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결핵은 활동성 결핵 환자의 기침을 통해 공기 중으로 배출된 결핵균에 의해 전염되는 감염성 질환으로 많은 경우에 폐결핵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인체의 모든 장기에 다양한 형태로 발현될 수 있다. 폐 이외의 다른 장기에 발생하는 폐외 결핵은 전체 결핵환자의 1%–15%이며[1], 이 중 근골격계에 발생하는 결핵은 전체 결핵의 1%–5%로 드물다[2]. 생식기를 침범하는 결핵은 개발도상국에서는 7%–15%, 산업화 국가에서는 1%–2%에서 보고되고 있다[3]. 근육에 발생하는 결핵은 대개 뼈의 침범을 동반하며 뼈, 관절의 활액막, 힘줄 등을 통해 근육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4]. 하지만 뼈에 결핵이 이완되지 않고 근육에만 선택적으로 침범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폐결핵과 동반되어 자궁내막의 결핵을 동시에 발현하는 결핵은 아직 보고된 바 없다. 복부 종괴를 주소로 내원한 32세의 여자에서 자궁내막 결핵을 진단하였으며, 동시에 폐 결핵성 농흉 및 복직근 결핵의 세 부위의 동시 다발적인 결핵을 보인 1예를 경험하였기에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32세 여자 환자가 우상복부 종괴를 주소로 본원에 입원하였다. 내원 1년 전부터 통증없는 복부 종괴를 발견 하였으나 다른 동반 증상 없어 병원에 내원하지 않고 지냈다. 내원 2달 전에 2주간의 월경과다 증상이 있어 타 병원 내원하여 시행한 질 초음파 검사에서 자궁내막 증식 소견 보여 자궁내막 소파술 시행하였다. 조직 검사는 만성 육아종성 염증으로 결핵을 시사하는 소견을 보였다. 함께 시행한 복부 초음파에서 5.6 cm 가량의 복벽 종괴가 있어 정밀검사를 위해 본원 내원하였다. 과거력은 특이 사항 없었으며, 복부의 타박상 혹은 근육내 주사 등의 사건도 없었다. 정상분만 1회와 유산 2회의 산과력이 있었다. 초경은 15세이며 이후 28일 주기로 규칙적이었으나 내원 2개월 전부터 생리기간이 불규칙하게 길어졌다. 내원 당시 하혈이나 월경통은 없었다.
내원시 혈압 100/60 mmHg, 체온 37.1°C, 맥박수 64/분, 호흡수 20/분으로 활력징후는 안정되어 있었으며 발열은 없었다. 전신 쇠약 및 피로감을 호소하였으나 기침, 객담 등의 호흡기 증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흉부 진찰에서 심음은 규칙적이고 심잡음은 들리지 않았다. 호흡음은 우측 상부 폐야에서 감소되어 있었으나 라음 혹은 천명은 없었다. 복부는 팽창되지 않았고 우상복부에 약 5 cm 가량의 단단한 원형의 유동성 무통성 종괴가 촉지되었다. 종괴를 덮고 있는 피부는 누공, 삼출, 발적 등의 이상 없이 정상 소견을 보였다.
말초 혈액 검사상 혈색소 8.2 mg/dL, 백혈구 6,700/mL (호중구 67.4%, 림프구 22.8%) 혈소판 437,000/μL으로 빈혈 소견 관찰되었다. B형간염항원/B형간염항체 (-/+)이었고, C형간염항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항체는 모두 음성이었다. 객담의 항산균 도말검사는 3회 연속 음성이었으나, 항산균 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 양성, 결핵의 인터페론감마 분비검사(interferon-gamma release assays of tuberculosis)는 양성이었다. 종양표지자 검사상 암태아성항원(carcinoembryonic antigen) 0.9 ng/mL, 알파태아단백(alpha-fetoprotein) 1.3 ng/mL, 탄수화물 종양표지자(CA 19-9) 11.9U/mL이었다.
단순 흉부 방사선에서 우측 상엽에 활동성 결핵이 의심되었다(Fig. 1). 흉부 전산화 단층 촬영에서는 양측 상부 폐야에 소엽 중심의 결절들이 ‘tree-in-bud’ 양상을 보이고 우측 하부 폐야에 농흉이 관찰되었다(Fig. 2). 복부 전산화 단층에서는 우측 복직근에 5×2 cm의 결핵이 의심되는 낭성 종괴가 보였으며(Fig. 3A), 그 외 복강내 결핵성 복막염으로 의심되는 복수와 벽 쪽 복막의 장벽비후의 조영 증강이 관찰 되었다(Fig. 3B). 뼈의 침범은 보이지 않았다. 경질 초음파는 왼쪽 난소에서 4.1×2.4 cm 복합성 낭종이(Fig. 4) 관찰되어 결핵종, 유피낭, 자궁내막종, 낭선종 등이 의심되었다.
복막의 초음파 유도하 세침 흡인 검사에서 만성 육아종성 염증으로 결핵 소견 보였으며 항산균 도말 검사에서 양성을 보였다. 복수의 항산균 도말검사는 음성이었으나 괴사된 염증세포 보였고 아데노신탈아미노화효소(adenosine deaminase) 수치 상승, 결핵균 배양검사 양성 소견을 보였다. 복직근 조직생검에서 항산균 도말 검사에는 음성이나 결핵을 시사하는 만성 육아종성 염증 소견이 관찰 되었다(Fig. 5).
환자는 폐결핵, 복직근 결핵, 자궁내막 결핵의 동시 다발성 결핵으로 isoniazid, rifampicin, pyrazinamide, ethambutol을 투여 받고 있으며, 약물 투여 이후 월경과다 호전되었다. 외래 통해 간기능 검사, 복부 전산화 단층 촬영으로 추적관찰 예정이다.
고 찰
결핵을 유발하는 결핵균은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약 85%는 폐결핵으로 나타나지만, 폐 이외의 장기에 발생하여 다양한 폐외 결핵의 형태로도 발현될 수 있다[1]. 우리나라에서는 통계적으로 매년 비슷한 수의 폐결핵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나, 폐외 결핵 환자의 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이며 2012년 인구 10만명당 16.8명으로 보고되었다. 폐외 결핵은 흉막 결핵, 림프절 결핵, 척추결핵 등의 빈도가 높으며, 면역이 감소된 환자에서 주로 발생한다[1]. 드물게 침범하는 부위로는 근육, 생식기, 간, 비장, 골수 등이 있다. 근육침범을 동반한 골결핵 등의 증례는 많지 않은데, 이는 근육은 젖산의 구성비율이 높고, 림프조직 망상내피계가 결손되어 있으며, 혈액 공급이 풍부하고, 세포가 고분화 되어 있어 결핵의 침범이 용이 하지 않기 때문이다[5]. 특히 뼈 침범 없이 발생하는 근육 결핵은 매우 드물며, 이는 원발 병소에서 혈관을 따라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6]. 근육을 침범하는 결핵의 주요 증상은 압통과 종창이며, 대개 여러 근육보다는 한 근육을 침범하고 면역이 정상인 환자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2006년 Nuwal와 Dixit [7]는 뼈 침범없이 복직근에 국한된 결핵을 보고하였다. 2개월 전 발견된 복부의 4 cm 가량의 무통증 고정된 종괴 주소로 내원한 32세 남자는 세침검사에서 결핵성 육아종성 병변이 발견되었다. 다른 장기의 전이 없이 복직근의 원발성 결핵 진단하 항결핵제 치료 후 증상이 호전된 증례였다. 본 증례는 복부의 무통성 종괴에 대해 세침검사를 통해 진단하였다는 점에서 유사하나, 유동된 종괴였다는 것과 복직근 결핵 외 흔하게 동반될 수 있는 폐결핵뿐만 아니라 자궁내막 결핵이 함께 발현되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여성에서 생식기 결핵은 대개 무증상이며 불임검사 등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불임이 가장 흔한 증상이며, 그 외 골반통, 생리 불순을 발현하는 경우도 있는데, 결핵균이 생식샘 자극을 방해하여 생리 불순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3]. 2007년 세계보건기구는 생식기 결핵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92%는 폐나 뼈, 관절, 비뇨기계 등이 결핵에서 이차적으로 발견되었다고 발표하였다[8]. 생식기 결핵을 진단하기는 어렵다. 확진은 생리전 자궁내막의 조직검사, 생리혈에서 결핵균의 동정, 자궁내막 소파술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가장 흔하게 침범하는 생식기는 나팔관이며(95%–100%), 자궁내막(50%–60%), 난소(20%–30%)가 그 뒤를 잇는다[9]. 2012년 Nabag 등[10]은 불임을 주소로 내원한 여성에서 자궁내막 결핵이 진단된 3가지 증례를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불임 외 이차성 무월경을 호소하였으며 자궁경검사 및 자궁내막 조직검사를 시행하였다. 자궁내막은 위축된 소견을 보였으며 조직검사에서 항산균도말 검사는 양성이었다. 항결핵제 치료 후 무월경은 호전되어 규칙적으로 월경하였으나 임신은 없었다. 본 증례의 환자도 조직검사를 통해 진단되었으며 항결핵제 치료 후 월경이 규칙적으로 호전되었다는 점에서 유사하나, 월경과다를 주소로 내원하여 자궁내막 증식소견을 보였으며 다른 장기의 침범을 동반하였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이와 같이 폐외 결핵은 드물고, 면역체계가 정상인 환자에서 발생 빈도가 매우 낮으며, 폐 이외의 한 개의 병소를 침범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번 증례와 같이 면역에 이상소견으로 보이지 않는 환자에서 뼈를 포함하지 않고 근육에만 선택적으로 발현되는 결핵과 이와 동반하여 자궁내막의 결핵, 폐결핵을 모두 발현하는 결핵의 증례는 아직 보고된 바 없어 이번 증례보고에 큰 의의가 있다. 다만, 내원 1년 전부터 복부 종괴가 만져졌으나 검사 진행하지 않았다는 과거력을 고려할 때 복막 혹은 복직근의 결핵이 원발 병소이며, 지연된 진단으로 인해 자궁, 폐 등으로 침범되었을 가능성도 추정해 볼 수 있겠다.
폐 외 결핵 시, 침범된 장기의 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객담검사 또는 흉부 방사선 사진으로 진단 가능한 폐결핵과 달리 비 침습적인 진단 방법이 없다. 대개의 경우 발열과 오한 등의 결핵의 특징적 증상들이 발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임상적 증상에 근거하여 의심해야 하고 세균학적, 병리학적 확인을 위해 검체를 반드시 획득하도록 해야 한다[1]. 복부에 발생하는 결핵의 경우는 대부분 증상이 없는 무통성 종괴로 발견된다. 결핵의 비특이 증상인 체중감소, 식욕 감소, 전신 쇠약감 등의 증상과 우연히 발견되거나 서서히 커지는 외부에서 만져지는 종괴로 의심해 볼 수 있으며, 악성 종괴와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방사선학적으로만은 감별이 힘든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확한 감별을 위해 세침 흡인 검사를 통한 병리학적 진단이 필요하고, 실패할 경우 조직 생검이 도움이 될 수 있다[1,7,10]. 동정되는 균 수가 적기 때문에 병리학적으로 진단되지 않더라도 육아종성 염증소견이 관찰되면 결핵을 진단 할 수 있다. 본 증례 환자에서도 통증없이 발생한 복직근의 종창을 조직학적 검사를 통해 확진하였다. 복직근 생검상 항산성 도말 검사에는 음성이나 만성 육아종성 염증이 관찰되어 결핵을 진단하였으며 결핵약제 시작 후 복직근의 종괴 크기가 감소하였다. 자궁내막에 생긴 결핵의 경우는 결핵의 일반적 증상보다 출혈, 생리불순, 불임 등의 문제로 인해 발견되므로 정기적인 부인과적 검진이 필요하다. 내시경적 평가가 중요한 진단 방법이 될 수 있으며, 생검 혹은 소파술 등을 통한 조직학적 결과로 확진할 수 있다.
폐외 결핵의 치료 원칙은 폐결핵에 준해서 시행한다. 결핵약제는 isoniazid, rifampicin, pyrazinamide 3제가 필수이며, isoniazid 초회 내성률이 높은 국가에서는 ethambutol을 4번째 약제로 추가하는 6개월 단기 치료 처방이 표준으로 하고, 유지치료 기간은 침범부위에 따라 연장하기도 한다.
폐외 결핵이 의심되고 중증 혹은 급격히 진행하는 경우 미생물학적 증거가 없더라도 치료를 시작하고 추후 결과에 따라 수정하도록 하며, 주기적으로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 추후 중요 장기 기능 손상 등의 합병증의 예방을 위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