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소아청소년의 특징은 성장하는 것이다. 성장은 정지 상태가 아닌 진행하는 과정으로, 신체 계측치 변화의 추이는 건강상태를 잘 반영한다. 잠재되어 있는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소아청소년은 성장곡선에서 벗어나는 현상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 그렇기에 정기적이고 정확한 성장 평가는 소아청소년 진료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소아내분비 클리닉에 키가 작다고 내원하는 아이들의 대다수는 정상 변이 저신장이지만, 그중 일부는 병적 저신장으로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1]. 본 종설에서는 정상 성장에 대하여 알아보고, 키가 작은 것을 주소로 내원한 소아청소년의 임상적 접근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본 론
성장은 출생 전 태아기부터 시작한다. 유전적 요인은 물론 산모의 영양상태, 흡연이나 약물복용, 자궁내 감염 등의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태아기 초기에는 주로 인슐린양성장인자-II형(insulin-like growth factor-II, IGF-II)에 의하여 성장이 이루어지고, 중반기 이후에는 IGF-I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자궁 내 성장지연 등으로 부당경량아로 출생한 10–15%는 향후 저신장으로 남아있게 된다[2,3]. 출생 후 성장은 만 2세까지의 제1성장급증기와 사춘기의 제2성장급증기를 거친다. 사춘기는 여아는 만 10세에 유방의 발달로 시작되며, 남아는 평균 만 12세에 고환 크기의 증가로 시작된다. 남아는 여아보다 사춘기가 2년 정도 늦게 시작되고 급성장 기간동안 더 많이 자라서 성인키는 여자보다 약 13 cm 가량 크게 된다. 사춘기 이후에는 성장이 완만해지고 골단이 융합되면서 멈추게 된다.
정상적인 소아의 성장은 유전 및 환경적인 요인에 의하여 결정된다. 유전적 요인으로 인종, 민족, 가계, 성별과 같은 것들이 있고, 이들은 출생 시부터 이미 결정되어 있는 부분이다. 환경적 요인에는 영양, 사회경제적 요인, 만성질병, 계절, 심리적 요인 등이 있다. 성장호르몬, 갑상선호르몬, 성호르몬, 부신겉질호르몬 등이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성장에 관여하는 성장인자의 합성과 분비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성장을 조절한다. 성장호르몬은 191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며, 간 및 골격에서 IGF-I 합성 및 분비를 증가시킨다. IGF-I은 인슐린유사성장인자결합단백질-3 (IGF binding protein-3, IGFBP-3)와 결합하여 연골세포로 이동하여 성장효과를 가져온다[4]. 영양결핍이 되면 IGF-I 및 IGFBP-3 농도가 감소하여 성장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성호르몬은 직접적으로 골격계를 자극하고, 간접적으로 성장호르몬의 합성을 증가시켜서 사춘기 급성장을 일으킨다. 에스트로겐은 저농도에서는 IGF-I 분비를 자극하지만, 고농도에서는 오히려 분비를 감소시킨다[5]. 성장호르몬과는 달리 골성숙도 같이 증가시키므로 성장판을 닫히게 만든다. 갑상선호르몬은 골격계 및 중추신경계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부족하게 되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적어져 골격계의 성장지연이 일어난다. 부신겉질호르몬은 과다하게 분비될 경우 성장호르몬의 합성을 억제하고, 골격계에서 콜라겐 합성도 억제하여 성장을 억제시킨다[6,7].
성장을 올바르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키와 체중을 정확한 방법으로 측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2살 미만에서는 누운 길이를 측정하며, 한 사람은 안와외이면(Frankfurt line)이 지면과 수직이 되도록 머리를 고정하고, 다른 한 사람은 아이의 다리를 가능한 일직선으로 펴지도록 한 후 계측자를 움직여 발바닥에 닿는 눈금을 읽는다. 2살 이상에서는 협조가 가능하다면 가급적 서서 키를 측정한다. 머리 뒷부분, 어깨, 엉덩이, 발뒤꿈치가 계측기에 닿도록 하고 안와외이면이 수평이 되도록 아이의 시선을 고정시킨 후 키를 측정한다. 눈금은 0.1 cm 단위로 기록하고, 측정간 오차는 4 mm 이내가 되도록 한다. 체중은 아침에 일어난 후 신발은 벗고 가벼운 옷만 입은 상태에서 측정하는 것이 좋다. 체질량지수를 확인하여 과체중 이상인 경우 복부둘레, 혈압, 피하주름두께 등을 측정한다. 특징적인 얼굴모양이 있거나 골격계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앉은키, 상하절비, 양팔 길이 등을 측정한다.
출생 후 첫 1년간 25 cm 크며, 이후 만 4세까지 년간 8–10 cm씩, 만 4세이후부터 사춘기 전까지는 일년에 5–6 cm 정도 자란다(Table 1). 성장속도의 관찰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가능하면 일정한 오전 시간에 3–6개월 간격으로 키를 측정하는 것이 계절 변동과 측정 오차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신장과 체중을 측정한 후 그 수치를 성장곡선에 기입하여 성장 패턴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성장곡선도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0년 주기로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서 발표하여, 현재는 2017년 소아청소년 성장도표가 사용되고 있다. 성장곡선 상 키 백분위수 곡선의 두 선 이상을 가로질러 하향하거나, 연령 및 성별 대비 저조한 성장속도가 확인될 때에는 질환이 있음을 암시한다. 두통, 구토, 시야장애, 다음, 다뇨 등의 동반된 증상에 대한 병력 청취가 필요하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성장은 유전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8]. 부모의 키와 사춘기 시작시기, 초경 나이 등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간부모키는 부모 키의 합에 남아는 13 cm를 더하고, 여아는 13 cm를 뺀 후에 평균을 구한다. 이 값의 ±8–10 cm의 변이가 있게 되며[9], 개인 차이가 있으므로 이전의 성장기록 및 골연령 등을 토대로 성인키를 예측한다.
사춘기 시작을 확인하기 위해 여아는 유방을, 남아는 고환을 진찰한다. 소아청소년의 성장 평가에는 사춘기 발달 단계의 어느 시점에 있느냐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2차성징이 남아 만 9세, 여아 만 8세 이전에 시작된 경우는 성조숙증이라 하며, 반대로 남아는 만 14세, 여아는 만 13세가 되도록 2차성징이 없는 경우는 사춘기 지연으로 판단하고 원인 파악을 진행한다.
성장과 사춘기, 치아 발달은 역연령보다는 골성숙 정도와 연관이 깊다. 일반적으로 왼쪽 손과 손목의 단순 방사선 사진을 찍어서, 정상 표준과 대조해서 판정한다. 골연령을 판독하는 방법으로 흔히 이용되는 방법은 Greulich-Pyle 방법으로, 도감과 비교하여 가장 근접한 연령으로 판정한다. 다른 방법으로 Tanner-Whitehouse 방법은 손과 손목의 20개의 뼈를 각각 성숙도 기준에 따라 점수화 하여 골연령을 결정한다. 두 방법 모두 숙련도에 따라 해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골연령을 측정하는 것은 성장 장애의 원인적 분류와 향후 성장 잠재력을 예측하여 최종 성인키를 예상하는데 중요한 검사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기법을 이용한 골연령 판독 프로그램 개발이 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신뢰도가 낮으며, 골연령의 해석을 위해서는 임상소견도 고려되어야 하기에 단독으로 사용하기에는 제한이 있다[10]. 또한, 손과 손목의 방사선 사진으로 골격 형성 이상을 확인할 수 있다.
기본 검사로 영양상태, 만성 전신질환 여부, 갑상선 기능, IGF-I와 IGFBP-3 등을 평가하기 위해 혈액 검사를 한다. IGF-I과 IGFBP-3는 성장호르몬의 분비 능력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선별 검사이다[11]. 키가 작은 여아의 경우는 터너 증후군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염색체 검사를 한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이 의심되는 경우 성장호르몬 자극 검사를 시행한다. 성장호르몬은 박동성 분비를 하므로 한 번의 채혈로는 알 수 없어서 검사 약물을 투약하고 여러 차례 채혈이 필요하다[12]. 검사 약물에 따라서는 저혈당의 위험성이 있어 안전한 검사를 위해 입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가지 약물로 시행한 검사에서 성장호르몬 농도가 한 번이라도 10 ng/mL 이상이면 정상으로 판단하며, 여러 번 측정한 성장호르몬 농도가 모두 10 ng/mL를 넘지 않는다면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진단한다. 최근에는 유전자기법의 발전으로 저신장을 유발하는 유전자 부위(e.g., ACAN, NPR2, CNP)가 많이 밝혀지고 있다[13,14].
의학적인 정의는 키가 같은 연령 및 성별의 소아 평균보다 3백분위수 미만인 경우이다. 연구를 시행한 국가, 병원의 크기, 연구 대상자의 특징 등에 따라 그 빈도가 다르기는 하지만, 키가 작다고 내원하는 대부분의 소아는 정상적으로 키가 작은 경우가 많다(Table 2) [15]. 미국에서는 정상 변이 저신장(75%), 병적 저신장(14%), 내분비질환(5%)을 보고했고[16], 이란에서는 가족성 저신장(33.6%), 체질성 성장지연(19.7%), 특발성 저신장(11.5%), 자궁내 성장부진(9.8%), 일차성 갑상샘 저하증(2.5%)으로 보고했다[17].
정상 변이 저신장은 질병은 없으나 유전적인 성향(가족성 저신장) 및 체질적으로 키가 작은 경우(체질성 성장지연)이다. 질병에 의한 경우는 골격계 자체의 문제로 인한 1차성 성장장애와 외부의 환경적 원인으로 인해 키가 작은 2차성 성장장애가 있다[18].
전신질환, 영양장애, 내분비질환, 염색체 이상을 포함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에 특발성 저신장이라 정의한다[19]. 넓은 의미의 특발성 저신장에는 가족성 저신장과 체질성 성장지연도 포함되며, 성장호르몬 신경분비장애, 성장호르몬 수용체 이상, 성장호르몬 수용체 후 반응의 장애, SHOX 유전자를 포함한 일부 유전자 이상 등이 보고되고 있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1958년 사체의 뇌하수체에서 추출하여 성장호르몬 결핍증 환자에게 처음으로 사용한 것이 시작이다[20]. 초기에 사용된 성장호르몬은 Creutzfeldt–Jakob 질환이 발생하면서 1985년 사용이 중지되었으나, 같은 해에 유전자 재조합 방법으로 다량 생산이 가능해져서 여러 질환에 사용되고 있다. 현재는 성장호르몬 결핍증, 만성 신부전, 터너 증후군, 누난 증후군, 프래더윌리 증후군, 부당경량아, 특발성 저신장에서 사용되고 있다[21,22]. 성장호르몬은 성장 효과 외에 대사작용이 있어 가역적인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여 혈당을 높이고, 지방분해 작용이 있어 성장호르몬 결핍 시 비만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제지방과 골밀도를 증가시킨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주당 6–7회로 분할하여 자기 전 피하주사로 투여한다. 주사부위는 양팔, 다리 바깥쪽, 엉덩이, 복부 등이다. 치료효과는 질환의 종류 및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치료를 어린 연령에 일찍 시작해서, 충분한 용량으로, 가급적 오랜 기간, 빠짐없이 유지하는 것이 효과가 좋다. 성장이 거의 끝날 때까지 지속되어야 하며, 평균 성장속도가 1년에 2 cm 미만이 될 때 중단한다. 부작용으로 수분 축적, 두개뇌압상승, 두통, 갑상선 수치 이상, 혈당이상, 척추측만증 악화 및 대퇴골두 골단 분리증 등이 있다. 종양의 위험도를 증가시키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나, 현재까지는 성장호르몬으로 인한 것이라는 증거가 없다[23,24]. 백혈병이나 종양 발생의 빈도가 높은 다운 증후군, 판코니 증후군 등의 질환에서는 성장호르몬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25].
치료 중에는 효과 판정을 위하여 정기적으로 키를 측정하며, 혈액검사 및 골연령 검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복혈당, 당화혈색소, 갑상선호르몬, 혈중 IGF-I와 IGFBP-3를 측정한다. 치료에 대한 효과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순응도를 반드시 확인하고, 진단의 정확성, 영양상태 및 동반질환 유무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병적 저신장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성장호르몬 자극검사의 경우 호르몬 검사 기법의 발전과 더불어 진단을 위한 절단값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검사 약물로 자극된 성장호르몬 수치 10 ng/mL을 기준으로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진단하고 있지만, 7 ng/mL 혹은 5 ng/mL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26]. 또한, 성장호르몬 자극검사에 사용되는 검사 약물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면도 있고, 일부 검사 약물은 저혈당이 유발되는 위험성도 있어, 2017년 미국 식품의약기구에서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대상으로 경구약 그렐린 작용제(macimorelin)의 사용이 허가되었다[27]. 유전분자기법의 발달로 새로운 생화학 표지자 발굴에 대한 노력이 있다. 치료제에 있어 순응도 향상을 위해 국내에서는 성장호르몬 결핍증에 대해 1주일 제형이 개발되어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장기지속형 성장호르몬 제형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28]. 골격 형성 이상에서 C-type 나트륨이뇨펩티드와 같은 치료도 시도되고 있다[29].
결 론
소아청소년의 성장평가에는 출생력, 가족력, 만성질병과 약물복용 여부를 확인하고, 성장속도를 확인하여 정상적으로 키가 작은 경우인지, 질병에 의한 경우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신체측정이 필수이며, 어느 한 시점의 평가가 아닌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측정한 키, 체중, 체질량지수 및 성장속도는 그 연령과 성별에 맞는 표준 곡선과 비교하여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장장애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조기 진단 및 적절한 조치를 위해 소아내분비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부작용이 적은 편이며 비교적 안전하지만,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 정기적이고 세심한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소아청소년과 그 부모가 느끼는 심리적 상황과 성장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경우인지를 살피고, 치료 전 반드시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