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방선균은 그람 양성 혐기성 균으로 인체의 구강, 인후두부, 위장관 및 생식기관에 존재하는 상재균이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점막이 손상되고 방어력이 약해지면, 방선균이 인체로 침입되어 만성 육아종성 감염을 일으킨다[1]. 호발 부위는 안면부, 흉부, 복부와 골반 등이며, 이 중 복부에 침범하는 경우는 20%에 해당한다[2]. 간성 방선균증은 매우 드문 질환으로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인해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3]. 저자들은 드물게 복벽 종괴를 동반한 간성 방선균증 1례를 경험하여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53세 여자가 2개월 전부터 시작된 왼쪽 상복부 통증을 동반한 종괴를 주소로 내원하였다. 과거력에서 5년 전 당뇨와 고혈압을 진단받고 약물 복용 중이었다. 20년 전 자궁 내 장치(intrauterine contraceptive device)를 삽입하였고, penicillin 알러지가 있었다. 가족력에서 특이사항 없었으며 계통문진에서 간헐적인 열감, 오한, 식욕부진 및 5개월 동안 10 kg의 체중감소가 있었다. 신체 검사에서 내원 시 활력 징후는 혈압 120/80 mmHg, 맥박수 78 회/분, 호흡수 16회/분, 체온 36.5°C였다. 의식은 명료하였다. 결막 창백이나 공막 황달은 관찰되지 않았다. 복부 진찰에서 왼쪽 상복부에서 압통을 동반한 7 cm 크기의 종괴가 촉지되었다. 말초 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17,500/mm3, 혈색소 7.7 g/dL, 혈소판 521,000/mm3이었다. 혈청 생화학 검사에서 총 단백 8.9 g/dL, 알부민 3.3 g/dL, 빌리루빈 0.28 mg/dL, aspartate transaminase (AST)/alanine transaminase (ALT) 22/18 IU/L, 혈액요소질소 17 mg/dL, 크레아티닌 0.98 mg/dL로 정상 범위였으나, alkaline phosphatase 128 IU/L 및 C-반응 단백 22.1 mg/dL로 상승되어 있었다. 당화혈색소는 8.3%이었다. 단순 흉부 방사선촬영에서 특이 소견은 없었다. 질 초음파 검사상 병력 청취에서 확인되었던 자궁 내 장치는 관찰되지 않았다. 복부 단층 촬영에서 왼쪽 복벽에 7.5 cm 크기의 비균질한 조영 증강을 보이는 괴사성 종괴가 확인(Fig. 1A)되었고, 오른 구불 창자 주위 도랑의 주변부로 침윤하는 5 cm의 염증성 병변(Fig. 1B)과 간우엽 천정부의 3.5 cm×2.5 cm 크기의 테두리 조영 증강(peripheral rim enhancement)을 보이는 저음영 병변이 관찰되었다(Fig. 1C). 각 병변 간의 교통은 없었다(Fig. 1D-E).
입원 당일 혈액 배양 검사를 시행하였다. 자궁 내 장치 삽입 과거력과 2개월 동안 진행된 복벽의 괴사성 종괴를 형성하는 만성적 임상 경과를 고려할 때, 감별이 필요한 감염성 질환 중 방선균증을 의심하였고 경험적 항생제로 penicillin 정주를 고려하였다. 하지만, 호흡곤란을 동반하는 penicillin 알러지 병력을 고려하여 clindamycin 900 mg 하루 3회 정주를 시작하였다. 혈액 배양 검사에서는 미생물은 동정되지 않았다. 입원 2일째에 왼쪽 상복부 복벽 종괴에 대해 경피적 미세침흡인술(percutaneous fine needle aspiration)을 시행하였으나, 흡입한 농양 배양 검사에서는 미생물이 동정되지 않았고 세포 검사 상 악성 세포는 관찰되지 않았다. Clindamycin 정주 8일째에 발열은 호전되었고, 혈청 검사상 C-반응 단백은 11.2 mg/dL로 감소하였다. 항생제 치료 2주째에 시행한 복부 단층 촬영 검사에서 왼쪽 상복부 복벽의 종괴 및 오른 구불 창자 주위 도랑의 병변의 크기는 감소하였으나, 간우엽 천정부의 병변은 6 cm으로 크기의 증가가 관찰되었다. 항생제는 ceftriaxone 2 g 하루 1회 투여와 metronidazole 500 mg 하루 3회 투여로 변경하였고, 간우엽 천정부의 병변에 대해 경피적 도관배액술(percutaneous catheter drainage)을 시행하였다. 배액 검체에 대하여 시행한 그람 염색은 음성 이였고, 배양 검사에서 미생물은 동정되지 않았다. 악성 종양과의 감별을 위해 간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를 시행하였는데, 간우엽 천정부의 조영 증강이 되는 병변이 확인되었고 악성 종양은 의심되지 않았다(Fig. 2). 항생제 변경 투약 5일째에 왼쪽 상복부 복벽 종괴에 대하여 절개 생검을 시행하였고, 조직 배양 검사에서는 미생물이 동정되지 않았으나 병리 조직 검사 결과 유황 과립(sulfur granule)을 포함하는 만성 육아종성 염증이 관찰되어 방선균증으로 확진하였다(Fig. 3). 환자는 ceftriaxone과 metronidazole을 병합하여 3주 간 정주하였고, 추적 복부 단층 촬영에서 모든 병변의 크기 감소가 관찰되었다. 이후 amoxicillin/clavulanate 1,750/260 mg/day 경구 항생제로 변경하여 총 6개월 간 항생제 치료하였고, 추적 복부 단층 촬영 검사에서 병변은 모두 호전되어 치료를 종료하였다. 이후 1년 간 재발 없이 추적 관찰 중이다.
고 찰
방선균증은 아포비형성, 무산소성(anaerobes) 혹은 미산소성(microaerophilic) 그람 양성균인 Actinomyces 속이 그 원인균이다. 과거에는 진균류로 분류되었으나 현재는 세균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14종이 확인되었고 이 중 Actinomyces israelii, A. naeslundii, A. viscosus, A. odontolyticus, A. meyeri, A. gerencseriae 등 6종이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1]. 발생 부위에 따라 구강-목-얼굴 질환, 흉부 질환, 복부 질환, 골반 질환, 중추 신경계 질환 및 파종성 질환으로 분류하는데, 이 중 간은 전체 방선균증의 5%를 차지하는 매우 드물게 침범하는 병소이다[4]. 방선균은 소화관 및 여성 생식기에 정상 균무리 총으로, 복부 방선균증은 복부 수술, 외상 및 소화관 천공과 관련하여 점막 방어력이 손상되는 경우에 조직으로 침윤할 때 발생한다[1]. 최근에는 자궁 내 장치 삽입이 복부 또는 골반 방선균증의 발생과 관련된 위험 인자로 잘 알려져 있다[5]. 복부 방선균의 15%에 해당하는 간성 방선균증은 소화관 내 원인 병소에서의 직접 전파, 간문맥을 통한 혈행성 전파, 또는 산재성 감염 발생시 간동맥을 통한 전파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원인 병소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6]. 본 증례의 경우, 영상학적 검사상 자궁 내 장치가 관찰되지 않아 정확한 삽입 기간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장 기간의 자궁 내 장치 삽입이 질병 이환의 위험 인자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까지 국내에 보고된 복부 방선균증 또는 간성 방선균증례에는 독립된 병변 또는 병변의 주변부 침윤이 동반된 병소가 관찰되었으나, 본 증례는 3개의 병소가 교통성이 없는 다발성의 독립된 병변이라는 것이 특이한 점이었다.
간성 방선균증은 발열, 오한, 체중 감소, 전신 쇠약감 등 비특이적인 증상을 보이므로, 증상으로 질환을 의심하기 어렵다[3]. 감염 병소의 배양 검사에서 방선균을 확인하는 세균학적 방법으로 확진하지만, 까다로운 배양 조건으로 인하여 배양 검사의 양성률은 50% 미만으로 낮다[7].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원인 병소의 생검 조직 또는 농양에서 유황 과립을 동반한 만성 육아종성 병변을 확인하는 병리 조직학적 방법을 통하여 진단된다[7]. 하지만, 이러한 유황 과립이 방선균증의 특이적 소견은 아니며, nocardiosis, botryomycosis, chromomycosis및 staphylococcus, streptococcus, pseudomonas 등와 같은 세균성 질환과 감별이 필요하다[1]. 특히, 불규칙한 경계와 주변 조직의 침윤을 동반한 종괴를 형성한 경우에는 악성 종양이나 다른 감염에 의한 농양과의 감별이 어렵기 때문에, 수술적 절제 후에 조직을 통한 배양 및 조직 병리 검사로 진단되는 경우가 빈번하다[8]. 본 증례에서도 조직 배양 검사에서 미생물이 동정되지 않았으나, 왼쪽 상복부 복벽 종괴에 대해 시행한 병리 조직 검사에서 유황 과립이 포함된 육아종성 병변이 확인되어 방선균증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괴사 조직의 절제, 동로의 절개 및 배농이 필요한 경우 수술적 치료를 병행하지만, 고용량 항생제를 장기간 투약함으로써 수술없이 완치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장기간의 치료가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1]. Penicillin이 가장 효과적인 약물로 알려져 있으며, 고용량의 penicillin G를 2–6주 동안 정주 후 경구용 ampicillin 혹은 amoxicillin으로 6–12개월 간 투약하는 것을 권장한다[1]. Penicillin 알러지가 있는 경우 tetracycline, erythromycin, doxycycline, clindamycin 등이 대안약제로 선택된다[1]. In vitro 검사에서는 방선균증에 대한 이러한 약제의 감수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임상적인 연구 자료는 제한적이다[9,10]. 본 증례에서는 초기 ampicillin 정주 후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clindamycin을 초기 경험적 항생제로 투약하였으나, 임상적 반응이 느렸고 간 병변의 경우 치료에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이 후 변경 투약된 ceftriaxone 정주에 부작용을 보이지 않았고 환자의 페니실린에 대한 알러지가 명확하지 않을 가능성과 재발 가능성을 고려하여, amoxicillin이 포함된 경구약으로 변경을 시도하였는데 정주 주사와 달리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아 변경한 약제로 총 6개월 간 투약 후 치료를 종료하였다.
저자들은 2개월 동안 만성 경과로 진행된 복벽 종괴를 주소로 내원한 환자에서 전산화 단층 활영을 통해 복벽 이외의 교통성이 없는 구불 창자 주위 도랑 및 간 병변을 발견하였고, 복벽의 수술적 절개 생검을 통해 확진된 복벽 및 구불 창자 주위 도랑 병변을 동반한 간성 방선균증 1예를 경험하였기에 증례를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