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성조숙증은 여아에서 8세 미만, 남아에서 9세 미만에 2차성징이 나타나는 것으로 정의하며, 진성 성조숙증과 가성 성조숙증, 사춘기의 정상변이로 분류할 수 있다. 특히,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샘축의 활성화로 인한 성호르몬의 분비를 원인으로 하는 중추성(진성) 성조숙증의 유병률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점점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성조숙증 환자의 경우 조기 골단 융합에 의해 최종 성인키가 작을 수 있고, 2차성징의 조기 발현으로 인하여 부적절한 체형과 정신행동이상 등이 관찰되기도 하고, 환아와 보호자는 이로 인하여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중추성 성조숙증의 경우에는, 중추신경계의 종양이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도 있어 소아 내분비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중추성 성조숙증에 대한 연구들을 검토해보고 역학, 병리소견, 임상증상, 진단방법, 치료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본 론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아에서의 사춘기 발현이 빨라지고 있다. 1980년대 이전에 시행된 미국과 유럽에서의 연구결과를 보면, 대략 11세 정도에 평균적으로 여아에서 유방 발달이 시작된다고 보고하였으나[1], 최근 보고된 바로는 유럽에서는 대략 5%의 여아에서 유방 발달이 8세 이전에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2]. 미국 종단 연구에 따르면, 여아의 경우 백인에서 10%, 흑인은 23%에서 7세 이전에 사춘기가 시작되는 것으로 보고하였고[3], 메타연구에서는 10년 마다 0.24년씩 여아에서의 유방 발달 시기가 빨라짐을 확인하였다[4]. 1990년대 발표된 국내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아의 유방 발달은 평균 11세 정도로 보고되었고, 최근 사춘기 시작이 더 빨라진 것으로 추측되나 추가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성조숙증을 정의하기 위해서 사춘기 시작 연령의 정상 지표가 인종별, 국가별로 정의되어야 하지만 명확한 정상 지표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성조숙증의 연령 기준은 Marshall과 Tanner [5]가 제시한 것으로, 2차성징이 평균치의 2–2.5 표준편차보다 빨리 나타나는 경우로, 여아 8세 미만, 남아 9세 미만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사춘기 발현이 빨라짐에 따라 기준을 더 낮추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6].
성조숙증은 중추성(진성) 성조숙증(gonadotropin dependent, central, true precocious puberty), 말초성(가성) 성조숙증(gonadotropin independent, peripheral precocious puberty, precocious pseudopuberty), 사춘기 발달의 변이 형태로 나눌 수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중추성 성조숙증의 유병률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미국 및 유렵에서는 중추성 성조숙증의 유병률이 5,000명에서 10,000명당 한 명으로 보고되었다[7,8]. 국내 연구에서는 더 높은 유병률과 발생률을 보이는데, 2008년부터 2014년까지의 중추성 성조숙증의 유병률과 발병률에 대한 국내 한 역학 연구에 따르면 10만 명당 193.2명이 이 병을 가지고 있으며, 122.8명이 발병한다고 보고하였다[9]. 남녀의 비율은 여아에서 남아에 비해 5–10배 흔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7,9].
여아에서는 중추성 성조숙증의 약 90–95%가 특발성이나 남아에서는 기질적 병변이 발견되는 경우가 40–90%까지도 보고된다[10,11]. 중추신경계의 병변으로는 시상하부 과오종(harmatoma)이 가장 흔하다. 그 외에도 시신경교종, 뇌하수체교종, 성상세포종, 두개인두종 등의 종양이나, 뇌염 사르코이드 육아종, 결핵성 육아종, 뇌막염, 경막하 낭종, 뇌수종 등에 의해서도 중추성 성조숙증이 발생할 수 있다. 중추성 성조숙증의 원인과 관련하여 뇌의 기질적인 원인 이외에도 유전자, 내분비 교란물질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1213-14].
병력청취를 통하여, 2차성징 발현 시기와 사춘기 진행속도, 성장속도를 확인하여야 한다. 중추신경계 질환 의심 증상을 확인하기 위하여 두통, 시야장애, 경련, 다음, 다뇨 등의 증상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며, 성 스테로이드 노출력 및 사춘기 발현의 가족력을 확인해야 한다. 신체검진 시 여아의 경우 유방과 음모 발달, 남아의 경우 고환과 음모 발달을 확인하고, 비만도 및 피부 병변 유무를 확인한다.
좌측 수부 및 수근골 X선 사진을 촬영하여 골연령을 평가하고, 성호르몬 검사를 시행한다. 가능하면 성호르몬의 측정은 아침에 시행한다. 성조숙증이 있는 남아의 경우 테스토스테론은 사춘기 수준으로 올라가 있으나, 여아의 경우 에스트라디올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어 진단적 가치는 떨어지나, 매우 높은 에스트라디올 농도는(>100 pg/mL) 난소낭이나 종양을 시사한다[15].
사춘기 전후 시기가 되면 수면 중에 황체호르몬(luteinizing hormone, LH) 파동성 분비가 나타나고, 정맥 내로 생식샘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gonadotropin-releasing hormone, GnRH)을 투여할 경우 LH 분비 반응이 증가한다. 사춘기 급성장을 보이며, Tanner 3단계 이상이거나 골연령이 역연령에 비해 현저히 앞서는 경우, 중추성 성조숙증이 의심되는 경우, 시상하부-뇌하수체 축의 활성을 확인하는 검사인 GnRH 자극검사를 시행한다. GnRH 자극검사는 luteinising-hormone releasing hormone (100 mcg)을 정주하고 15–30분 간격으로 90–120분까지 연속적으로 LH와 난포호르몬(follicle stimulating hormone, FSH)을 측정한다. GnRH 자극 후 LH의 최대치가 4–5 IU/L 이상인 경우 중추성 성조숙증으로 진단할 수 있고[16,17], LH 최대치가 5 IU/L 이상인 경우 98%의 민감도와 100% 특이도를 나타낸다[18,19]. 추가적인 진단 기준으로는 최고 LH/FSH ratio >0.66가 제시되고, >0.45인 경우도 민감도 82%, 특이도 97%로 보고되었다[2021-22]. 선별검사로는 무작위로 측정된 LH> 0.3 IU/L, 아침 LH> 0.22 IU/L인 경우 의미가 있었다[23,24].
중추성 성조숙증으로 진단되는 경우, 남아에서는 뇌 기질적인 병변이 있을 확률이 높고, 6세 미만의 여아에서 기질적 원인이 30%까지 발견되므로, 뇌 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시행하여야 한다[11,25].
2차성징이 발현되어도, 사춘기 진행이 서서히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바로 GnRH 자극검사를 하기보다는 3–6개월 간격으로 추적관찰을 하는 것을 권한다.
중추성 성조숙증으로 진단받은 경우, 기저질환의 확인이 진단의 첫 번째 목표이며, 사춘기 발달을 또래와 비슷하게 맞추고, 성장의 가속화로 인하여 골성숙이 촉진되고 최종 예측성인신장이 작을 수 있기 때문에 최종 성인신장을 보존하며, 정신사회적인 문제를 줄이기 위하여 치료를 고려한다. 치료하지 않은 경우 여아와 남아에서 각각 12, 20 cm 전후로 최종 신장의 손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6]. 치료에 쓰이는 약제는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작용제(gonadotropin-releasing hormone agonist, GnRHa)로, 이는 내인성 GnRH에 비해 작용시간이 길고 강력하여 내인성 GnRH 자극에 대하여 뇌하수체의 생식샘자극호르몬 세포를 탈감작시키고, GnRH 수용체 발현을 하향조절하여 생식샘자극호르몬 분비를 억제한다. GnRHa 치료를 통하여 최종 예측신장이 증가하는데, 여아의 경우 4–6 cm 정도 이득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2728-29]. 남아의 경우 성조숙증 발병률이 낮아 최종신장과 관련된 자료가 적으나, 유렵의 연구결과에서 6–8 cm 정도 이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30].
GnRHa 치료는 중추성 성조숙증의 진단기준(사춘기 신체 징후를 보이며, GnRH 자극 검사 시 사춘기 LH 반응을 보이고 골연령이 역연령에 비하여 유의미하게 진행된 경우)에 합당하여야 한다. 성장속도, 골연령 및 2차성징이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 8세 이하의 여아에서 초경이 있는 경우, 질병으로 인해 환아의 정신사회적 건강이 저해되거나 부모의 과도한 불안감이 있는 경우, 기질적 또는 신경질환이 동반된 중추성 성조숙증 환아에게서 치료를 고려한다[31]. 서서히 진행하는 중추성 성조숙증을 가진 여아나 9세 이상의 여아에서는 GnRHa 치료로 최종 성인신장의 이득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이며[32,33], 현재 키가 평균 이상이며 골연령이 뚜렷하게 빠르지 않은 경우에는 최종 성인신장이 정상 범위일 가능성이 높고, GnRHa 치료로 인한 최종 신장의 이득도 없을 수 있다[33].
GnRHa는 투여 경로, 용량, 작용 시간에 따라 다양한 제형이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leuprolide와 triptorelin 4주 제형, 3개월 제형이 중추성 성조숙증 치료에 승인되었으며, 최근 6개월 제형의 triprorelin도 승인받았다. GnRHa 치료로 인한 일시적 증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일반적인 성인 용량보다 높은 용량을 사용하나, 국가별로 사용하는 용량은 다양하게 확인되었다. Leuprolide의 경우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는 3.75 mg을 사용하며, 미국의 경우 7.5–15 mg (200-300 μg/kg)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한 연구에서는 leuprolide 30 μg/kg으로도 충분히 생식샘자극호르몬이 억제된다고 보고하였고[34], 국내 연구에서도 용량에 따른 골연령 진행의 억제 정도나 최종 예측 성인신장의 차이는 없음을 확인하였다[35]. 체중을 기반으로 한 leuprolide 용량 결정은 추천되지 않는다[33]. Triptorelin 제제 4주 제형은 3.75 mg, 3개월 제형은 11.25 mg, 6개월 제형은 22.5 mg이 추천된다.
GnRHa 치료 중 Tanner stage와 성장속도를 3–6개월 간격으로 측정하며, 정기적으로 골연령을 확인하여야 한다[36]. GnRHa 투여 후 기저 LH 수치를 확인하고,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라디올은 사춘기 이전 단계에 있어야 하며, FSH는 일반적으로 모니터링에 사용하지 않는다.
GnRHa 치료가 시행된 지 30년 이상 지났고, 현재까지 대부분 소아와 청소년에서 심각한 유해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GnRHa 치료 시 알러지 반응이나 국소 반응이 있을 수 있고, 치료 초기에 소퇴성 출혈이 있을 수 있다. 두통, 안면홍조와 같은 전신 증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보통 일시적이고 치료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며, 증상 지속 시에는 다른 제형으로 바꾸어 투약해 볼 수 있다[36]. 그 외 경련[37], 대퇴골두 골단분리증이 보고되었고[38], 국내 한 연구에서는 대조군에 비해 성조숙증 환자에서 척추측만증의 빈도가 높음을 보고하기도 하였다[39].
성조숙증 치료는 사춘기의 진행을 또래와 비슷한 시기에 맞추어 주고, 여아의 경우 평균 초경연령과 가까운 나이에 초경이 시작되는 것을 목표로 하여 치료하며, 한 가지 임상 인자만으로 치료를 종료하기 보다는 역연령, 골연령, 성장속도, 치료기간 및 최종 예상성인신장 등을 고려하여 보호자와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개인에 따라 치료 종료시점을 적용하여야 한다. 여아에서 역연령 11세 전후, 골연령 12–12.5세, 남아 13–13.5세에 치료를 종료할 경우 가장 큰 최종신장에 도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33,40,41]. 골연령 여아 12.5세, 남아 14세를 초과하여 치료하는 것은 최종 성인신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었다[30,33,40,42,43].
성장속도가 심하게 감소하거나 최종신장이 많이 작게 예측될 경우, 보조 치료로 성장호르몬 치료를 고려할 수도 있다[36]. 몇몇 연구에서 GnRHa와 성장호르몬 치료를 병행한 경우 최종 성인신장의 향상이 관찰되었으나[44,45],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