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원발성 답즙성 간경변증(primary biliary cirrhosis, PBC)은 만성적인 담즙정체를 특징으로 하는 자가면역간질환이다[1]. 중년 여성에서 호발하며 전신 쇠약감과 가려움 증상이 가장 흔히 나타난다. 생화학검사에서 알칼리 인산분해효소(alkaline phosphatase, ALP),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gamma glutamyltranspeptidase, γ-GT) 및 빌리루빈 상승 등의 담즙정체형 생화학검사 이상을 보이면서 90–95%의 환자 혈청에서 항미토콘드리아항체(antimitochondrial antibody, AMA)가 나타난다. 조직학적으로 간의 만성 비화농성 육아종성 염증과 다양한 정도의 담관 염증 및 파괴가 특징적이며, 진행 정도에 따라 다양한 정도의 간섬유화 소견이 나타나며 장기간에 걸쳐 간경변증으로 진행된다[1,2].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의 유병률은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동양에서는 드물지만 영국, 북유럽 및 북아메리카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유병률이 높아 간이식을 받는 환자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 중 하나이다[3].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의 역학과 예후는 서구에서는 잘 알려져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한 실정이다. 2004년 대한 간학회에서 주관한 자가면역간질환 전국조사에서 228명 환자의 사례를 수집하여 분석한 바 있으며[4], 2010년에는 최초로 다기관 공동연구를 통하여 총 251명의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 환자를 후향적으로 분석하여 우리나라 환자들의 임상적 특성과 경과를 밝힌 바[5] 있지만 전국적인 유병률 조사는 아직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은 만성염증성 질환으로 말기 간부전으로 진행될 수 있지만 초기단계에서부터 적절히 치료하면 양호한 임상경과를 보이기 때문에 조기진단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된다.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실제 임상에서 겪는 환자들의 특성을 숙지한 임상의의 관심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은 서구에 비해 유병률이 낮고 임상의의 관심이 크지 않아 충분히 평가되지 못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실제 임상에서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의 진단과 치료 실정을 파악하고 향후 대규모 전향 연구의 기본자료를 마련하고자 2001년부터 2015년 1월까지 본원에서 진단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임상적 특성과 치료 경과를 후향적 분석하였다.
방 법
2001년 1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이화여자대학교 부속 이대목동병원에서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으로 처음 진단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의 진단은 담즙정체성 생화학적 간 기능검사 이상 소견, 항미토콘드리아항체 검출, 간 조직검사에서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에 합당한 소견 중 2가지 이상이 나타난 경우로 하였다[2]. B형이나 C형 간염바이러스 감염자 및 알코올 남용자는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2001년부터 2015년까지 본원에서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으로 진단된 환자의 정보를 후향적으로 수집하여 분석하였다. 진단 당시의 인구학적 특성, 초진 시 주 증상 및 신체검진소견, 생화학적 검사, 혈청검사, 병리조직 소견, 상부위장관내시경 소견, 영상검사 등의 자료를 수집하고 치료약제의 용량과 치료반응을 분석하였다. 진단 당시의 자료로부터 Mayo risk score [6] 및 Child-Pugh score, MELD score [7]를 산출하였다. 간생검 조직의 병기는 Ludwig 및 Scheuer 분류에 따라 구분하였다[8]. 진단 후 6개월, 1년째 및 이후 1년 간격으로 임상 양상, 생화학검사, 영상검사, 상부위장관내시경 소견 및 생존 여부 등도 조사하였다.
결 과
총 35명의 환자가 본 연구에 포함되었다. 진단 당시 평균 연령은 62세(32–81세)였고, 여성이 33명(94%), 남성이 2명(6%)이었다. 평균 추적 기간은 42개월(4–156개월)이었다.
처음 진단 시 약 27%의 환자들이 피로감, 황달, 소양증 등을 호소하였고, 73%의 환자들은 특이 증상 없이 간기능 검사 이상소견만 나타냈다. 첫 방문 시 혈청 아스파르테이트아미노전이효소(aspartate aminotransferase, AST)는 평균 81 IU/L, 알라닌아미노전이효소(alanine aminotransferase, ALT)는 평균 85 IU/L였다. 혈청 ALP치는 평균 897 IU/L, γ-GT치는 평균 422 IU/L였다. 혈청 빌리루빈치의 평균값은 2.10 mg/dL였고 혈청 알부민은 3.8 g/L이었다. 혈청 IgM 평균값은 320.1로 59.1%에서 정상범위 이내였으며, 40.9%에서 정상보다 높았다.
Mayo risk score는 평균 4.08로 나타났으며 6점 미만은 82.6% (29/35명), 6점 이상은 17.1% (6/35명)로 나타났다. Child-Pugh 점수를 이용한 간기능 평가에서는 평균 5.8점을 기록하였으며, Child A 77% (5–6점, 27/35명), Child B 17% (7–9점, 6/35명), Child C 5% (10–15점, 2/35명)의 분포를 보였다. MELD 점수는 평균 8.36점의 소견을 보였으며, <9점 미만은 77% (27/35명), 10–19점은 20% (7/35명), 20–29점은 2.8% (1/35명)로 나타났다.
AMA는 60% (21/35)에서 양성으로 나타났으며 항핵항체(antinuclear antibody, ANA)는 74% (26/35)에서 양성이었다. AMA가 음성인 14명은 모두 특징적인 간조직 소견을 나타냈으며 혈청 ALP가 정상 상한값의 2.21배, 혈청 γ-GT가 정상 상한값의 9.56배로 담즙정체형 생화학적 간 기능 검사이상 소견을 나타냈다.
35명 중 30명(85.7%)에서 진단 당시 간생검 조직 검사가 실시되었다. Ludwig 및 Scheuer 분류에 따른 병기는 1기 4명, 2기 16명, 3기 7명, 4기 2명으로 대부분 2기(53.3%) 혹은 3기(23.3%)로 분류되었다. 생검 조직 모두에서 소엽간 담도(interlobular bile duct)의 소실 및 만성 염증 세포의 침윤을 동반한 담관 파괴가 관찰 되었다(Table 1).
AMA 유무에 따른 환자의 특성을 비교해 보았을 때, AMA 양성인 군에서 IgG, IgA, IgM 값이 더 유의하게 높음을 확인 할 수 있었으나 그 외 기본특성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Table 2).
35명의 환자 중 진단 후 치료 시작 전에 임의로 추적 중단 된 3명 및 사망한 1명의 환자를 제외하고 31명의 환자가 UDCA 치료를 받았으며 22명은 13–15 mg/kg, 9명은 15 mg/kg을 초과하여 투여 받았다. UDCA 치료 후 혈청 ALP치는 치료 전 정상 상한 값의 2.63배에서 치료 6개월째에는 정상 상한 값의 1.57배, 12개월째 1.3배로 감소하였다. 치료 6개월째 혈청 ALP값이 기저치의 40%이상 감소하거나 정상범위 내로 감소하는 치료 효과를 보인 경우가 61.3% (19/31)였다. γ-GT는 치료 전 정상 상한 값의 8.32배에서 치료 6개월과 12개월에는 각각 정상의 3.56배 및 2.68배로 감소하였다(Fig. 1).
Mayo model은 UDCA로 치료받은 PBC 환자의 생존률 예측과 관련된 여러 모델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포함하고 있는 변수로는 환자의 나이, 혈청 빌리루빈, 혈청 알부민, prothrombin time (PT) 및 부종의 유무로 Mayo risk score를 산출한다[9]. 진단시 Mayo risk score가 6점 이상인 경우와 6점 이하인 경우로 나누어 UDCA 치료 시작 6개월 후의 생화학적 간 기능 검사 변화를 분석한 결과, Mayo risk score가 높은 그룹에서 bilirubin 수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더 크게 호전됨을 확인 할 수 있었고(P-value=0.042),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으나 AST, ALP, γ-GT 항목에서도 May risk score가 높은 그룹에서 치료효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Fig. 2).
Mayo [10], Barcelona [11], Paris-1 [12], Momah/Lindor criteria [13]를 이용하여 UDCA에 대한 치료 반응률을 계산해 보았을 때 전체 환자군에서 치료 반응률을 살펴보면 낮게는 69.2%에서 높게는 92.3%로 확인되었다(Table 3).
기존 연구에서 AMA 양성 PBC와 AMA 음성 PBC의 임상경과 및 UDCA에 대한 치료반응이 유사하다고 보고 되는데[14,15], 본 연구에서도 AMA 양성여부에 따라 나누어 치료 반응률을 계산하였을 때, AMA 음성군에서 AMA 양성군에 비해 높은 치료 반응률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최대 155개월 관찰 기간 중 간이식을 받은 환자는 없었고, 식도정맥류 출혈로 사망한 경우가 1례 있었다.
고 찰
2004년 자가면역간질환 국내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 환자의 90%가 여성이며 평균연령은 47.8세, 흔한 증상은 피로감과 가려움증 등이다[4]. 본 연구에서도 자가면역간질환의 국내조사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성에서 호발하였고 전체 환자의 10%는 남자에서 진단되었다. 자각증상은 진단 당시 증상 없이 간 기능검사 이상만을 보이는 경우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가려움증과 피로감이 가장 흔한 증상으로 알려져 있으며, 본 원 사례에서도 증상 없이 생화학적 간 기능검사 이상소견으로 발현된 환자가 가장 많았다.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에서는 특징적으로 90–95% 환자 혈청에서 AMA가 검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핵항체도 약 50%환자에서 나타나며, 핵막 주위(nuclear-rim) 및 다발성 핵내 반점(multiple nuclear dots) 형태가 가장 흔히 나타난다[1]. 본 연구에서는 60%의 환자에서만 AMA가 나타났다. 이는 90–95%의 양성률을 보고한 외국 연구와 88.1%로 보고한 2004년 국내 연구, 98.4%로 보고된 2010년 다 기관 연구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1,4,5]. 이는 B형 혹은 C형 간염바이러스 감염력과 과량의 음주력이 없으면서 만성적으로 간 기능 검사 이상소견을 보이는 환자들에 대하여 간 조직검사를 포함한 적극적인 검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에 포함된 환자들의 간 조직검사 시행률은 85.7%로, 2004년 국내 연구 조사에서 보고된 간 조직검사 시행률 65.8% [4], 2010년 국내 다 기관 연구에서 조사된 간 조직검사 시행률 39.8% [5]보다 높아 적극적으로 간 조직검사가 시행된 것을 보여준다. AMA 음성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간 조직 검사가 필수적이지만 실제 임상에서 시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전체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 유병률과 AMA 발현율이 왜곡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원발성 답즙성 간경변증 환자에서 AMA의 정확한 양성률을 얻기 위해서는 세가지 진단검사(생화학적 간 기능검사, 혈청 AMA, 간 조직검사)를 모두 시행하는 대규모 전향적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간 조직검사가 이루어진 30명 환자의 조직학적 병기는 66.6%가 1기 혹은 2기로 낮은 병기를 보였다. 이는 2010년 김 등[5]의 국내 다 기관 연구 결과(55.5%)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병기의 환자들이 더 많이 포함된 것으로 이 또한 증상이 발현되기 전 생화학적 간 기능 검사이상 소견을 보이는 환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간 조직검사가 시행되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의 자연경과는 섬유화 진행정도에 따라 무증상기, 전신증상기, 문맥압항진기, 간부전기로 나누어진다[16]. 치료받지 않은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은 무증상기에서 20년 내에 간부전기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17], 생화학적 간 기능검사의 광범위한 적용과 편리한 AMA 검사의 도입으로 최근에는 50–60%의 환자가 무증상기에 진단되고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여 과거에 비해 양호한 예후를 나타내고 있다[18,19]. UDCA는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에 대한 치료효과가 유일하게 인정된 약제로서 치료반응과 환자의 예후는 환자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다[20]. 일반적으로 UDCA 치료 받은 환자의 약 30%에서 생화학적 간 기능검사 이상소견이 정상화되고, 조직학적 병변의 악화가 억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9]. 최근 프랑스에서 시행된 연구에서는 13–15 mg/kg 용량의 UDCA를 투여 받은 조직학적 병기 1–2기인 환자들의 8년 생존율은 일반 대조군과 같았고[20], 국내연구에서도 5년, 10년 생존율이 각각 97.4% 및 80.9%로 나타났다[21]. 본 연구에서는 진단 후 외래 추적 중 임의로 추적이 중단 된 경우가 8명(22.8%)에 이르고, 2002년과 2005년 진단된 2명의 예를 제외하면 대부분 2010년 이후 진단된 환자로 장기간 추적 자료는 얻을 수 없었고 규모가 작아 정확한 생존율을 평가하지는 못하였다.
본 연구에서 UDCA로 치료받은 환자 32명에서 혈청 ALP값이 치료 전 정상 상한 값의 2.63배에서 치료 6개월째 정상 상한 값의 1.57배, 12개월째 1.3배로 감소하였다. 치료 6개월째 혈청 ALP값이 기저치의 40% 이상 감소하거나 정상범위 내로 감소하는 치료 효과를 보인 경우가 61.3% (19/31)였다. γ-GT는 치료 전 정상 상한 값의 8.32배에서 치료 6개월과 12개월에는 각각 정상의 3.56배 및 2.68배로 감소하였다. 대상 환자들 중 간이식을 받거나 간담도암으로 진단된 환자는 없었다.
요약하면 본원에서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은 중년 여성에서 호발하며, 환자의 80% 이상이 무증상기에 진단되고 UDCA 투여에 대한 치료 반응률은 다양한 평가지표에서 모두 높게 나타났다. 효율적인 질병관리를 위해서는 질환에 대한 조기진단과 적극적인 치료에 대한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는 후향적 연구로 인하여 자료 수집이 제한적이었고, 추적 기간이 짧아 장기간 경과 및 예후인자를 평가하기에 불충분하였다. 향후 더 큰 규모의 전향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