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ticle

보건의료 수혜자와 공급자의 관점에서 고찰한 여성과 건강

김정선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Department of Sociology, Ewha Womans University College of Social Sciences, Seoul, Korea
Corresponding author Jung Sun Kim Department of Sociology, Ewha Womans University College of Social Sciences, 52 Ewhayeodae-gil, Seodaemun-gu, Seoul 03760, Korea Tel: 82-2-3277-2260, Fax: 82-2-3277-2783 E-mail: jungsun@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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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Jul 10, 2017; Revised: Jul 11, 2017; Accepted: Jul 12, 2017

Published Online: Jul 31, 2017

Abstract

In order to examine the issue of women and health in Korean society, we need to adopt a new approach to consider health and body as a subject of social theory beyond the biomedical model. Health and diseases are not objective entities defined by universal standards that are separate from the patient or physician’s life experience, but rather the products of social, cultural, and political processes. From this point of view, this paper explores Korean women and health in two aspects of health and medical field, that is, women as medical service beneficiaries and providers. First, the gender paradox phenomenon—women live longer, but suffer from more illnesses—was confirmed by evaluating the physical and mental health status of women. The life expectancy of Korean women is longer, but their morbidity rate of physical and mental health and subjective health evaluation is worse than men. Second, as medical service providers, the present status of female doctors showed the horizontal and vertical segregation in the medical labor market despite of the increase of female doctors and medical students. We pointed out the problems of gender inequality in health care sector and discuss policy implications of ‘gender specific medicine’ to improve women’s health and medical education.

Keywords: Women; Health occupations; Sex factors; Medical education; Health policy

서 론

현대 사회에서 건강과 질병에 관한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분야에서 질병을 다루는 생의학적 관점을 벗어나 좀 더 넓은 의미의 사회이론의 대상으로서 우리의 몸과 건강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몸은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평소에는 크게 인식하지 못하다가 질병이나 고통을 느낄 때 비로소 자신과 분리되어 있는 외적인 실체로서 개념화된다. 이렇게 인지된 몸과 건강의 속성은 대체로 생의학적 관점에 기초한 과학적 의학의 관심과 이해의 대상에 머물러왔다[1]. 그러나 건강과 질병은 생물학적 사실일 뿐 아니라 사회적 과정을 통해 생산되는 ‘사회적 사실’이라는 명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건강과 질병은 환자나 의사의 삶이나 경험과 분리된 보편적인 기준에 의해 정의되는 자율적인 실체라기보다는 질병이 발생하는 역사적, 문화적, 정치적 요인들에 의해 촉진되기도, 제한되기도 하는 문화와 정치의 장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경험적 연구들이 한 개인의 건강을 구성하는 사회적 과정, 그리고 이환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들을 다양한 건강관련 행동 모델들을 통해 밝혀내고 있다. 사회규범이나 구조와 같은 가장 거시적인 요인으로부터 의료체계나 네트워크와 같은 중범위적 요인들, 그리고 의사-환자 상호작용에 영향을 주는 미시적인 요인들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 수준별 관련 변수들을 규명하는데 주력해 왔고, 그러한 연구결과 밝혀진 주요 변인들은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 방안에 반영되어 왔다[2,3].

그 중에서도 젠더는 위에서 언급된 다양한 차원의 변수들과 상호작용 함으로써 여성 건강과 관련된 성별화된 몸(gendered body)의 담론을 확산시켜 왔다. 한편으로는 극단적 생물학적 결정론으로부터 또 한편으로는 극단적으로 상대적인 사회구성주의 논쟁의 연속선상에서 ‘여성이 오래 살지만 더 많이 아프다’는 젠더 패러독스로 나타나는 의료 수요자로서의 여성 건강 문제는 늘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4,5].

한편 의료 공급자로서의 여성의료전문직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6,7]. 우리나라 의료전문직 형성 초기에 여성 의료인들은 주로 모성보건의 담당자 역할을 했고, 한동안 10%가 채 되지 않는 희귀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그 존재나 역할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8]. 그러나 최근 여성의료전문직은 꾸준한 양적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분야에서의 역할은 다른 영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성별분업 문화로 나타나고 있다. 즉, 의료 공급자로서의 여성의 위치나 보상도 외국 경우와 마찬가지로 의료노동시장에서 젠더 불평등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9].

본 논문은 우리나라의 보건 의료 영역에서 여성과 건강의 문제를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여성의 신체적 건강을 주요 성별 건강지표를 통해 평가함으로써 의료 수혜자로서의 여성의 특성을 파악하고, 둘째, 여성의료전문직의 현황 및 활동 분야 등의 자료를 통해 의료 공급자로서의 여성의료인의 지위와 역할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건강 및 보건의료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젠더 형평성의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 론

1. 의료수요자로서의 여성

여성에게 나타나는 신체적인 질환(disease)의 증세는 그가 속한 여러 가지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상황에 의해 주관적으로 다른 질병(illness) 상태를 보이게 되며, 결과적으로 여성이 경험하는 ‘아픈’ 과정은 신체적 상태에 대한 사회적 반응에 따라 환자로서 다양한 지위와 역할을 부여 받게 된다[10]. 그런가 하면 최근 여성의 몸과 건강에 대한 여성주의적 이론과 관심, 우리의 몸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관리 가능하도록 한 의료 기술의 혁신, 대중문화 및 소비주의의 확산 등으로 상품화된 몸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면서 여성 건강 문제가 모성 또는 재생산과 관련된 영역의 주제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논의들도 역시 생의학적 보건의료 지식과 개념의 남성 중심적인 특성, 여성성에 대한 편견에 기인한 보건의료 지식의 차별적 적용,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하는 보건의료 체계의 권력 관계 등에 의해 생물학적 차이가 여성 건강에 대한 차별적 지위를 낳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11,12].

이같이 여성 건강을 이해하는데 있어 사회적, 문화적, 상징적으로 구성된 여성성과 남성성에 기초한 사회적 성(gender)을 고려하지 않고는 여성과 건강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으로 의료수요자로서의 여성 건강 수준을 살펴보면 ‘여성이 더 많이 아프지만 남성이 더 일찍 사망한다’는 남녀의 사망 및 이환 구조에 대한 젠더 패러독스가 우리 사회에서도 대체로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여성들의 기대 수명은 2015년 현재 85.2세로 남성보다 약 7년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Fig. 1) [13]. 최근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의 발표에 따르면 2030년 출생하는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90.83세로 세계에서 가장 장수하는 집단이 될 것으로 예측한바 있을 정도이다[14]. 하지만 젠더 패러독스가 의미하는 바와 같이 한국 여성의 신체적, 정신적 유병률은 남성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은 일반적인 추세이지만 여성들의 유병률, 유병일수, 와병일수와 같은 모든 건강 지표에서 남성보다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Table 1) [15]. 신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Fig. 2) [13]과 자신의 건강에 대한 주관적 인식(Fig. 3) [16] 등에서도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와 같은 여성들의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여전히 다른 국가에 비해 미진한 가운데 그동안 4차에 걸친 여성정책기본계획을 통해 여성의 건강증진을 위한 포괄적인 정책을 마련하여 시행해왔다. 여성정책기본계획은 추진 단계별로 1차에서는 모성보건에 대한 중요성 인식, 2차에서는 소외계층 여성으로의 관심 확대, 그리고 3–4차에 걸쳐 건강 개념을 보호에서 권리로 확장시키면서 여성의 건강권이라는 개념을 도출해 내는데 까지는 일정 정도의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국민의 건강수명연장과 건강형평성 제고를 목표로 하는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서는 여전히 성별이나 생애주기에 따른 건강영역의 차별적 정책을 구체화 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여성 건강정책과 관련해서 계획뿐 아니라 이를 주도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전담기구 및 예산의 확보, 건강관련 정책 수립에 참여할 수 있는 여성 네트워크의 부족 등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하겠다[17].

2. 의료 공급자로서의 여성

건강과 관련된 젠더 불평등에 대한 경험적 연구들이 주로 의료서비스 수요자로서의 여성에 초점을 맞추어 이루어진 반면 의료 공급자로서의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의료전문직을 다루는 연구는 그리 많지 않다. 먼저 여성의료인들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의료전문직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료전문직이 다른 직업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월등한 사회적 지위와 업무에 대한 자율성을 누릴 수 있는 근거는 전문 지식과 기술에 대한 배타적 독점과 자율성에 있다[18,19]. 그러나 최근에는 여러 사회 환경의 변화로 인해 의료전문직의 탈전문화 나아가 프로레타리아화의 가능성까지도 논의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야기하는 주요한 환경변화로 우선 의료전문직의 지위와 자율성의 기초가 되는 지식의 독점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반적인 생활수준과 교육수준의 향상, 그리고 건강과 관련된 정보와 지식의 사회화는 지식 독점을 기반으로 하는 의사의 권위와 자율성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그런가 하면 의료전문직 내부적인 요인으로서 의학의 전문화와 세분화로 인해 내부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하나의 전문직으로서의 집단 정체성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의료전문직의 위상의 변화를 가지고 오는 요인이 된다[20].

또한 급속도로 발전하는 의학 지식과 기술은 의사 이외에도 의료 분야의 새로운 전문직과 유사전문직의 확대를 가지고 왔고, 이들의 도움과 협조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진료 양식은 기존의 진료방식에 익숙해 있는 의사들이 예전과 같은 전문직의 권위를 더 이상 행사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21]. 나아가 사회 전반에서 민주주의의 신장과 더불어 확산된 소비자주의는 의료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전의 일방적이고 불균형적이었던 의사-환자 관계에 커다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통적인 능동적 의사-수동적 환자 관계로부터 이제 정보제공자로서의 의사-소비자로서의 환자 관계로 역할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의사-환자 관계의 변화는 더 이상 의료전문직의 권위와 자율성을 전제로 하지 않으므로 의료 분쟁과 같은 갈등적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고, 이는 다시 의사들의 방어적 진료와 과잉진료를 강화시키고 이로 인해 의사들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끝으로 의료전문직의 지위에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중요한 사회적 조건으로는 대자본의 침투로 인한 병원의 기업화 현상을 들 수 있다. 점차 병원이 대형화, 기업화되는 환경에서 진료부문보다는 행정부문의 권한이 강화되고 경영관리의 영역에서 주된 의사결정이 이루어짐으로써 의사들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22]. 특히 종합병원이 의사의 사회적 위세에 중요한 배경이 되었던 우리나라의 경우에 종합병원 의사들의 지위 하락은 자연히 전반적인 의사들의 사회적 지위와 직업적 권위에 위기를 불러오게 된다.

우리나라의 의료전문직은 서구 사회와는 달리 전통적으로 전문직 집단으로서 사회에 체계적이고 가시적인 영향력을 의도적으로 행사하는데 매우 취약했던 집단으로 평가된다[23]. 이는 국가에 의해 서구 의료 제도가 안정적으로 구조화된 사회에서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보장되었던 의사들이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동기가 크지 않았고 따라서 이해집단으로서의 결속력이 그리 크지 않았던 집단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의약분업 논란으로 인한 의료파업 사태 이후 최근에는 의료인력 공급, 의료수가 책정, 의학전문대학원 정책과 같은 의학교육시스템 등의 의료계의 현안들에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변화를 보여주고는 있으나 전문직의 특성상 다른 이익집단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소극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이러한 집단적 수준에서의 변화와 더불어 의료인 개인적 수준에서 인식과 사고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젊은 의사들의 전공 영역 선택의 편중성과 종합병원 기피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료 제도의 모순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개선하기보다는 불리한 사회 환경에 냉소적인 태도를 가지고 자신의 개인적인 이해관계 안에 안주하려는 이러한 행동은 장기적으로 왜곡된 의료 인력의 공급 구조를 형성하게 됨으로써 사회 전체에 그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는 문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24].

이런 상황에서 우리 나라 여성의료전문직의 특성은 수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반적인 여성 노동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수평적, 수직적 분절 현상을 그대로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25]. 예컨대 여성의료인 수의 양적 증가는 1950년 전체 의사 중 여성의사 비율이 7.4%에서 2015년에 약 3.5배가 증가한 24.6%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Fig. 4) [13]. 더 나아가 의과대학 여학생 비율은 2015년에 31.6%에 달하고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8]. 반면 이러한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의료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지역, 연령, 취업의 형태, 전문과목 분포 등 다양한 변수들을 중심으로 편중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지역적으로는 남성의사의 약 1.7배가 넘는 여성의사들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고, 지난 수십 년 간의 여성의사 수의 증가의 결과 2015년 현재 여성의사의 55%가 2,30대의 젊은 층에 집중되어 있다. 또한 전형적인 노동시장의 수평적 분절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성별에 따른 취업 형태(Table 2) [26]와 외과계는 남성, 내과, 소아과계는 여성의사들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전문과목별 성별분업구조(Table 3) [27]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밖에 한 자리 숫자에 머무는 병원장 비율, 13%정도로 파악되는 의과대학 여교수 비율 등은 의료 노동시장의 수직적 분절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25].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최근에 급증하고 있는 여성의료인의 수적 증가는 의료전문직의 직업적 특성에 어떠한 변화를 가지고 올지, 나아가 전반적인 의료 인력의 구조와 역동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그 함의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여성의료인의 사회적 지위나 역할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하는 사람들은 여성의 개인적인 수준에서의 한계와 구조적 수준에서의 제약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일부 경험적인 연구들을 통해 여성의사들의 업무 시간이나 생산성이 남성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며 이는 여성들 개인의 직업의식과 가사노동과의 양립가능성 등에 의해 선택되어진 결과로써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본다[6,7,28]. 또한 여성들의 특성으로 일컬어지는 환자지향적인 전문직업적 지향도 남성 중심의 의학교육 과정에서 결국 성중립화되어 남성의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29]. 뿐만 아니라 일부는 구조적으로 여성의료인의 증가가 오히려 의료계의 노동시장 분절을 가속화시켜 일부 특정 전공 분야나 활동 분야에 여성의료인의 활동이 제한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30,31].

반면 여성의료전문직이 양적으로 증가하게 되면 일정 시점에서 질적인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긍정적인 입장에서는 여성들의 특성이 의료전문직에 요구되는 전문지향성에 보다 가깝기 때문에 앞으로 지속적인 여성의료인의 증가는 의료계 전반의 긍정적인 변화를 가지고 올 것으로 기대한다. 예컨대 여성들의 환자에 대한 태도나 의사소통의 기술,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의 특성이 경쟁이 심화되는 의료계에서 여성들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여성의료인들의 여성 환자들에 대한 관심은 전반적인 보건의료체계 내에서의 여성 건강에 대한 관심을 증진시킬 수 있고 의료인들 사이에서의 네트워크의 확산 등도 여성의료인의 지위를 향상시킬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최근 하버드 대학에서 65세 이상의 노인 150만명의 병원 진료에 관한 기록을 분석한 결과 30일간의 사망률과 재입원율이 치료를 담당한 의사의 성별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여성의사가 담당했던 환자들의 사망률이 남성의사의 환자보다 사망률은 4%, 재입원율은 5% 정도 낮다는 임상결과를 보여주었다. 연구자들은 앞서 여성의료전문직이 증가하면 의료계의 긍정적인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이라고 예측했던 이유들, 즉, 여성의사들이 보다 예방적인 관리와 환자에 대한 사회심리적인 돌봄, 환자 중심의 의사소통, 충분한 방문시간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있다[32]. 이 연구는 특정 연령 집단을 대상으로 한 결과이기는 하지만 향후 노령화 사회에서 여성의료인의 역할과 지위에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생각된다.

결 론

본 논문에서는 한국사회에서의 여성과 건강에 대한 문제를 접근하는데 있어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의료서비스의 수혜자로서의 여성들의 건강 실태와 의료서비스 공급자로서의 여성의료인들의 현황을 살펴보았다. 몇 가지 지표에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의료의 수요 및 공급 분야 모두에서 여전히 젠더 불평등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여성의 건강을 논의하는데 있어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는 것과 이러한 차이에 사회적 차별을 부여하는 것은 반드시 구별되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성인지의학’의 개념이 도입되어 여성 건강에 새로운 접근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33]. 성인지 의학은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함으로써 그동안 보건의료 체계에서 주변화되고 비가시화 되었던 여성 건강에 대한 관심을 더욱 적극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이러한 생물학적 차이가 여성의 몸에 대한 차별의 근거가 아닌 평등한 보건 관리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될 수 있도록 보건의료 지식 체계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성인지의학 개념을 여성의 질병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접근 방법으로만 제한하여 활용하는데 머무르기 보다는 의료 수요자의 입장에 있는 여성의 건강을 사회적 과정의 산물로 인식함으로써 여성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이를 반영하는 포괄적인 여성건강증진관리(gender sensible management of health)에 선제적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여성의료인력의 공급 차원에서 젠더 이해력과 감수성을 갖춘 여성의료인들을 교육하기 위해 여학생들의 특성과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성인지의학교육(gender specific medical education)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모든 의학 교육 과정에 스며들어 있는 젠더 불평등 요소들을 제거하여 여성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의학교육의 변화를 선도함으로써 증가하는 여성의료인들의 사회 진출이 한국사회 의료서비스의 질적인 향상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감사의 글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Ewha Womans University Research Grant of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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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j-40-108-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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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wnload Original Figure
Table 1. Morbidity rate, days of sickness and days in bed (during the previous 2 weeks, 0 years old and over)
Variable Morbidity rate Days of sickness Days in bed



2012 2014 2016 2012 2014 2016 2012 2014 2016
Male 21.2 22.1 22.8 8.3 8.7 9.0 0.6 0.7 0.8
Female 26.9 27.1 28.5 8.6 9.1 9.3 0.5 0.7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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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2. Types of employment among medical doctors by sex, 2014
Variable Male (%) Female (%)
Private hospital 28,821 (37.6) 5,765 (24.2)
Clinic 28,488 5,735
Hospital 333 30
Pay doctor 30,731 (40.1) 10,191 (42.7)
Clinic 1,069 623
Hospital 11,945 2,966
Public 277 100
Private 11,668 2,866
General hospital 6,595 2,342
Public 1,446 627
Private 5,149 1,715
University hospital 11,122 4,260
Public 2,628 965
Private 8,494 3,295
Medical school 817 (1.06) 167 (0.6)
Public 301 42
Private 516 125
Resident 9,574 (12.5) 5,496 (23.0)
Public 2,370 1,453
Private 7,204 4,043
Health center 2,078 (2.7) 227 (0.9)
Others 4,650 (6.1) 2,066 (8.6)
Total 76,671 (100.0) 23,912 (100.0)

Modified from Korean Medical Women’s Association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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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3. Distribution of specialties among medical doctors by sex, 2014
Specialty Male (%) Female (%)
Internal medicine 10,427 (17.5) 3,109 (18.6)
Surgery 5,621 (9.4) 419 (2.5)
Pediatrics 3,155 (5.3) 2,555 (15.3)
Obstetrics and gynecology 4,013 (6.7) 2,014 (12.1)
Psychiatry 236 (0.4) 26 (0.2)
Neurology 1,143 (1.9) 365 (2.2)
Neuropsychiatry 2,065 (3.5) 749 (4.5)
Orthopedic surgery 5,449 (9.1) 33 (0.2)
Neurosurgery 2,440 (4.1) 30 (0.2)
Cardiology 1,007 (1.7) 48 (0.3)
Plastic surgery 1,739 (2.9) 110 (0.7)
Ophthalmology 2,435 (4.1) 525 (3.1)
Otolaryngology 3,211 (5.4) 310 (1.9)
Dermatology 1,518 (2.5) 441 (2.6)
Urology 2,420 (4.1) 29 (0.2)
Radiology 1,901 (3.2) 1,249 (7.5)
Radiation oncology 177 (0.3) 82 (0.5)
Anesthesiology and pain medicine 2,974 (5.0) 1,156 (6.9)
Rehabilitation medicine 1,165 (2.0) 376 (2.3)
Tuberculosis department 82 (0.1) 29 (0.2)
Laboratory medicine 383 (0.6) 442 (2.7)
Pathology 383 (0.6) 444 (2.7)
Preventive medicine 413 (0.7) 127 (0.8)
Family medicine 4,084 (6.8) 1,794 (10.8)
Nuclear medicine 78 (0.1) 45 (0.3)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207 (0.3) 41 (0.2)
Emergency medicine 916 (1.5) 130 (0.8)

Modified from Korean Medical Association [27], p.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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