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오늘날 스마트기기는 완성된 미디어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 외에도 경제활동, 산업현장 통제, 예술 창작 및 전시 등 모든 분야에서 매우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학업도 예외가 아니다[1]. Lee와 Kim [2]은 네트워크 기술 발전으로 인한 시공간적 제약으로부터의 자율성, 어플리케이션 선택을 통한 개별화된 학습, 교수자와 학습자의 실시간 상호작용, 일상 속에서의 무형식 학습이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학습이 각광받는 네 가지 이유로 들고 있다. Ryan [3]은 또한 태블릿PC의 사용이 개별화된 학습에 적합할 뿐 아니라 멀티미디어 자원까지 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스마트기기의 활용은 그 의미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Schwab [4]은 3차 산업혁명과 차별화되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을 속도, 범위와 깊이, 총체적 영향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Chung [5]은 이중 범위와 깊이에 대해 4차 산업혁명에서는 기술의 융합과 함께 경제, 경영, 사회뿐 아니라 개인 수준에서도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정리했다.
의과대학 학생들은 학습량이 많아 효율적인 학습방법이 매우 중요하다. 그중 강의 필기에 관하여, Peverly 등[6]은 종이와 펜을 이용하는 전통적인 필기방법은 작업기억, 언어이해력, 손글씨를 쓰는 속도에 따라 학습효과가 달라진다고 제시했다. 세 가지 능력이 각각 부족할수록 강의 필기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든데[7], 이로 인해 생기는 학생간 강의 내용에 대한 습득 격차를 줄이는 방법 중 한 가지로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강의필기를 들 수 있다. 이와 같이 스마트기기의 활용은 학생들로 하여금 개별화된 학습방법을 보완해줄 수 있다.
기기를 이용한 학습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수록, 큰 몰입감을 느낄수록 그리고 높은 자기조절학습능력을 가질수록 학습 시 스마트기기의 실제 사용정도를 예측하는 지표인 지속사용의도 또는 행동의도가 높아진다고 Lee와 Kim [2]은 결론 내리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의과대학 학생들이 학업에 스마트기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현황을 분석하였다. 또한 학습자가 스스로에게 적합한 학습전략을 활용해 목표를 달성하는 체계적인 과정을 의미하는 자기조절학습능력을 주된 지속사용의도로 보고 이를 분석해 학업성취도와 함께 학업에의 기기 사용의 적합성을 평가하였다.
방 법
2018년 기준 이화여자대학교 의학과 본과 1학년 78명, 2017 기준 본과 1학년 77명(2017년 기준 이화여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1학년 5명 포함), 총 155명을 대상으로 기기 사용현황에 대한 익명 설문조사를 시행하였으며 이에 대해 사전에 동의를 구하였다. 본 설문지의 적절한 짜임을 위해서 사전 설문조사를 시행하여 학생들의 전반적인 기기 사용현황을 반영한 설문지 문항과 항목을 설정하였다. 성적을 사용하는데 동의하지 않은 6명을 제외한 149명의 학생들의 설문조사 결과에 각 학생들의 본과 1학년 해부학 과목인 ‘해부와발생’ 성적을 짝지어 학업성취도를 비교하였다.
‘해부와발생’ 과목은 강의자가 학생들에게 그래픽과 사진, 그리고 글 위주의 슬라이드를 이용해 강의를 하는 이론 강의와 조별 해부학 실습으로 구성되었다. 본 연구는 이론 강의와 해당 내용에 대한 복습과정에서의 기기 활용에 초점을 두었다. 강의자가 강의에 사용하는 슬라이드 파일이 강의에 1–2주 앞서 홈페이지를 통해 업로드 되어 학생들이 미리 다운로드 할 수 있었으며, 강의는 시청각자료나 소그룹 활동 등의 융합적 구성보다는 시각자료와 강의자의 구두 전달이 주가 되었다.
설문문항에 관한 답변별 빈도에 대해서는 빈도분석을, 필기 및 복습 시 기기 사용여부에 따른 해부와발생 과목 성적 차이에 대해서는 t검정과 분산분석을 시행하여 분석하였다. 통계분석은 IBM의 IBM SPSS Statistics ver. 25.0 (IBM Corp., Armonk, NY, USA)을 이용해 양측검정을 하였으며 유의수준은 5% 미만으로 설정하였다.
결 과
설문조사 당시 노트북, 태블릿 PC 등의 스마트기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한 학생의 비율은 97.42%로, 이중 94.16%의 학생은 강의 필기의 절반 이상에 기기를 이용한다고 답했으며, 나머지 3.23%의 학생은 기기를 보유하고 있으나 종이 필기의 비중이 더 높다고 답했다. 기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고 종이 필기만을 하는 학생은 2.58%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강의 필기에 이를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에게 학업에 사용 중인 기기 중 가장 사용빈도가 높은 기기를 조사한 결과 A사의 태블릿PC가 절반 이상인 64.52%로 가장 많았으며 노트북, S사의 태블릿PC의 순으로 많았다. 기타 항목에는 M사의 태블릿형 노트북, S사의 태블릿형 노트북1, S사의 태블릿형 노트북2, L사의 태블릿형 노트북, 데스크탑이 있었다.
보유하고 있는 기기별로 강의 필기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 또는 어플리케이션의 분포가 다른데, 노트북은 Foxit (34.6%)와 PDF Adobe Reader (15.4%), PDF X-change (15.4%), A사의 태블릿PC는 Notability (80.9%)와 Goodnote (17%), S사의 태블릿PC과 L사의 태블릿형 노트북은 Xodo (각각 66.7%, 100%)를 주로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는 기기별로 시스템이 달라 사용 가능한 프로그램이나 어플리케이션에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트북 중 A사의 제품은 MacOS 또는 IOS, 그 외의 노트북과 L사는 Windows, S사의 태블릿PC는 Android 체제를 사용한다. 이 중 Notability와 Goodnote는 MacOS와 IOS에서만 지원되지만 그 외 프로그램은 다른 체제에서도 지원된다. 중복으로 응답 가능한 항목에서 사용 프로그램을 조사한 결과 Notability와 Goodnote의 사용빈도가 각각 74.1%, 58.4%로 두 어플리케이션 모두 대상자의 절반 이상이 사용하고 있었다
기기를 구매한 가장 주된 목적에 대해 기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 중 84.1%가 강의 필기를 위해서라고 답했고, 13.8%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었다고 답했다(Table 1). 과제, 서적 열람, 기타를 주된 목적으로 답한 응답자들은 0.7%씩이었다.
필기의 절반 이상을 기기로 한다고 답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그 이유를 중복 선택하도록 한 결과 기기를 이용한 타이핑이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보다 빠르기 때문이라는 항목이 가장 많았고(53%), 인쇄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항목과 강의록의 늦은 업로드 항목이 차례로 많았다(Table 1).
학습시 기기 이용의 편리성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에 포함시킨 네 가지 항목(9–12번)에 대해 응답자들에게 ‘전혀 아니다’, ‘아니다’, ‘보통이다’, ‘그렇다’, ‘매우 그렇다’ 다섯 가지 척도로 표시하도록 하였다(Table 2). 기기 필기가 종이 필기보다 더 편리한지 묻는 9번 항목에 대해 68명(43.6%)이 ‘그렇다’고 답했고, 64명(41.0%)가 ‘매우 그렇다’고 답해 총 84.6%가 기기 필기가 종이 필기보다 편리하다고 응답했다. 기기를 이용한 복습이 종이를 이용할 때보다 편리한지 묻는 10번 항목에 대해서는 ‘그렇다’와 ‘보통이다’가 각각 45명(28.8%), 40명(25.6)로 많았고, ‘아니다’ 31명(19.9%), ‘매우 그렇다’ 26명(16.7%)가 차례로 많았다. ‘전혀 아니다’를 제외한 나머지 답변에 비교적 고르게 분포했다. 기기로 필기한 내용을 인쇄해 복습하는지 묻는 11번 항목에 대해서는 ‘전혀 아니다’부터 ‘매우 그렇다’까지 각각 38명(24.4%), 26명(16.7%), 23명(14.7%), 34명(21.8), 29명(18.6%)으로 ‘전혀 아니다’와 ‘그렇다’가 차례로 가장 많았고 마찬가지로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향후 10년 안에 기기 필기가 종이 필기를 완전히 대체하게 될 것인지 의견을 묻는 12번 항목에 대해서는 2명(1.3%)만이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으며, ‘그렇다’ 69명(44.2%), ‘매우 그렇다’ 31명(19.9%)로 절반 이상이 향후 10년 안에 종이 필기가 완전히 기기 필기로 대체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하였다.
스마트기기를 보유하고 있는 응답자 중 본과 1학년 1학기 개강 전 또는 1학기 중에 기기를 구매한 응답자들(이하 기기를 사용한 응답자들)과 본과 1학년 1학기 이후에 기기를 구매했다고 답한 응답자들(이하 기기를 사용하지 않은 응답자들) 간 본과 1학년 1학기 해부와 발생 과목 총점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독립표본 t검정을 시행하였다. 기기를 사용한 응답자들은 325.17점, 사용하지 않은 응답자들은 341.39점으로 기기를 사용하지 않은 응답자들의 과목 총점 평균이 16.22점 더 높았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P=0.006) (Table 3, Fig. 1).
복습 시 인쇄물을 사용하는지, 기기를 이용하는지에 따른 성적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세 군을 설정하였다. 본과 1학년 1학기 당시 기기를 보유한 사람 중 기기 필기 비율이 50% 이상이며 복습 시 인쇄를 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 본과 1학년 1학기 당시 기기를 보유하고 있던 사람 중 기기 필기 비율이 50% 이상이지만 복습 시 인쇄를 한다고 답한 응답자와 기기 필기 비율이 50% 미만인 응답자, 기기가 없다고 답했거나 본과 1학년 1학기 당시 기기를 보유하지 않았던(본과 1학년 2학기 또는 본과 2학년 1학기 구매) 응답자이다. 세 집단 간의 본과 1학년 1학기 해부와 발생 과목 총점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원배치 분산분석을 시행하였다. 분산의 동질성을 만족하지 않아 사후검정으로 Dunnett T3를 시행한 결과 기기를 이용해 복습하는 집단에 비해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집단의 과목 필기 총점 평균이 14.19 점 더 높았고, 기기를 일부 사용하는 집단보다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집단의 필기 총점 평균이 19.26점 더 높았다. 각각의 평균 차이의 유의확률은 0.082, 0.048로 일부에서 집단간 총점 평균 차이가 유의하게 나타났다. 평균의 차이가 모든 집단 간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가지지는 않았으나 복습 시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집단의 과목 성적이 더 높은 일정수준의 경향성을 보였다(Table 4, Fig. 2).
고 찰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2017, 2018학년도 본과 1학년학생들은 대부분 스마트기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강의 필기에 활용하고 있다. 기기는 60% 이상이 A사의 태블릿 PC를 사용하고 있으며,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은 주로 Notability 또는 Goodnote이다.
타 기기에서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나 어플리케이션이 A사의 제품에서도 지원됨에도 불구하고 A사의 제품에서만 사용 가능한 Notability와 Goodnote가 전체 프로그램 또는 어플리케이션 중 가장 높은 사용빈도를 보이며, A사의 태블릿 PC 사용자 대부분이 사용 중이다. 또, 보유 기기의 절반 이상이 A사의 태블릿이다. 이 두 가지 점에 주목해보면, 해당 태블릿을 보유한 응답자들의 기기 구매 이유 중 한 가지가 해당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강의 필기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사실은 기기 자체의 기능뿐 아니라 특정 기기를 통해 접근 가능한 개별적 학습전략으로의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태블릿 PC, 특히 A사 태블릿 PC의 자기조절학습 측면에서의 활용성을 뒷받침한다[3]. 가장 많이 사용하는 두 어플은 모두 A사의 전자펜을 사용해 종이에 하는 것과 유사하게 손필기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기기에의 손필기가 학생들이 필기에 사용할 기기를 결정하는 데에 영향을 주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키보드를 사용하여 타이핑을 하는 경우, 개념 요소들을 기억하는 정도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8]. 이는 타이핑 시 글자를 적는 속도가 빨라져 들리는 말을 그대로 길게 적을 수 있게 되면서 개념의 재구성 작업이 필요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입장이 우세하다. 태블릿 PC, 특히 A사의 태블릿 PC에서 특정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손 필기를 타이핑과 병행 가능하도록 해줌으로써 기기 필기의 단점을 보완해주며, 학생들로 하여금 본인의 학업에 더 전략적으로 기기를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지속사용의도 중 하나로서 자기조절학습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러한 학습 전략에도 한계가 있음을 학업성취도 비교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해부와발생 과목을 수강했던 시기에 기기를 사용하지 않았던 응답자들의 과목 총점 평균이 유의하게 더 높았던 점 또한 직접 손글씨로 강의 필기를 하는 경우에 타자를 이용하는 것보다 강의내용을 더 잘 이해하고 기억한다는 기존 연구들과 일치하는 결과이다[8,9]. 타자보다 느린 글자 기록 속도가 오히려 학생들로 하여금 강의내용을 곧바로 해석해 자신의 언어로 변환해 기록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이해도를 높인다는 Stephens [10]의 연구와 그 외의 다수의 연구결과들을 미루어보았을 때, 강의 필기에 기기를 이용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수 과목 성적이 더 우수한 것은 해당 집단의 강의 이해도와 기억 정도가 더 나았다는 결론과 관련 지을 수 있다. 복습 방법에 따른 학업성취도 비교 결과 복습에 인쇄물을 이용해 복습하는 집단의 성적 평균이 기기를 이용하는 집단이나 기기와 인쇄물을 섞어 사용하는 집단의 성적 평균보다 더 높은 일정 수준의 경향성을 확인했으며, 일부 집단간의 평균 차이가 유의하게 나타났다. 이 또한 종이를 이용한 전통적 학습방법의 효율성을 뒷받침하는 결과이다.
본 연구는 이화여자대학교 의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기 때문에 표본이 무작위 추출된 대상이 아니기에 집단 별 분포가 균등하지 않은 점, 그리고 대상자인 155명의 학생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에서 대상자가 의학과 학생이라는 모집단의 특성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였다. 또한 그림과 사진을 통한 학습 그리고 직접 그려보는 연습이 중요한 해부학의 특성이 학업성취도 비교 결과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고[11], 본 연구에서는 해부학 실습 외의 이론 강의에 대한 연구만을 진행했으므로 차후 학습 과목의 영향을 배제할 수 있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학생들이 학업에 기기를 이용하는 것은 종이를 이용하는 전통적인 학습방법에 비하여 좀 더 편리하지만 학업 성취도에 있어서는 덜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