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급성 심근염은 감염 및 약물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되는 심근의 염증으로, 드물게 전격성 심근염으로 발전하여 예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Orientia tsutsugamushi에 의해 발생하는 쯔쯔가무시병은 국내에서 신증후군 출혈열, 렙토스피라증과 함께 대표적인 가을철 급성 발열성 질환의 하나로 대부분 가벼운 임상 경과를 취하며 불현성 감염도 드물지 않다. 그러나 쯔쯔가무시병에 의해 폐나 심장, 중추 신경계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 심한 임상경과를 보이며 드물게 급성 호흡곤란증후군 및 급성 전격성 심근염 등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동반하기도 한다[1]. 쯔쯔가무시병은 심장에도 침범할 수 있는데, 한 연구에 따르면 사체 부검한 경우 80%에서 심장 근육에 병변이 관찰되었으며, 심장 내막 및 외막에 염증 세포 침윤이 보였다고 한다[2]. 하지만 심장을 침범하였을 때 심한 심근염으로 인한 급성 심부전을 보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발생하면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쯔쯔가무시병의 합병증으로 발생한 심근염은 국외 문헌에 소수의 증례들이 발표되어 있고 국내에서는 2건의 증례 모두 사망한 예만 보고되어 있다[3,4]. 본 증례에서는 쯔쯔가무시병으로 인한 심근염을 진단하고, 급성 전격성 심근염 초기에 적절한 항생제 선택, 승압제의 적절한 사용 및 심폐체외순환기(extracorporeal circulation; percutaneous cardiopulmonary support) 치료를 통해 소생한 1예를 보고한다.
증 례
49세 남자가 2일 전부터 기침, 가래 및 가슴 답답함이 발생하여 1차 의료 기관에서 기초 진찰 및 흉부 단순촬영 시행 후 종격동 비대 소견을 보여 대동맥 박리 의심 하에 본원 응급센터에 전원 되었다. 평소 건강했으며 본원 방문 4일 전 설악산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였다. 특별한 과거력 및 가족력은 없었으며, 30 갑년의 흡연력이 있었고, 일주일에 한 번 소주 두 병 정도의 음주력이 있었다. 응급실 방문 당시 급성병색을 보였으나 의식은 명료하였다. 혈압은 90/60 mmHg, 맥박 수는 분당 129회, 호흡 수는 분당 20회, 체온은 36.5°C였다. 피부는 따뜻하고 건조하였으며, 경부, 액와부 및 서혜부에서 이상 림프절 종대 소견은 보이지 않았으며 흉부 진찰에서 양측 흉부의 확장은 대칭적이었고, 청진 시 양쪽 폐야에서 천명음이나 수포음은 들리지 않았다. 복부 진찰에서 장음은 정상이었고 압통은 없었으며 간, 비장 및 신장은 만져지지 않았고 박동성 종괴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양쪽 하지에 함요 부종 관찰되지 않았다. 좌측 둔부에 가피가 발견되었다. 응급실에서 시행한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10,380/mm3 (호중구 73.5%, 림프구 16.3%), 혈색소 12.1 g/dL, 혈소판 수 212,000/mm3, 적혈구 침강 속도 7 mm/hr이었다. 혈청생화학검사에서 혈당 136 mg/dL, 총 단백 4.8 g/dL, 알부민 2.8 g/dL, 혈청 요소질소 25.5 mg/dL, 크레아티닌 1.14 mg/dL, 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전달효소/알라닌 아미노전달효소 366/261 IU/L, 총 빌리루빈 0.6 mg/dL, 직접 빌리루빈 0.1 mg/dL, 나트륨/칼륨/클로라이드 129/4.2/102 mEq/L, 칼슘 6.3 mg/dL, 인 3.1 mg/dL, 요산 6.9 mg/dL, C-반응성 단백 26.3 mg/dL였다. 혈액응고검사에서 프로트롬빈 시간 14.2초(10.3–12.3초), 활성화 부분트롬보플라스틴시간 30.8초(23.6–30.9초)였으며, D-이합체 2.46 mcg/mL (0–0.65 mcg/mL)였고, 심근효소수치는 크레아티닌 활성효소 348 U/L (35–232 U/L), creatinine kinase MB 49.1 mcg/L (0–6.73 mcg/L), 트로포닌-I 22.93 mcg/L (0–0.08 mcg/L)로 현저히 증가 되었고, brain natriuretic peptide (BNP) 476.6 pg/mL (0–100 pg/mL)였다. 동맥혈가스분석은 대기가스 상태에서 산도 7.461, 이산화탄소 분압 23.8 mmHg, 산소 분압 98.5 mmHg, 중탄산염 17.1 mEq, 염기 과잉 4.1 mmol/L, 산소포화도 98%였으며, 단순 요 검사에서는 산도 5.0, 비중 1.082, 단백 미량, 잠혈(-), 백혈구 0–2/high power field, 적혈구 0–2/high power field였다. 흉부 단순촬영에서 양측 폐하에 다소 불균일한 음영 증가 소견 및 종격동 비대 소견 관찰되었으며 심비대가 보였다(Fig. 1). 또한 심전도에서는 우각차단 및 V2와 V3에서 ST 분절 상승 소견을 보였다(Fig. 2). 단순 흉부 촬영에서 종격동 확장 소견이 있어 대동맥 박리를 의심하여 흉부 대동맥 컴퓨터 단층 촬영을 시행하였으나 대동맥 박리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심전도 소견과 심근 효소치 증가로 급성 심근 경색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의심 하에 관동맥 조영술 시행하였으나 관상 동맥에는 이상 소견 보이지 않았다. 이어 심초음파 검사를 시행한 결과 좌심실 구혈률 25% 정도로 감소되어 있었고 좌심실 및 우심실 전 영역에 걸쳐 벽운동이 감소되어 있었다. 급성 심근염을 진단하고, 약물 복용력은 없었기에 원인을 알아보기 위한 세균 및 바이러스 검사를 입원 당일에 시행하였으며, O. tsutsugamushi항체 양성 소견 외에 다른 바이러스는 모두 음성의 결과를 보였다. 입원 시 혈압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정맥으로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을 점적 투여하였으나 요구량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도부타민(dobutamin), 바소프레신(vassopressin)을 추가 점적 투여하였지만 수축기 혈압이 90 mmHg 미만으로 감소가 지속되어 입원 2일 째 심폐체외순환기를 적용하였고, 입원 3일째 급성 신부전 양상으로 신기능 악화되어 지속적 신대체 요법(continuous renal replacement therapy)을 시작하였으며 급성 호흡부전으로 기계 환기 치료를 시행하였다. 입원 4일째 O. tsutsugamushi항체 양성(1:320) 반응이 보고되어 비위관을 통해 doxycycline 투여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심근 효소치가 다시 증가되었고(Fig. 3), 노르에피네프린, 도부타민, 바소프레신의 지속적 투여 용량 증가 및 심폐체외순환기 적용에도 수축기 혈압은 동맥내압 모니터링 상 체크되지 않았고, 심전도에서 분당 30회 이하의 심실반응은 있었으나 심장초음파에서 심근 전 영역에 걸쳐 심장의 수축이 전혀 없는 전기 기계적 해리(electro-mechanical dissociation, EMD) 소견이 보이기 시작하였다(Fig. 4A). 혈압이나 심장의 반응이 전혀 없었으나, 노르에피네프린, 도부타민, 바소프레신의 지속적 투여 용량 증가하던 중 7시간 후 혈압과 맥박이 회복되기 시작하였고 심장초음파에서 심장의 수축도 다시 관찰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수축기 혈압이 80–90 mmHg 유지되기 시작하여 기존의 항생제 치료 및 보존적 치료를 지속하였고, 약 5일간 상태 변화 없이 좌심실 구혈률이 5–10% 정도 유지 되어, 전신상태에 따라 심장 이식도 고려하기로 하였다. 점차 혈압이 증가하고 맥박도 안정화되는 등 회복 양상을 보이면서 입원 16일째 좌심실 구혈률 21%로 회복 소견 보였다. 이후 더욱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입원 17일째 좌심실 구혈률 27%로 증가하였고 입원 18일에는 좌심실 구혈률 55%로 증가하여 심폐체외순환기를 제거하였으며, 승압제의 지속적인 투여 용량 감소에도 수축기 혈압이 100 mmHg 이상 유지되었다. 입원 19일째 환자의 의식상태가 명료하게 회복되고 산소포화도 98% 이상 유지되어 기계 환기 치료도 중단하였고, 활력징후가 양호하게 회복 되어 승압제 사용도 중단하였다(Figs. 4B, 5). 입원 20일째, 활력징후와 심장기능은 안정적으로 정상화 되었고, 검사 소견도 신기능을 제외하고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신기능이 감소(estimated glomerula filtration rate, 24 mL/min/1.73 m2) 되었지만 투석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소변량도 회복되어, 손실된 근력 회복을 위한 재활치료를 외래에서 지속하기로 하고 퇴원하였으며, 약물 투여 없이 양호한 상태로 추적 관찰 중이다.
고 찰
본 증례는 쯔쯔가무시병의 합병증으로 급성 심근염이 발생하여 조기에 적절한 항생제 투여 및 심폐체외순환기 등의 적극적 치료로 소생한 환자에 대한 보고이다. 국내에서 가을철 호발하는 열성질환으로 신증후군 출혈열, 렙토스피라증, 쯔쯔가무시병 등이 잘 알려져 있고 이들 모두 극히 드물지만 심장 근육을 침범하여 심근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이 중 쯔쯔가무시병은 야외 활동력과 함께 가피와 발진 등 특징적인 소견을 보여 임상적으로 진단할 수 있지만, 실제로 쯔쯔가무시병 환자에서 발진이나 가피가 동반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므로 임상증상만으로 쯔쯔가무시병을 진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 혈청학적 진단방법, 유전자 검출법이나 배양법 등으로 진단할 수 있다[5]. 쯔쯔가무시병의 주된 병리학적 기전은 O. tsutsugamushi가 혈관 내피세포에서 증식하여 전신적 혈관염 및 혈관주위 염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진단은 환자의 노출 병력 및 임상경과와 혈청학적 검사 결과로 시행한다[6]. 침범되는 장기로는 폐, 심장, 간, 비장 및 중추 신경계가 있다. 쯔쯔가무시병은 심장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심근 세포에 혈관염을 일으키고 혈관주위 염증은 조직 내 염증 세포 침윤을 야기시키며 이에 간질 조직의 부종 및 출혈을 유발한다. 또한 염증이 심근과 심근 주위에 침범함으로써 심비대증을 보이며 대개 가역적이며 심근염에 의한 심각한 심부전을 일으키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2]. 급성 심근염은 심장 근육의 염증성 질환으로 바이러스, 리켓치아, 세균, 원충 등의 감염에 의해 발생하며[7] 그 중 바이러스 감염이 가장 흔하다. 급성 심근염은 임상경과가 다양하여 경미한 증상만 나타난 후 자연 회복되는 경우부터 전격성 심근염의 양상을 보이면서 심인성 쇼크에 이르는 경우까지 다양하다[8]. 급성 심근염의 확진을 위해서는 심근 조직 검사가 필요하지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며 시행할 수 없는 임상적 상황일 경우가 많고, 심기능 저하를 보이는 환자에서 심근 효소의 상승, 정상 관상동맥 소견, 최근 상기도 등 감염의 병력이 있다면 진단할 수 있다. 현재까지 쯔쯔가무시병에 합병된 심근염은 극히 드물게 보고되어 있다. 심근염의 진단의 표준검사법이 심근 조직 검사이지만 진단 예민도가 낮고 침습적인 검사로 생체징후가 불안정한 급성기 환자에게 시행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9]. 이와 같은 이유로 이전 문헌들에서도 쯔쯔가무시병 이후 발생한 심내막염을 진단 시 심내막을 조직 검사를 하여 보고한 것은 1991년 일본에서 보고한 것이 유일한 자료이다[3]. 다른 외국 증례로는 2008년 태국에서 보고한 것으로 소아에서 쯔쯔가무시병에 의한 전격성 심근염이 발생한 증례이다. 그러나 이 증례 역시 심내막 조직 검사를 시행하지 못하였지만, 임상적 심근염 소견과 혈청학적인 O. tsutsugamushi 항체 반응 양성 소견으로 진단하였다[10]. 쯔쯔가무시병에서 광범위한 심근 침범은 그 자체로 매우 치명적이므로, 심근염에 대한 빠른 진단은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혈압저하를 보이기 전까지 신체검사에서 이상 소견을 찾을 수 없으며 심전도에서 보이는 변화는 비특이적으로 심장 조직 검사가 침습적이며 불안정한 환자의 상태에서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심근염 중에서도 가을철에 발생하는 경우 3가지 열성 질환에 따른 합병증 여부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항체검사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본 증례에서도 본원 방문 시 심근효소 및 BNP의 증가, 응급실에서 시행한 심전도 소견 및 관상동맥의 영역과 맞지 않는 심초음파에서의 미만성 벽운동 장애 및 심장 수축력의 심한 저하, 입원 기간 동안 심근 표지자의 상승 등의 임상적 소견과 함께 입원 당시 검사한 쯔쯔가무시 항체 반응 양성 소견으로 쯔쯔가무시병에 의한 심근염을 진단하였다. 또한 쯔쯔가무시병에 의한 심근염으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허혈성 심질환 및 스트레스성 심근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를 배제해야 한다. 스트레스성 심근염은 환자의 전신상태가 악화될 만한 다른 병적 원인이나 스트레스가 될 만한 원인이 없었기 때문에 배제할 수 있었다. 또한 허혈성 심질환도 정상 관상 동맥의 소견을 보여 배제할 수 있었다. 비록 심근 조직검사를 시행하지 못하여 조직학적 확진을 하지 못하였으나, 환자의 임상 상태와 항체 반응 양성 소견 등으로 쯔쯔가무시병에 의한 심근염으로 진단하였으며, 초기에 적절한 항생제(doxycycline) 사용이 가능하였다. 본 증례와 마찬가지로 급성 전격성 심근염의 발생으로 인하여 중증의 임상경과를 보였으나 심근염에 대한 진단 방법의 침습성으로 인하여 진단을 내리지 못하였거나, 의심하지 못하여 항체반응 검사를 시행하지 못했던 환자가 많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심근염에 대한 치료는 일반적으로 심부전에 대한 적극적 보존적 치료가 가장 중요하지만, 대개 원인을 규명하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가을 환절기에 쯔쯔가무시병 외에도 신증후군 출혈열, 렙토스피라증 역시 극히 드물게 심근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증례보고가 있어, 심근염 발생시 원인 규명을 위한 적극적 병력 청취 및 신체 진찰이 필요하겠다. 특히 세균 및 바이러스에 관한 원인 규명과 함께 3가지 열성 질환에 대한 항체검사는 의심이 될 경우 반드시 시행하는 것이 추가적 치료 방침 결정에 중요하다고 할 수 있고 본 환자에서도 초기부터 진단하여 적절한 항생제의 사용이 가능하였다. 즉, 우리나라 가을철에 원인이 불분명하고 열을 동반한 심근염이 발생하였을 때 쯔쯔가무시병에 의한 심근염도 가능성 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하겠다. 또한 급성 전격성 심근염의 치료에 있어서 지극히 저하된 심실기능을 보조하기 위한 심폐체외순환기 등의 기계적 심폐 체외 순환기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본 환자에서도 EMD 소견까지 관찰되었으나, 포기하지 않고 승압제 사용, 심폐체외순환기를 이용한 지속적 순환, 지속적 신대체요법, 그 외 적절한 내과적 치료를 통하여 소생시킬 수 있었다[11]. 저자들은 급성 전격성 심근염이 발생한 49세 남성에서 쯔쯔가무시병을 조기에 진단하였으며, 그 후 적절한 항생제 투약 등 포기하지 않는 지속적 보존적 치료 및 심폐체외 순환기 등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여 소생한 예를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