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Thomas Addison은 1855년 발표된 그의 논문에 일차성 부신피질부전에 의하여 발생한 근력 약화, 피로, 식욕부진, 복통, 체중감소, 색소침착 등에 대하여 처음으로 기술하였다[1,2]. 부신피질부전은 부신피질의 파괴에 의해 발생하는 당질 코르티코이드 결핍과 관련된 일차성과 뇌하수체에서 혈청 부신피질자극 호르몬(adrenocorticotropic hormone, ACTH)의 분비장애에 의해 발생하는 이차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차성과 이차성의 중요한 차이는 무기질 코르티코이드의 결핍이 일차성에는 있고 이차성에는 없다는 점이다.
일차성 부신피질부전의 원인으로 이전에는 결핵에 의한 양측 부신 파괴가 가장 흔한 원인이었으나, 결핵 진단율 및 치료약제 보급률이 좋아진 20세기 후반부터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선진국에서는 자가면역성 부신염에 의한 일차성 부신피질부전이 80~90%로 가장 흔한 것으로 보고되었다[3]. 이외에 다른 감염성 질환, 전이성 암, 림프종, 부신 출혈 또는 경색, 약물 등의 원인을 들 수 있다. 일차성 부신피질부전의 임상 증상과 징후로는 전신무력감, 식욕부진, 피로감, 체중감소, 과다한 색소침착, 오심, 복통, 기립성 저혈압, 저혈당, 전해질 장애 등이 올 수 있고, 심하면 탈수, 저혈압, 의식장애 및 쇼크가 동반될 수 있다.
일차성 부신피질부전은 본 증례와 같이 드물게 양측 부신 출혈성 경색으로 인해 발생되는 경우가 보고되었는데, 위험인자로는 항응고제 또는 헤파린 투여, 혈전성 질환, 항인지질 증후군과 같은 과응고 상태, 물리적 외상, 감염, 심한 스트레스와 관련되어 발생할 수 있으며 드물게 임신, 부신 종양, 쇼크 등이 원인이 되고 있다[4,5]. 그러나 본 증례와 같이 원인 없이 발생한 자발성 출혈에 의한 부신피질부전의 보고는 매우 드물다. 양측 부신 출혈의 임상 증상과 징후로는 저혈압, 쇼크, 복부, 등, 옆구리, 흉부의 통증, 발열, 의식저하, 복부 강직, 반발 압통 등이 있다[6].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지 않으면 쇼크가 진행하여 혼수와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정확하고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환자가 생존한다면 부신 기능은 드물게 수개월 후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7]. 저자들은 상복부 통증을 주소로 내원한 환자에서 매우 드물게 원인 없이 발생한 자발성 양측 부신 출혈에 의한 급성 부신피질부전 1예를 경험하였기에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50세 여자가 12시간 전부터 발생한 상복부 통증이 지속되어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복통은 날카롭고 찌르는듯한 양상의 통증이었으며, 오심, 구토, 설사, 변비 등의 위장관 증상 호소는 없었다. 최근 특이 외상력 없으며 몇 개월 전부터 양측 무릎 관절통에 대하여 진통제를 간헐적으로 복용 중이었다고 하였다. 가족력과 과거력에서 특이 병력은 없었다.
응급실에 내원 당시 경미한 발열(체온 37.5°C) 있었으며, 혈압 130/80 mmHg, 맥박수 54회/분, 호흡수 20회/분이었다. 전신 상태는 급성 병색을 보였고, 저명한 색소침착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Fig. 1). 호흡음과 심음은 정상이었고, 복부 진찰 소견에서 장음은 정상이었으며 상복부 압통이 있었다.
말초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129,000/mm3, 혈색소 12.9 g/dL, 혈소판 222,000/mm3이었고, C-반응단백은 0.2 mg/dL이었다. 혈청 생화학 검사상 혈액요소질소 12.9 mg/dL, 크레아티닌 0.79 mg/dL, AST 24 IU/L, ALT 18 IU/L이었고, 전해질은 나트륨 137 mEq/L, 칼륨 3.34 mEq/L이었다.
단순 흉부 방사선 촬영소견은 정상이었다. 복부 단층촬영에서 양측 부신의 부종이 관찰되었으며 악성 종양, 감염, 출혈 등의 감별이 필요하였다(Fig. 2). 부신 병변에 대하여 더 자세한 관찰을 위하여 부신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하였고 T1 강조 영상에서 고신호 강도, T2 강조영상에서 저신호 강도를 갖는 양측 부신(우측: 3.4×2.5 cm, 좌측: 3.5×2.5 cm)이 관찰되었으며 양측 부신 출혈로 확인 되었다(Fig. 3).
진찰 소견 및 검사 결과들로 급성 위장관염을 의심하여 소화기내과에 입원하여 항생제 투여 및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였고, 상부위장관 내시경검사에서 위점막 위축 외에 다른 이상소견 관찰되지 않았으나 상복부 통증을 지속적으로 호소하였다. 복부 단층촬영 및 자기공명영상 검사 후 양측 부신 출혈 확인 되었으며, synacthen 250 mcg 투여 후 시행한 급속 ACTH 자극검사에서 0, 30, 60분에 코티솔은 모두 0.4 μg/dL 이하, ACTH는 207.3 pg/mL, 알도스테론은 1.0 ng/dL 이하로 일차성 부신피질부전으로 진단되어 내분비내과에 전과되었다. 결핵에 의한 양측 부신 출혈을 감별하기 위해 시행한 결핵 피부반응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부신피질부전에 대하여 하이드로코르티손 50 mg 정맥 주사를 8시간 간격으로 하루 2차례 투여 하였고 약제 투약 후 환자의 복부 통증은 소실되었다. 다음날부터 경구 프레드니손 15 mg/day을 투여하였다. 백혈구증가 소견은 정상화 되었으며 혈청 나트륨, 칼륨도 정상 범위를 유지하였다. 하루 3회 측정한 혈압은 정상 범위를 유지하였으며, 자세 변화에 따른 혈압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혈액 배양검사로 균은 동정되지 않았다. 양측 부신 출혈의 드문 원인으로 되어 있는 항인지질 증후군의 유무를 평가하기 위하여 시행한 루푸스 항응고인자는 양성이었으나, 항카디오리핀 항체 및 항 β2-당단백질 항체검사는 음성이었다. 환자에서 이전의 산부인과 및 혈전증의 병력은 없었으나, 양측 부신 출혈, 관절통, 루푸스 항응고인자 양성 소견에 근거하여 항인지질 증후군을 의심하였으며, 이와 관련된 혈전증에 대하여 예방적 치료로 저분자량 헤파린 투여를 시작하였다. 2주 후 다시 시행한 루푸스 항응고인자 선별검사 결과가 음전되었고, 다른 항인지질 항체도 음성으로 항인지질 증후군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였다. 단층촬영 추적검사에서 양측 부신 출혈의 크기는 감소된 소견을 보였다(Fig. 4). 저분자량 헤파린은 아스피린 투여로 변경하였으며, 경구 프레드니손은 7.5 mg/day 로 감량하여 퇴원하였다. 현재 프레드니손 경구약 보충요법을 유지하면서 내분비내과 외래에서 경과 관찰 중이다.
고 찰
부신피질부전은 부신피질의 파괴에 의해 발생하는 일차성 부신피질부전과 뇌하수체에서 혈청 ACTH의 분비장애에 의해 발생하는 이차성 부신피질부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두가지의 중요한 차이는 무기질 코르티코이드의 결핍이 일차성에는 있고 이차성에는 없다는 점이다. 이차성에서는 ACTH에만 결핍되어있고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계는 보존되기 때문이다.
일차성 부신피질부전은 인구 10만 명당 4~11건, 개발도상국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0.8건의 유병률을 보이는 드문 질환이다[8]. 일차성 부신피질부전의 원인으로 자가면역성 부신피질부전이 가장 흔하며, 이외에 결핵 및 다른 감염성 질환, 전이성 암, 림프종, 부신 출혈 또는 경색, 약물 등의 원인을 들 수 있다.
본 증례에서처럼 부신 출혈 또는 부신 정맥 혈전증에 의하여 양측 부신 경색이 발생하면 급성 부신피질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양측 부신 출혈은 부검시 약 1.1%에서 발견되며 단층촬영과 자기공명영상이 보급되기 전에는 주로 부검에 의해 진단되었다[6,9]. 일차성 부신피질부전의 주요 징후로 과다한 색소침착이 관찰되는데 부신피질부전이 급성으로 발현할 경우 색소침착이 될만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므로 색소침착이 동반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부신에 출혈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항응고제 또는 헤파린 투여, 혈전성 질환, 항인지질 증후군과 같은 과응고 상태, 물리적 외상, 감염, 심한 스트레스와 관련되어 발생할 수 있으며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자발성 출혈도 발생할 수 있다[4,5]. 감염성 질환의 경우 녹농균 감염이 가장 흔한 원인이며 폐렴사슬구균, 임균, 대장균, 황색사슬알균 등의 패혈증에서도 동반될 수 있다. 뇌수막구균혈증과 동반된 부신 출혈의 경우 Waterhouse-Friderichsen syndrome이라고 불린다. 23명의 양측성 대량 부신 출혈 환자와 92명의 대조군을 비교한 환자-대조군 연구에서 혈소판 감소증, 헤파린 사용, 패혈증이 부신 출혈 위험의 증가에 있어 가장 강한 연관성을 보이는 독립 인자임을 보여주었다[10]. 부신 출혈의 병인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으나,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ACTH의 분비가 자극되고 이 결과 부신의 혈류가 증가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된다[6].
부신 출혈의 임상 증상과 징후로는 저혈압, 쇼크, 복부, 등, 옆구리, 흉부의 통증, 발열, 식욕부진, 오심, 구토, 의식저하, 복부 강직, 반발 압통 등이 있다[6]. 이러한 증상 및 징후와 함께 혈색소, 적혈구용적률의 급격한 저하가 동반될 경우 부신 출혈을 의심할 수 있으나 임상적으로 조기에 인지하기 어렵다.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지 않으면 쇼크가 진행하여 혼수와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환자가 생존한다면 부신 기능은 드물게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으나, 대개 지속적인 부신피질 호르몬 보충 요법이 필요하다[7].
급성 부신피질부전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응급 상태로 확진을 내릴 때까지 치료가 연기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당질 코르티코이드 치료를 시행하기 전 혈청 전해질, 혈당, ACTH, 코티솔 검사를 시행해야 하며, 만약 환자가 위급하지 않다면 급속 ACTH 자극검사를 시행한다. 급성기에 대한 치료시 6~8시간마다 하이드로코르티손 100 mg을 정맥주사 할 수 있으며 불가능할 경우 근육내 주사도 가능하다. 24시간 후부터 빠르게 감량하며 경구 하이드로코르티손 15~25 mg를 분할 투여하여 장기간 보충 치료를 유지한다[8].
본 증례에서는 환자가 관절통으로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를 간헐적으로 복용하였으나 1달 동안 평균 복용량 2~3회로 이에 의한 영향은 적을 것으로 생각되며, 스테로이드 복용력은 없었으며 외상, 항응고제의 사용의 병력도 없었다. 입원 당시 상복부 통증 및 압통, 경미한 발열 등의 증상 때문에 급성 위장관염을 의심하였으나 혈액 배양 검사상 균 배양되지 않았고 C-반응단백이 정상 범위였으며 입원 중에는 발열이 관찰되지 않아 감염성 질환은 배제하였다. 지속되는 상복부 통증에 대하여 상부위장관 내시경을 시행하였으나 통증을 유발할 만한 병변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상복부 통증에 대하여 시행한 복부 단층촬영에서 양측 부신 출혈이 확인되었고 다른 이상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과다한 색소침착 소견이 없으며 12시간 전 갑자기 발생한 상복부 통증 외에는 평소 별다른 증상이 없었으며 급속 ACTH 자극검사에서 부신피질기능 저하 소견이 보여 급성 부신피질부전을 진단하였다. 결핵 피부반응 검사 결과 음성으로 결핵에 의한 부신 출혈은 배제하였다. 양측 부신 출혈, 관절통, 루푸스 항응고인자 양성 소견에 근거하여 항인지질 증후군을 의심하였으나, 질환의 정의에서 12주 간격으로 루푸스 항응고인자나 항인지질 항체가 양성으로 지속됨으로 위양성이 아님을 증명하여야 하나, 본 증례에서는 2주 만에 추적한 결과에서도 음전된 소견으로 항인지질 증후군의 진단을 배제할 수 있었다.
일차성 부신피질부전에서는 이차성과 달리 무기질 코르티코이드의 결핍이 동반된다. 이와 관련된 증상으로 저혈압, 탈수, 체중 감소, 저나트륨혈증, 고칼륨혈증 등이 있으며, 이에 대하여 플루드로코르티손 0.05~0.2 mg을 투여한다[8]. Swyer [11]는 일부 일차성 부신피질부전 환자에서는 플루드로코르티손 보충 요법이 필요하지 않으며 당질 코르티코이드 보충 요법 만으로 조절이 된다고 보고하였다. 본 증례에서는 혈청 알도스테론이 감소된 소견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혈압과 전해질이 정상 범위를 유지하였고 탈수, 체중 감소의 호소도 없었다. 임상 증상에 근거하여 플루드로코르티손 보충 요법은 시행하지 않았으며 장기간 외래 추적관찰 시에도 정상 혈압과 전해질 수치를 유지하였다.
이상을 종합하면, 본 증례에서는 외상, 감염, 자가면역질환, 항응고제 투여 등의 위험 인자가 명확하지 않은 환자에서 자발성 양측 부신 출혈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일차성 급성 부신피질부전이 발생하여 급성 상복부 통증이 나타난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들은 상복부 통증을 주소로 내원한 환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자발성 양측 부신 출혈 및 일차성 부신피질부전울 진단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부신피질 호르몬 보충 요법 후 증상, 이학적 소견 및 검사실 소견이 호전된 1예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