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뎅기열(dengue fever)은 뎅기바이러스(dengue virus, DENV)에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물 때 전파되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질환으로 전세계적으로 매년 5천만 명~1억 명 정도의 뎅기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1-3]. 뎅기열은 주로 동남아시아, 남태평양, 아메리카 열대 지역에서 발생하는 질병으로 한국에서 발생한 뎅기열의 보고는 아직 없으나 최근 유행지역에 다녀온 후 발병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2]. 뎅기바이러스는 혈청형에 따라 4가지로 구분되며(DENV-1, DENV-2, DENV-3, DENV-4) 뎅기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되는 경우 대부분 고열, 반점, 백혈구 및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뎅기열로 나타나지만 출혈이 동반되며 순환장애를 나타내는 뎅기출혈열(dengue hemorrhagic fever), 혈관의 투과성 증가와 저혈압성 쇽을 동반하는 뎅기 쇽 증후군(dengue shock syndrome)처럼 치명적인 질환도 야기할 수 있다[4,5]. 최근 뎅기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특정한 임상 증상은 뎅기바이러스의 특정 혈청형과 관련되어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6]. 저자들은 필리핀 마닐라에 1년간 거주하던 중 휴가 차 귀국한 가족에서 진단된 제1형 뎅기바이러스에 의한 뎅기열 2예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한다.
증 례
41세 여자가 내원 6일 전부터 지속된 전신 쇠약을 주소로 본원 내원하였다. 환자는 1년 전부터 필리핀 마닐라에 거주하였으며 내원 6일 전부터 식욕 저하, 전신 쇠약감, 발열 증상 있어 현지 병원 내원하였으나 특별한 치료를 받지 못했고, 내원 2일 전 귀국하였다. 귀국 후 해열은 되었으나 전신 쇠약감이 지속되어 본원 내원하였다. 과거력에서 15년 전 난소낭종으로 난소낭종제거술, 3년 전 유방낭종으로 유방보존수술을 시행 받았다.
내원 당시 환자는 급성 병색을 보였으며 혈압 100/70 mmHg, 체온 36.4°C, 맥박 61회/분, 호흡 20회/분이었다. 두부 및 경부 진찰, 심장 및 폐, 복부 진찰에서 이상 소견 없었으며 간/비장 촉진되지 않았으며 피부 발진은 보이지 않았다.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11,300/mm3 (호중구 33.7%, 림프구 48.7%, 단구 17.5%, 호산구 0.1%), 혈색소 15.8 g/dL, 헤마토크릿 42.7%, 혈소판 37,000/μL이었으며 prothrombin time은 10.4초(104.7%)였다. 혈청 생화학 검사에서 AST/ALT 369/263 IU/L, alkaline phosphatase 132 IU/L, 총/직접 빌리루빈 0.6/0.2 mg/dL, 혈액요소질소 5.0 mg/dL, 크레아티닌 0.6 mg/dL, CRP 0.98 mg/dL였다. 단순 흉부 촬영에서도 특이소견 보이지 않았다.
혈액 배양검사 및 소변 배양검사는 음성이었으며 렙토스피라증, 리케치아, 한탄바이러스, 거대세포바이러스, Ebstein-Barr 바이러스, 헤르페스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검사 및 말라리아 진단을 위한 말초혈액 도말검사 모두 음성이었다. 발병 6일째 시행한 뎅기바이러스 IgM 양성, reverse transcriptase polymerase chain reaction (RT-PCR) 검사는 음성이었다.
환자는 입원 후 수액요법을 포함한 보존적 치료를 받았으며 입원 3일째 시행한 말초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9,790/mm3, 혈색소 13.5 g/dL, 헤마토크릿 38.7%, 혈소판 58,000/μL이었으며 AST/ALT 259/217 IU/L, alkaline phosphatase 138 IU/L로 호전 양상을 보였다. 입원 4일째 백혈구 6,120/mm3, 혈소판 117,000/μL, AST/ALT 189/184 IU/L로 회복 추세를 보였으며 전신 상태 양호하여 퇴원하였다. 퇴원 일주일 후 외래에서 시행한 검사에서 백혈구 6,830/mm3, 혈소판 277,000/μL, AST/ALT 134/98 IU/L로 확인되었다.
11세 여아가 내원 2일 전부터 발생한 발열, 복통, 근육통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아는 부모와 함께 1년 전부터 필리핀 마닐라에 거주하였으며 귀국 직후부터 발생한 발열이 2일간 지속되고 구역감을 동반한 복통, 근육통이 지속되어 본원 소아청소년과 응급실을 경유하여 입원하였다. 당시 환아의 어머니는 증례 1의 환자로 뎅기열 의증하 본원 감염내과에 입원 중이었다. 과거력에서 특이 사항은 없었다.
환아는 급성 병색을 보였으며 혈압 100/70 mmHg, 체온 38.7°C, 맥박 100회/분, 호흡 20회/분이었다. 두부 및 경부 진찰 소견에서 인후부 발적이 있었으며 심장 및 폐 진찰상 이상 소견은 없었다. 복부 진찰에서 우상복부 압통이 있었으나 간/비장이 촉진되지는 않았으며 사지에 경미한 점출혈 양상의 피부 발진 소견이 관찰되었다. 내원 당시 시행한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2,780/mm3 (호중구 67.2%, 림프구 25.2%, 단구 7.6%, 호산구 0%), 혈색소 13.8 g/dL, 헤마토크릿 40.3%, 혈소판 103,000/μL이었으며 prothrombin time은 12.0초(79.9%)였다. 혈청 생화학 검사에서 AST/ALT 66/39 IU/L, alkaline phosphatase 786 IU/L, 총/직접 빌리루빈 0.4/0.2 mg/dL, 혈액요소질소 9.0 mg/dL, 크레아티닌 0.7 mg/dL, 총단백질/알부민 7.2/4.1 g/dL였다. 단순 흉부 촬영은 정상이었으며 단순 복부 촬영상 경미한 장폐색 소견이 있었다. 혈액 배양검사 및 소변 배양검사는 음성이었으며 말라리아 진단을 위한 말초혈액 도말검사도 음성이었다. 발병 3일째 시행한 뎅기바이러스 RT-PCR 양성(DENV-1)이었으나 뎅기바이러스 IgM은 음성으로 나타났다. IgM에 대한 추적 검사는 시행하지 않았다.
환아는 입원 후 오심 및 복통, 소화불량을 호소하여 일시적인 금식을 하였으며 정장제 투여와 수액요법을 포함한 보존적 치료를 받았다. 입원 3일째 시행한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4,330/mm3, 혈색소 12.7 g/dL, 헤마토크릿 36.5%, 혈소판 70,000/μL이었으며 혈청 생화학 검사에서 AST/ALT 120/69 IU/L로 내원 당시보다 혈소판 감소 및 간수치 상승 소견을 보였다. 입원 4일째 시행한 추적 검사에서 백혈구 4,260/mm3, 혈소판 134,000/μL, AST/ALT 148/139 IU/L로 혈소판은 회복 추세를 보였으나 간수치는 더 상승하였다. 입원 5일째부터 오심, 복통은 호전되었다. 입원 8일째 시행한 혈소판 286,000/μL, AST/ALT 69/108 IU/L였으며, 더 이상의 발열 없고 전신 상태 양호하여 퇴원하였다.
고 찰
뎅기열은 제4군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 발생한 뎅기열의 보고는 없으며 본 증례들과 같이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유행 지역에 다녀온 후 발병하는 경우로 이는 2001년 6건이었던 것에 비해 2010년 125건, 2011년 72건으로 증가하고 있다[7].
뎅기열은 flaviviridae과, flavivirus속에 속하는 뎅기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뎅기바이러스는 직경 30 mm 크기의 RNA 바이러스로(single-strand, nonsegmented RNA viruses) 4가지 혈청형(DENV-1, DENV-2, DENV-3, DENV-4)이 알려져 있다[3,5]. 감염된 바이러스 혈청형에 대해서는 면역이 생기지만 이러한 면역이 다른 혈청형에 대해서는 방어력이 없기 때문에 유행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4가지 혈청형에 의한 감염이 모두 일어날 수 있으며 다른 혈청형에 재감염될 경우 치사율과 질병의 중등도가 심화될 수 있다[3,8].
뎅기열의 매개모기는 Aedes aegypti, A. albopictus이며, 뎅기열은 주매개충인 A. aegypti의 분포에 따라 동남아시아, 남태평양 지역, 인도, 아메리카의 열대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9]. A. aegypti는 주로 도시에서 생활하고 낮 시간에 흡혈하며 움직임에 매우 민감하여 흡혈 중 움직임이 감지되면 흡혈을 중단한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무는 습관이 있어 단시간 내에 여러 사람을 물게 된다. 이는 유행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며 가족 내 유행이 생기는 원인도 이러한 습성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10]. 뎅기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물게 되면 바이러스는 인근의 림프절에서 증식한 뒤 혈류를 타고 다른 장기에 파급되며 잠복기는 대개 4~7일 정도이다[3,5,11].
뎅기바이러스 감염은 무증상부터 뎅기열, 뎅기출혈열, 뎅기 쇽 증후군으로 임상양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뎅기열이 저절로 호전되는 열성 질환인 반면 뎅기출혈열은 혈관 투과성 증가와 관련된 출혈 경향으로 특징지어진다[4]. 바이러스의 혈청형, 이차감염 여부, 숙주의 나이, 인종 및 천식,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등이 뎅기바이러스 감염의 중증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으며 소아는 혈관 투과성 증가에 대한 보상 능력이 성인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쇼크 진행의 위험률이 높다[1]. 뎅기열은 초기 발열기와 발진기의 2상으로 나타나며 발열은 5~7일간 지속되고 두통, 근육통, 관절통과 같은 비특이적인 증상이 동반되며 때로 전신 홍반이 나타날 수 있다. 약 50%의 환자에서 피부증상이 나타나며, 첫 24~48시간에 얼굴 발진이 보이고 해열과 함께 점상 출혈 또는 반구진 발진이 종종 관찰된다[3,10,12]. 열이 떨어진 직후 전신의 발진은 사라지고 발등, 다리, 손, 팔 등에 나타나는 국소적 점상 출혈과 비출혈, 잇몸출혈 등 경미한 출혈 경향을 보일 수 있다. 검사실 소견으로는 혈소판 감소와 림프구 증가가 동반된 백혈구 감소, 경도의 간 효소 수치의 상승이 흔하며 약 7일 정도 경과 후 백혈구 및 혈소판의 회복을 볼 수 있다[10].
최근 각각의 혈청형과 특정한 임상증상 발현 비율의 관련성이 보고되고 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 파라과이에서 수행된 뎅기바이러스의 특정 혈청형과 임상증상과의 관련성을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본 증례에서 확인된 DENV-1 감염은 전체 감염 중 39.8%를 차지했으며 다른 혈청형에 의한 감염시보다 평균 연령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DENV-1에 의한 감염 시 뼈 통증과 콧물 등의 호흡기 증상의 빈도가 높으나 관절통,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은 다른 혈청형에 의한 감염시보다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6]. 그러나 본 증례들에서는 호흡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았으며 증례 2의 경우 복통이 주증상 중 하나로 상기 연구 결과와 일치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동일한 뎅기바이러스 혈청형 감염일지라도 인종에 따라 임상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뎅기바이러스는 초기 바이러스혈증 상태인 발열기 동안(평균 증상 발생 5일까지) 혈액 또는 조직에서 검출할 수 있으며 항체 형성 전의 초기 감염에서는 RT-PCR이 유용하다. 초기 발열기가 지난 5일 이후부터 2개월 사이에는 뎅기바이러스의 동정은 어렵지만 IgM 항체가 형성되어 immunoglobulin M (IgM)-capture 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 (MAC ELISA) 방법으로 진단할 수 있다. 발병 초기에 시행한 IgM 검사가 음성일 수 있어 의사환자의 경우 약 1주 후 추적검사를 시행해야 한다[13,14]. 본 증례 1의 경우 발병 6일째 시행한 RT-PCR은 음성이었으며 MAC ELISA 양성으로 귀국 전 필리핀에서 잠복기 및 초기 바이러스혈증기를 거친 것으로 생각되며 증례 2의 경우는 발병 3일째 시행한 RT-PCR 양성(DENV-1)이었으나 뎅기바이러스 IgM은 음성으로 초기 바이러스혈증기에 병원에 내원한 것으로 생각된다.
본 증례들은 필리핀 도심 지역에 거주하던 가족 구성원 중 2명이 필리핀에서 뎅기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귀국 후 뎅기열로 진단된 증례들로 증례 1의 경우 질병의 진행 시기 상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는 없었지만 같은 거주지에 생활하면서 동일한 뎅기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려 가족 내 감염이 발병한 것으로 생각된다. 필리핀 보건부에 따르면 2012년 1월부터 7월 14일까지 51,597명의 뎅기열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동안 발생한 44,315건보다 16.43%가 증가한 것이다. 피해자는 수도 마닐라에 22.24%로 가장 많이 집중되어 있었고 10세 미만의 어린이도 40%에 이르며 전체 감염자 중 324명이 사망했다[15].
최근 해외 여행객의 증가뿐 아니라 취업 및 직업 등의 이유로 해외에 거주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국내로 유입되는 열대 풍토병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7]. 뎅기열은 말라리아, 한탄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출혈열과 임상증상이 유사하므로 감별이 필요하며 이외에도 장티푸스, A형 간염, 수막알균 감염증, 리케차 감염증, 렙토스피라증에 대한 감별도 필요하다[4,10]. 뎅기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특이 치료제는 없으며 수액 치료 등의 보조요법이 주 치료법으로 출혈을 조장할 수 있는 아스피린이나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10].
뎅기바이러스 감염은 효과적인 매개모기의 조절 및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전세계에 걸쳐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해외 여행자 증가에 따라 국내에 유입되는 뎅기열 환자의 수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접하기가 쉽지 않고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발현되어 감별진단으로 고려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따라서 유행 지역 방문자가 발열, 발진, 백혈구 감소와 혈소판 감소, 간 효소 수치의 상승 등을 보일 경우 뎅기열을 고려해야 하며 RT-PCR 및 혈청학적 검사 등을 통해 신속한 진단을 내리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합병증을 예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