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창작물이라 하면 문학작품이나 회화, 음악 등 뚜렷하게 인지 가능한 특정 작품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현재 창작물의 범위는 매우 확대되어 있다. 특히 인터넷을 사용한 문화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웹상에서 유통되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창작물 또한 증가하는 추세이다. 창작물의 범위가 넓어지면 그를 대상으로 하는 권리와 책임에 대한 논의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학술연구 분야의 변화도 확연하다. 예전에는 실물학술지의 발행과 배포가 필요로 하는 지식을 검색하고 논문이나 연구실적을 확인하는 주요한 방법이어서, 실물학술지의 가치가 높았다. 이에 따라 학술지의 간기를 지키고 실물을 관리하는 것이 편집인의 주요한 업무였으나 지금은 실물 학술지의 요구도는 많이 감소하여 온라인으로 배포 가능한 형태의 학술지 발간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고 간기 또한 의미가 퇴색되어 논문심사가 완료된 직후에 바로 발표되는 early publication의 경우도 꽤 흔하다. 인터넷의 확산과 발전은 정보검색의 분야에 있어서는 혁명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 변화와 더불어 각종 창작물에 대한 표절시비 또한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표절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인 의미의 표절은 타인의 창작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 자기의 것처럼 사용하는 경우를 말한다[1]. 표절의 범위는 다양하여 연구자가 숨기고자 한다면 숨길 수도 있기에 대부분 연구 관련자들의 고발에 의해 발각되곤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의도치 않게 표절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으므로 표절의 범위와 종류에 대해 숙지하고 조심해야 하므로 한번쯤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학술연구 관련 출판윤리 분야에서는 표절의 분야를 매우 심각하게 다루고 있어 국내에서는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산하에 출판윤리위원회가 자문을 하고 있다. 다음은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에서 발간한 출판윤리 가이드라인[2]의 ‘표절’ 발췌 부분이다.
우리나라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2조에서는 표절을 “일반적 지식이 아닌 타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 또는 창작물을 적절한 출처 표시 없이 활용함으로써, 제3자에게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인식하게 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A. 타인의 연구 내용 전부 또는 일부를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 B. 타인의 저작물의 단어, 문장 구조를 일부 변형하여 사용하면서 출처 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 C. 타인의 독창적인 생각 등을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 D. 타인의 저작물을 번역하여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 등을 예시하고 있다[3]. Office of Research Integrity (ORI)는 표절을 타인의 생각, (연구) 과정, 결과, 혹은 단어를 적절한 인용이나 승인 없이(without giving appropriate credit) 도용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위조나 변조와 마찬가지로, 정직한 오류나 의견의 차이는 제외한다[4]. 일반적으로 지적 재산의 절도나 유용(연구비 심사나 원고 리뷰와 같은 특수 상황에서 획득한 아이디어나 독특한 방법의 무단 사용 포함), 타인의 저작물을 상당 부분 무단으로 복사하는 행위는 포함하지만, 저자 자격이나 신용 분쟁(authorship or credit disputes)은 포함하지 않는다. 또한 일반적으로 흔히 사용되는 방법론이나, 이전 연구를 설명하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문구의 제한된 사용은 추적하지 않는다. 자기 표절(self-plagiarism)은 연구자가 과거에 썼던 글이나 자료를 다른 문헌에 사용하면서 그에 대한 적절한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자기 표절은 이중 게재에서 텍스트 재사용(text recycling)까지 넓은 부분을 포함하는데, ORI는 자기 표절을 연구 부정행위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ORI의 연구 부정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 중 윤리적 글쓰기에 대한 교육적 안내서가 있다. 이중 표절 예방을 위한 글쓰기 원칙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5]. (1) 항상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타인의 기여를 인정한다. (2) 다른 출처에서 그대로 가져온 텍스트(verbatim text)는 인용 부호로 묶어야 하며, 출처를 나타내는 인용문을 첨부해야 한다. (3) 타인의 저작물을 바꿔 쓰거나(paraphrasing) 요약할 때 자기 자신의 말과 문장 구조를 사용하여 다른 저자의 아이디어나 사실의 정확한 의미를 재현해야 하며, 항상 정보의 출처를 밝혀야 한다. (4) 원문에 대한 상당한 수정을 가하여 적절한 바꿔 쓰기를 하려면, 언어를 철저히 구사하고 사용된 아이디어와 용어를 잘 이해해야 한다. (5) 개념이나 사실이 일반 상식인지 확실하지 않은 경우 인용한다. (6) 기존에 출판된 저자 자신의 텍스트를 재사용할 경우 인용부호의 사용, 적절한 바꿔 쓰기 등 표준 학술 관례를 따라야 한다. (7) 학술대회나 그와 유사한 시청각적 프레젠테이션 영역에서도 동일한 투명성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비교적 짧게 직접 인용하는 경우는 “공정 사용” 조항에 해당되어 승인이 필요 없지만, 저작권이 있는 텍스트를 광범위하게 인용하면 기존 관례에 따라 인용을 한다 해도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출판된 논문은 물론 출판되지 않은 원고나 연구 제안서의 경우에도 해당되며, 적절한 인용을 표시하여 표절이 아닌 경우에도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허가 없이 저작권이 있는 출처에 서 취할 수 있는 텍스트의 양은 전체 작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와 같은 일부 출판인은 승인이 필요 없는 단어 수를 정하고 있어(400단어 미만의 단일 텍스트 또는 총 800단어 미만의 텍스트) 주의가 필요하다. 표절이나 자기 표절, 심지어는 일반적인 글쓰기 관행까지도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으므로 저자들은 저작권법에 대한 기본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표절은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표현할 때도 적용되므로 영어로 표현된 문서를 우리말로 번역할 경우에도 위에 언급한 표절 예방을 위한 윤리적 글쓰기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표절 예방 노력은 저자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학술지는 투고규정에 표절의 정의를 포함시키고 표절에 대한 학술지의 정책을 기술해야 한다.
학계에서 다양하게 작동하는 감시 시스템이 표절을 발견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논문을 읽는 독자나 논문의 투고를 받는 편집인, 논문을 심사하는 심사자 모두 표절이 의심되는 문헌을 찾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Google (Google Scholar)과 같은 검색엔진이나 PubMed 검색 외에 일부 소프트웨어는 여러 데이터베이스 내의 동일한 어휘를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Similarity Check와 eT-BLAST가 있다. Similarity Check는 Crossref에서 제공하는 대표적인 표절 발견 도구로, Turnitin사의 iThenticate 소프트웨어가 Crossref 데이터베이스, PubMed를 비롯한 여러 협력사의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인터넷에서 검색되어 수년간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모두 검색하여 논문 간 어휘의 유사성을 비교한다.
현재 심사 중인 문헌에서 표절이 의심되면 심사자는 편집인에게 표절 의혹을 알린다. 이미 게재된 문헌에 대해 표절이 의심되면 독자가 편집인에게 표절 의혹을 알리게 된다. 편집인은 이러한 의혹을 알려온 심사자와 독자에게 감사 표현을 하고 조사 계획에 대해 알린다. 증거 문서가 아직 제공되지 않은 경우 전체 증거 문서를 수집하고, 표절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점검하여 명백한 표절인지 아닌지 판단한다. 이후의 과정은 Committee on Publication Ethics가 개발하여 게시하고 있는 흐름도를 따른다(Fig. 1) [6], (Appendices 1, 2) [2]. 여기에는 심사자나 독자, 피해자, 책임저자를 포함한 모든 저자, 상급 연구 책임자, 편집인, 관련된 다른 학술지의 편집인, 저자의 소속 기관, 정부 기관까지 관여할 수 있으며, 표절 여부 혹은 경중에 따라 문장을 다시 기술하거나 참고문헌의 추가, 저자의 해명, 게재 불가 판정, 정정기사 혹은 논문 취소의 발행, 연구자 징계 등의 처리로 이어질 수 있다. 자기 표절인 경우 중복출판 흐름도를 따른다[6].
표절은 연구의 계획, 수행, 논문 작성, 출판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아주 경미한 인용 실수에서부터 다른 사람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법적인 문제까지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므로 연구 부정행위 여부의 판단과 검증은 쉽지 않다. 앞에 기술한 과정을 거쳐 명백한 표절로 판단되었을 경우라도, 연구 부정행위 검증 책임은 해당 연구가 수행될 당시에 연구자가 소속된 기관에 있으므로 대학이나 연구소 등 연구 기관은 연구 부정행위 조사위원회 등 검증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연구 부정행위의 검증 과정에서 제보자나 피조사자의 권리를 보호하여야 하며 위조/날조, 변조에 기술한 내용과 같이 우리나라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1]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