행 가능성과 안정성에 대한 여러 초기 경험들이 보고 되었으며[16-18], 이후 RARC와 개복 근치적 방광절제술의 초기 및 중기 추적관찰에 관한 후향적 연구들도 보고되고 있다[19-21].
환자는 전신 마취 하에 쇄석위 자세를 취하게 되며 수술 중 심부정맥 혈전과 관련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하여 압박 스타킹을 신는다. 환자는 패드와 테이프 등을 이용하여 자세를 고정하게 되고 45도 trendelenberg자세에서 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포트는 일반적으로 전립선 암 수술 시 시행하는 것과 같이 6개의 포트를 설치하게 되는데, 이는 배꼽 위의 12 mm 카메라 포트와 로봇 팔 설치를 위한 8 mm 포트 3개, 보조자를 위한 12 mm와 5 mm 포트로 구성된다[22]. 다만, 요관의 박리나 림프절절제술, 그리고 방광적출을 고려하여 전립선 암 수술 때 보다 모든 포트를 2 cm정도 더 머리 쪽으로 올려서 설치하는 것이 좋다(Fig. 1).
복막 후면부를 절개하여 외장골 동맥 및 장골 분기를 찾아내고 그 위를 지나가는 요관을 확인한다. 찾아낸 요관을 주변 조직들을 충분히 보존하며 방광 부위까지 박리한다(Fig. 2). 방광의 끝에서 Hem-o-lok clip 등을 이용하여 요관을 묶고 잘라낸 후 잘린 요관의 원위부를 잘라내어 냉동절편 검사를 보내게 된다. 만약 암세포가 잘라낸 요관 원위부에 존재할 경우 추가적인 절제를 통하여 음성 전환을 하도록 한다. 근치적 전립선절제술 시에는 방광의 전위부를 박리하여 Retzius 공간을 먼저 노출 시키는 것과 달리 근치적 방광절제술 시에는 방광의 후면부를 먼저 박리하게 된다. 더글라스와(Douglas pouch)를 수평으로 절개하고 Denonvilliers의 근막을 절개한 후 전립선과 직장 사이의 공간을 만들게 된다(Fig. 3).
Retzius 공간을 통하여 방광의 측면으로 박리를 시작하며 외장골 혈관의 내측면을 충분히 노출시킨다. 내장골 동맥에서 방광으로 들어가는 상방광 동맥이나 하방광 동맥 등을 모두 Hem-o-lok이나 clip 등을 이용하여 결찰한다(Fig. 4). 그 외에 방광과 전립선 측면으로 들어가는 혈관들을 모두 결찰하게 된다. 측면 혈관들을 어느 정도 처리 한 후 전복막을 요막관(urachus)을 포함하여 박리하며 이어진 방광의 전방부도 함께 박리한다(Fig. 5). 방광 및 전립선의 전방부가 모두 노출되면, 내골반근막(endopelvic fascia)을 열고 심부배정맥(dorsal vein)다발을 결찰하게 된다. 심부배정맥다발을 자르고 요도 역시 자르게 되며, orthotopic neobladder를 시행할 경우 외요도 괄약근 보존의 위해 최대한 요도의 길이를 남기도록 한다. 검체는 endobag에 담아서 보관하게 되며, 이후 카메라 포트 부위에 최소의 절개를 가한 후 빼내게 된다.
방광암에서 림프절절제술은 외장골, 내장골, 폐쇄 신경 부위 및 장골 분기를 포함하며, 경우에 따라 대동맥 분기나 대동맥의 하장간막동맥(inferior mesenteric artery) 기시부까지 범위를 넓히는 경우도 있다. 외측 측면 경계는 음부대퇴신경(genitofemoral nerve), 내측으로는 방광벽, 아래측으로는 Cloquet 림프절, 후방으로는 내장골 동맥과 골반 벽을 포함하도록 림프절을 제거한다(Fig. 6). 제거된 림프절은 복강경 겸자(laparoscopic forcep)를 이용하여 보조자가 12 mm 포트를 통해 빼내게 된다.
요로전환술은 검체를 꺼낸 5~7 cm 정도의 절개창을 통해 extracorporeal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요로전환술은 ileal conduit 혹은 orthotopic neobladder 방법을 사용하며, 모두 회장을 이용하게 된다. 요관은 잘라진 회장의 근위부에 주로 end-to-side로 Bricker의 방법을 이용하여 연결하게 되고[23], 8 Fr 요관부목을 설치하여 연결 부위에서 협착이 발생하거나 소변이 새는 것을 방지하게 된다. Ileal conduit의 경우 자른 회장의 원위부를 포트를 설치했던 자리를 이용하여 빼낸 후 장루를 만들게 되며, orthotopic neobladder의 경우 pouch를 만든 후 가장 dependent한 부분을 기존의 요도와 연결하게 된다. Pouch는 Studer 등[24]이 제시한 방법에 따라 주로 만들게 된다. 요관으로 소변이 역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15 cm 정도의 afferent limb과 남은 45 cm 정도의 회장을 detubularization하고 이를 구 모양으로 만들어 저장용량을 최대화 하고 방광 내 압력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에서 RARC는 수술 후 합병증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기존의 개복수술 방법보다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출혈량이나 재원기간이 줄었으며, 수술 후 보조 항암요법을 시행하는 시기도 더 빠르다는 보고들도 있다[19,20,25]. 하지만 이러한 결과들은 모두 후향적 연구에서 나온 것이며, RARC가 방광암 수술의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종양학적 결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근치적 방광절제술에서 수술 절제면 양성은 암 특이 사망과 관련된 독립적 인자이며, 이를 평가한 대표 연구에서 전체적인 절제면 양성률은 4.2%, 국소 진행성(extravesical)암에서는 7%로 보고 하였다[26]. 경험이 많은 수술자라면 장기에 국한된 암에서 절제면 양성을 만들면 안되지만, 장기 밖의 조직으로 암세포가 침윤하였을 경우에는 수술자의 실수가 아니더라도 절제면 양성이 나올 수가 있다. 하지만, 국소 진행성 암에서 7%의 절제면 양성이 나오는 것은 좀 더 광범위와 절제를 통해 국소 진행성 암에서 절제면을 음성화 할 수 있고, 수술자의 술기가 이에 반영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제 로봇 방광절제술 협력단(International Robotic Cystectomy Consortium)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하였는데, 14기관의 21명의 수술자가 시행한 513건의 RARC에서 6.8%의 절제면 양성률이 보고되었다[27]. 이 결과는 대규모 개복 근치적 방광절제술에서 보고되는 결과와 큰 차이는 없어 보이나, T3병기에서는 8.6%, T4병기에서는 40%까지의 절제면 양성률이 나타나고 있어 국소 진행성 방광암에서 절제면 양성률이 다소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원인으로는 촉감의 부족으로 정확한 수술 절제면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로봇 수술 시 과도하게 검체가 조작되면서 인위적으로 생긴 절제면 양성일 수도 있다. 이 부분은 국소 재발이나 장기간의 종양학적 결과를 통해 확인이 가능할 것이며[25], 현재까지 RARC가 국소 진행성 방광암에서도 효과적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절제면 양성률이 발생할 경우 국소 재발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국소 재발을 한 환자의 대부분은 6개월 정도 이후에 타 장기로 전이가 발생하게 된다[24]. 현재까지 RARC에 관한 연구에서 다소 높은 절제면 양성률에도 불구하고,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국소 재발률이 보고되고 있다[9,28,29]. 이는 RARC 연구에 포함된 환자들이 비교적 양호한 예후를 가진 환자들로 선택이 되었거나, 아직 추적관찰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생각된다. 생존율의 경우 초기 혹은 중기 추적 관찰 결과까지 주로 보고가 된 상태이다[16,28,29]. Kauffman 등[29]에 의하면 85명의 RARC를 받은 환자들을 평균 18개월 정도 추적 관찰하였을 때 23명(28%)이 재발을 하였으며, 그 중 3명(4%)이 국소 재발이었다. 암 특이 사망과 전체 사망은 각각 6%와 10%였다. 이러한 결과는 개복수술에서의 보고와 크게 차이가 없어 RARC의 초기 종양학적 결과는 만족할 만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순수 복강경 혹은 로봇 보조 근치적 방광절제술을 받은 121명을 중위 기간 5.5년 추적 관찰한 결과가 보고되었다[30]. 현재까지 가장 장기간 추적 관찰한 종양학적 결과이며, 5년 전체 생존율, 암 특이 생존율, 무재발 생존율은 각각 48%, 71%, 65%였다. 순수 복강경 환자의 자료도 함께 분석한 결과이지만, 개복수술의 결과와 비교할 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4명(3%)의 환자만이 T4 병기에 해당하였는데, 이들이 모두 3년 이내 사망하여, T4병기에서 5년 전체 생존율을 27%, 10년 전체 생존율을 22% 등으로 보고하였던 기존의 개복 근치적 방광절제술의 비교가 불가능하였다[3,31].
현재까지의 보고는 대부분 단일 기관에서 작은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였으며, 학습 곡선이 반영된 반면 로봇에 익숙한 수술자들의 경험이 포함되었다. 개복수술과의 비교도 무작위 배정된 경우가 없었으며, 대부분 후향적으로 이루어졌다. 앞으로는 전향적 무작위 배정 방법을 통하여 개복수술과의 비교가 되어야 할 것이며 현재 몇몇의 연구가 이미 진행 중에 있다. 비교 대상으로는 단순 절제면 양성률뿐만 아니라 림프절절제술의 범위나 제거된 림프절의 개수, 장기 생존율 등이 모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결 론
로봇 시스템이 도입된 후 기존의 순수 복강경을 대체하여 로봇 보조 근치적 방광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게 되었으나, 근치적 방광절제술은 림프절절제술이나 요로전환술도 함께 시행되어야 하는 복잡한 수술로 그 효용성과 종양학적 효과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로봇을 이용한 근치적 방광절제술의 시행 가능성과 안정성에 대해서는 이미 증명이 되었으며, 로봇을 이용하여 복강 내에서 요로전환술까지 시행하는 경우도 보고가 되었다. 종양학적으로는 국소 진행성 방광암에서 절제면 양성률이 다소 높다는 보고도 있으나, 초기 혹은 중기 종양학적 결과는 개복수술과 비교할 만 하였다. 향후 전향적 무작위 배정연구 방법으로 개복수술과 동등한 종양학적 효용성을 증명할 수 있을지 확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